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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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2024 국회의원 선거 10대 성소수자 인권과제 발표 기자회견
2024년 4월 10일에 열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월 1일 국회의사당 앞의 기자회견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인권과제 10개항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인권과제는 지난 1월 25일부터 31일까지 1,023명의 성소수자 및 앨라이들의 지지를 받았고,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분들이 남긴 메시지 중 일부가 낭독되었습니다. 또한 무지개행동과 연대하고 있는 다양한 인권·시민운동단체들의 연대발언이 이어졌고, 이종걸·심기용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두 분도 이 자리에 참석하여 발언 및 대독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현장의 사진과 발언문을 친구사이 소식지에 공유합니다. - 소식지팀 |
22대 국회에 요구한다, 10대 성소수자 인권 과제 1.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2. 동성결혼 법제화/생활동반자법 등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 3.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 4.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 제정 5.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 폐지를 포함해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개정 6.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교육 환경 및 초·중·고 교육과정 마련 7. 성소수자의 표현/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기관의 행정 개선 8. 성소수자 인구에 대한 통계파악 및 실태조사 진행 9. 인권침해적인 전환치료(탈동성애) 금지 10.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른 의정활동 |
차별금지법 제정
차별금지법을 22대에까지도 10대 과제로 발표해야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무려 16년동안 제정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는 무려 4개의 법안이 발의가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제정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내 제정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또다시 국민들의 몫이 되고야 맙니다. 성소수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자리에서 성평등이 후퇴되고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고 지역의 인권센터가 해소하고 퀴어문화축제가 지자체에 의해 방해받는 심각한 문제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국회 역시 제대로 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업을 톡톡히 치르는 듯 보입니다.
윤 정부가 들어선 이래 대한민국 최고 입법기구로서 국회의 권위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는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한 무능이 불러온 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사회에 진짜 필요한 법이 무엇인지 토론하고 고민하기 보다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법을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주무를 수 있다고 착각한 그 오만이 국회를 추락시킨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해서 끝내 이 사회에 평등을 선언하지 못한 그 책임을 지금의 국회는 통렬히 반성해야 합니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미 희망 없는 선거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회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22대에는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너도 나도 개혁을 주장하지만 사람이 바뀐다고 되는 것도 아니요 이름을 바꾼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갈등을 조장하여 개혁이 될 리는 더더욱 만무합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십시오.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개혁의 의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될 것입니다. 21대 국회가 운영된 내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16년동안 가로막혀왔던 바로 그 성소수자의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합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이 사회에 선언하는 것이야말로 평등의 가치를 알리고 추락하는 국회를 바로 세울 단초임에 틀림없습니다.
국회는 무능했고 인권의 후퇴도 있었지만 그러나 분명 진전도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동성혼이 가능해진다고 하도 엮어서 동성혼 법제화를 전면에 요구했고 헌정 사상 최초로 혼인평등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입니다. 다양성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는 21대의 과오를 답습하지 말고 발의를 넘어 제정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기를 바랍니다. 그 준비를 지금부터 제대로 해나가기를 바라겠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지오
혼인평등법 제정
국회는 모든 시민을 위한 입법기관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회가 성소수자 시민들을 위하여 한 일은 무엇입니까?
저는 현재 혼인평등 운동을 하고 있는 ‘모두의 결혼’ 활동가입니다. 그리고 18년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동성커플 당사자이자, 법률의 부재 때문에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동성 커플들을 지원하고 있는 변호사이기도 합니다.
현재 동성 커플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저는 제 파트너인 화영언니와 18년을 함께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관계는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제 주변의 동성 커플 지인들은 저에게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두는 법을 묻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관계여도 법적으로는 남남이라는 것과, 그로 인해서 법정 상속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장례절차에서 배우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모를 겪어야 하고 배제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이것은 ‘차별’의 문제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우리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자기운명결정권을 전제로 합니다. 자기운명결정권에는,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입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권리를, 성소수자들은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존엄의 문제이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평등의 문제입니다.
지난 해, 서울고등법원은 동성부부인 소성욱, 김용민 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동성커플도 그 본질에 있어서 이성 사실혼과 차이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 차등을 두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하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론입니다.
한국 역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명문화된지 20여 년이 넘었고, 동성혼에 대한 찬성여론도 꾸준히 증가하여 지난 해 갤럽조사에서 찬성여론이 40%에 달했습니다. 2,30대에서 찬성비율이 과반수가 넘는 것은 물론, 근 2년 사이 40대와 50대에서도 찬성비율이 10% 상승하였습니다. 이미 전 세계 34개국에서 동성혼이 법제화가 되었고, 동성 간 결혼을 부정할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회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동성 간에도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습니다. 지난 해 5월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발의가 되었지만, 소관위원회에 상정 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 평등과 동성 부부들의 삶을 위해, 혼인평등법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이 1만 4천명이 넘었습니다. 한 시민의 지지 글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려는 공동체를 꿈꿉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변화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22대 국회는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혐오와 차별이 아닌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혼인평등법을 법제화하십시오. 한국에도 동성결혼이 제도화 되는 날까지, 혐오가 아닌 사랑이 이기는 날까지! 모두의 결혼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의결혼 / 장서연
군형법 추행죄 폐지
안녕하십니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이고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활동가 심기용입니다.
무지개행동이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과제 10대 정책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유감입니다. 10대 정책 중 전환치료 금지, 성소수자 통계파악/실태조사 실시 부문을 제외하면 변한 게 없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일하게 해달라면서,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일조차 국회는 내동댕이 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성소수자가 여전히 심각한 차별을 시달리고 있는 사회입니다. 법적성별이 남성인 성소수자들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상관 없이 병역의무를 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군대는 성소수자 차별을 방기하고나 선동하고 있는 공간입니다. 성소수자 인권 10대 과제에 포함된 군형법 제92조의6만 해도 그렇습니다.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이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 요구해온지도 20여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법으로만 위헌제청이 4번이 있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남성 동성 군인 간의 성관계를, 무려 형사처벌 하는 법률로, 2017년에는 이 법을 근거로 국방부에서 성소수자 군인을 무더기로 색출하고 기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때 이 법이 내재한 심대한 성소수자 차별과 권력남용의 위험성을 인지한 국회에서 폐지안이 발의되었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네 번의 위헌제청이 안타깝게 모두 합헌 판결로 끝났지만 내용은 여전히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아직도 합헌 의견이 우세하고, 합헌의견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동성애는 행정적 징계가 아니라 형사처벌로만 자제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이 망상 수준의 불과한 합헌판결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군은 동성애 뿐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권리도 짓밟고 있습니다. 훌륭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던 변희수 하사를 강제전역 시키고, 결국 복직시키지 않고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군 복무를 하겠다는 트랜스여성은 그렇게 처우하고, 국방부는 오늘부터는 호르몬치료를 하지 않거나 못하는 트랜스여성도 4급 판정을 받아 군 복무를 하라고 병역신체검사 요건을 개정하고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성소수자 시민들을 무시해도 이렇게 무시할 수 없고, 역사적인 퇴행을 거듭해도 이렇게까지 거듭할 순 없습니다. 영국 총리는 작년 군대에서 벌어진 성소수자 차별, 성폭력, 강제 전역 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군대의 작고 큰 조치들이 개인들에겐 굉장한 국가폭력일 수 있고, 차별과 폭력을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심대한 국가의 책임인지 동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과할 일은 애초부터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성소수자를 형사처벌하는 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이 시대를 22대 국회가 끝내십시오. 오랜 시간 제도적 진전이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가 멈추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멈추지 않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22대 국회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하고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없는 군대를 위해 노력하십시오.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 심기용
성별인정법 제정
행동하는성소수자 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이호림입니다.
트랜스젠더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10년 전 10-20대 트랜스젠더 생애 경험을 연구하며 만난 한 연구참여자의 얼굴입니다. 당시 만 17세였던 그는 트랜스남성으로 정체화 한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어서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의료적 조치를 받고 자신이 정체화 한 성별로 사회적 삶을 살기 위해 법적 성별을 정정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자리에서 20대의 자신의 삶을 그려보던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족의 지원없이 혼자의 힘으로 돈을 모아 성별을 정정하려면, 고작 법적 성별을 바꾸기 위해 20대 중반까지의 시간을 보내야 할텐데, 제 청춘이 아깝지 않냐구요.’
이제는 20대 후반이 되었을 그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가끔 떠올려봅니다.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의 20대 청춘의 시간을 아까워 했던 그가 통과한 시간이 오직 법적 성별 정정의 엄격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했던 시간만은 아니었길 바랄 뿐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난 10년 동안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보장이라는 측면에서 국회의 시간은 한발짝도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여전히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이 없습니다. 성별 정정은 트랜스젠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 일할 권리를 포함해 생애 전반에 걸쳐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임에도 그 절차와 요건은 법률로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부 개별 법원의 결정으로 성기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성별 정정이 허가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법률이 없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의 성별정정에 대해서도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는 실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엄격한 성별정정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은 보다 우호적인, 성별 정정을 허가해 줄 가능성이 높은 재판부를 알음알음 찾아다니기도 합니다.
작년 11월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이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법안은 성확정수술 등 신체침습적인 의료적 조치 없이 법적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였고,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경우도 부모 동의 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성별정정에 관한 강제적인 요건들을 폐지하고,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따라 성별정정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 뒤늦게라도 합류하고자 하는 의미있는 법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작 10명에 불과한 공동발의 의원 요건을 채우지 못해 이 법안은 21대 국회가 끝나가는 지금도 발의되지 못한 채 잠자고 있습니다.
더는 엄격한 성별 정정 요건을 갖추는 일을 걱정하며, 미리 눈 앞의 청춘을 아쉬워 할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없어야 합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인생의 선택지를 제한당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합니다. 이제 국회가, 정치가 트랜스젠더 국민의 삶을 위해 제 몫의 일을 하도록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그 시작 중 하나가 ‘성별인정법’의 제정입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성별인정법 제정을 위해 성소수자의 인권과제 실현을 요구하는 동료 시민들과 함게 투쟁해나갈 것입니다. 투쟁!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 호림
전파매개행위죄 폐지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과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소주입니다.
우리는 성소수자 혐오와 에이즈 혐오가 아주 긴밀히 연결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동성애 하면 에이즈를 떠올리고, 에이즈 하면 동성애를 떠올리는 사람들과 상황을 많이 보고 경험합니다. 오늘 저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의제로서의 에이즈 인권과제, 전파매개행위죄 폐지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앞서 다른 발언에서 언급된 군형법 추행죄 처럼,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는 악법이 우리 사회에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바로 전파매개행위죄가 그것입니다. 전파매개행위죄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약칭 에이즈예방법에 제19조로 있는 조항으로서 HIV감염인의 콘돔없는 성행위를 무겁게 처벌합니다. 이 조항은 HIV감염인이 성관계 상대방에게 HIV를 알린다 하더라도, 그리고 상대방에게 HIV가 전파되지 않더라도, 그저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처벌하고 있는 조항입니다.
하지만 에이즈가 발견되고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의학은 엄청난 발전과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지금은 HIV감염인이 하루에 한 알 정도 약만 잘 복용하면 체내의 HIV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억제되고, 그 상태에서는 성관계를 통해 타인에게 HIV를 전파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것을 알리는 캠페인이 U=U 캠페인인데, 이 캠페인에 유엔에이즈와 호주, 미국같은 주요국가들의 보건당국 등을 포함하여 전세계가 동참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습니다. 치료가 가장 확실한 HIV 예방 방법이자 공중보건과 당사자들의 건강을 위해 가장 필요하고 유효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오로지 콘돔만이 유효한 예방 수단인 것처럼 법을 유지하고 집행하고 있습니다. 의과학은 40년동안 무수한 발전과 성과를 만들어냈지만 우리나라의 법은 후진적이게도 87년도 과거에 아직도 그대로 머물러 있기만 합니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감염병의 예방이 통제와 감시, 처벌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HIV/AIDS도 마찬가지 입니다. 법적 처벌과 HIV감염인에 대한 범죄화로 HIV가 예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방을 저해하고 곧 공중보건을 위협합니다. 처벌은 조기검진과 치료를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HIV감염인을 범죄화하면서 HIV/AIDS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편견과 고정관념, 오해와 낙인만 강화할 뿐, 우리 사회에 이로운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처벌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우리 사회는 어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는, 에이즈에 대한 낙인, HIV감염인에 대한 성적인 낙인이 심각한 우리 사회를 하루빨리 변화시켜야 한다는 과제와 연결됩니다. 이 과제는 우리 사회 정치가 가장 앞장서서 해결해야 합니다. 저는 성소수자 인권활동가이자 에이즈 인권활동가로서, 성소수자 혐오차별과 에이즈 낙인, HIV감염인에 대한 혐오차별에 단호히 반대하며,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 더 나은 우리 사회의 건강보장을 위해 선거를 준비하는 모든 정당 및 후보들과 향후 국회가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를 중요과제로 삼기를 요구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질병은 처벌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증진이 곧 HIV예방의 지름길이고, 전파매개행위죄의 폐지가 우리 사회 건강증진의 지름길입니다.
전파매개행위죄 폐지하라!
(이종걸 대독)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 / 소주
성소수자 친화적 교육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200명의 청소년 성소수자 응답자 중에 98%가 교사나 다른 학생으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을 들었고, 54%는 다른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국가에서 실시한 유일한 성소수자 연구로서 10년 지난 지금까지 후속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설문조사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교를 떠난 이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학교 안에서 경험한 차별과 혐오로 인해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깨달았을 것이고, 자신의 성정체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10대 때 경험한 상처가 낫지 못한 채 지금도 아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한국은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어도 차별을 예방하고, 혐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법과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결과가 발표된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바람으로 기다렸지만, 학교와 교육현장에서의 노골적인 성소수자 배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015년에 제정된 학교성교육표준안에서의 성소수자 배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2022년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안에서는 성소수자·성평등 표현이 삭제된 채 확정되었습니다. ‘포괄적 성교육’을 도입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개선할 의지조차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 조장을 하고 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들먹이며, 서울, 경기, 충남 등 몇 개의 지자체에 겨우 마련된 학생인권조례마저 폐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교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성소수자 학생이 학교에서 경험하는 차별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침묵하고 더 나아가 문제적 사람이라고 낙인찍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학생을 차별하는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행복할 수 없습니다. 평등과 포용의 가치를 배울 수 없는 교육은 본래의 교육의 의미를 상실한 것입니다. 성소수자 친화적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성소수자 학생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의 참 의미를 살리는 것이자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배움의 과정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22대 국회가 어떻게 구성이 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너도나도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혈투만 벌이고 있을 뿐, 이합집산 속에서 사회적 소수자 인권을 지키겠다는 약속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성소수자도 투표권을 가진 시민이지만, 21대 국회 상황을 돌아보면 실낯같은 기대조차 들지 않게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법안이 과연 몇 개나 발의되었습니까? 저출산 운운하며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지, 학교에서 인권이 사라지고 있음을 우려하고, 혐오를 예방하고 평등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제안은 과연 있긴 했습니까.
하지만 띵동에 찾아오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요구하고 또 요구할 것입니다. 성소수자 차별없는 학교,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교육 환경 조성은 22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1순위 과제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포용적인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한 7가지 대원칙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차별 없는 평등한 학교 환경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둘째, 성소수자 혐오성 괴롭힘 등 폭력으로부터 보호되는 안전한 학교 환경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셋째,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이 학생의 개인정보로서 비밀 보장이 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성별정보의 수집이나 이분법적인 성별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필요한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따라 개인정보의 정정이 가능하여야 합니다.
넷째, 학교 시설과 교복・반 배정・반 번호 부여와 같은 학교 운영, 체육 등 교과 활동에 있어서 학생의 성별정체성과 성별표현이 존중되고, 안전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성소수자에 대한 포괄적이고 긍정적이며 정확한 정보, 성소수자와 관련한 자료가 포함된 교과과정, 교육방법, 교육자원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성소수자 학생을 이해하고 잘 지원할 수 있도록,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포괄적이고 긍정적이며 정확한 자료가 포함된 교사연수 및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일곱째, 성소수자 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조사 및 연구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성소수자 학생이 배제되지 않는 학교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 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학교시설법 등 학교 관련 법제도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하며, 우리는 이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인물에게 투표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 정민석
(사진 : 류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