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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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7일, 사단법인 신나는센터에서 주최하는 제4회 프라이드 갈라가 전경련회관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성소수자와 HIV/AIDS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후원 모금을 위한 자리로, 사전 포럼 및 본행사, 애프터파티의 순서로 진행된다. 프라이드 갈라에서는 그해 성소수자와 HIV/AIDS 관련 차별과 편견을 타파하고 인권 향상에 기여한 인물·단체를 선정하는 프라이드 어워드 시상식이 개최되는데, 올해 프라이드 어워드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수상했다. 역대 프라이드 어워드 수상자 명단 및 당일 시상식에서 낭독된 수상소감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사진 : 신나는센터)
제1회 프라이드 어워드 수상자 : 故 노회찬
제2회 프라이드 어워드 수상자 : 퀴어성서주석 번역출판위원회
제3회 프라이드 어워드 수상자 : 혼인평등연대
안녕하세요, 올해 30주년을 맞이한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입니다. 오늘 프라이드 갈라는 그간의 활동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기뻐할 지금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사이 회원들과 이미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지난 친구사이 30년을 알차게 채워줬던 동료들을 기억하며 오늘 이 상을 수상합니다.
친구사이는 한국 성소수자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동성결혼 법제화 등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 성소수자를 처벌하는 악법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육 환경 마련 등등. 정말 많은 성소수자 의제를 발굴하고 싸워왔습니다. 다만 이 투쟁은 특정 활동가의 싸움만은 아니었습니다. 친구사이를 받치고 운영하고, 그리고 이 친구사이라는 공간에서 웃고 울던 수많은 회원들이 함께 한 긴 싸움이었습니다.
“저는 게이입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이 한마디조차 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친구사이는 앞으로도 성소수자 인권 개선을 위해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시민들과 함께 사회를 바꾸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싸우는 일만 친구사이가 해온 것은 아닙니다. 30년. 30년이라는 시간동안 단체만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함께 나이 들어왔습니다. 30년 동안 쌓여온 주름 안에는 상처도 있고, 애잔함도 있고, 웃음도 있고, 행복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경험들 돌보며 나아가려고 합니다.
돌봄은 친구사이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단체와 회원뿐 아니라, 이 성소수자 커뮤니티 역시 많은 희노애락의 중첩 속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친구사이가 먼저 나서 돌봄의 보금자리가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들 뿐 아니라,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서로 부당한 잣대로 위계 짓고 상처주는 일들이 오랫동안 쌓여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상처들을 잘 풀고, 부당한 잣대들을 변화시키거나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친구사이는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함께 진솔하게 소통하며 고민하고 있습니다.
친구사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이 세상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우리 관계들에서 찾기 때문입니다. 친구사이는 초국적 제약회사가 환자들에게 약을 상식 이상으로 비싸게 팔며 목숨을 담보로 이윤을 남기려고 할 때 반대해왔습니다. 그 목숨이 바로 내 친구들의 생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싸움의 이유를 멀리서 찾지 않습니다. 서로 돌보고 살아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 당하고, 해고당하고, 취업에서 떨어지고, 폭력을 당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내 옆에서 웃음 짓던 친구이기에 우리는 세상에 나서 변화를 외칩니다.
친구사이 30주년을 맞아,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단체로서 앞으로도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앞장 설 것을 다짐해봅니다. 상 주신 것도 그걸 위한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