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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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도 게이/퀴어 하기
2월 한파가 매서웠습니다. 광장에서, 거리에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마주한 눈과 바람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한 탄핵 소추 당한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변론 관련 뉴스들도 우리들의 마음을 차갑게 했습니다. 하루 빨리 봄이 오길 바라는 마음들로 가득했던 2월이기도 했습니다.
친구사이 소식지 30주년 전시회 《흘리는 연습》이 지난 2월 7일 부터 16일까지 미술공간 ‘윈드밀’에서 진행되어 잘 마쳤습니다. 많은 전시 관람객들의 방문과 열띤 호응 덕분에 올해 가장 추운 한파 속에서도 전시장은 항상 따뜻했습니다. 10일이라는 전시회 기간 동안 소식지에 담긴 수많은 글들, 담고자 했던 활동과 고민, 소중한 기억들, 그와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회 공간을 가득 메우는 공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넒은 전시 공간을 다양한 공기로 메운, 친구사이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온기 덕분에 그 공간은 따뜻했습니다. 전시 내용 및 후기 등 더 자세한 소식은 이어지는 2025년 2월, 친구사이 소식지 176의 기사를 통해 접하실 수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흘리는 연습》 전시회 기간에는 부대행사로 제19회 무지개 인권상 시상식과 언니의 분장실의 낭독공연 ‘레라미 프로젝트’, 지보이스 게릴라 공연 <지금도 연습 중>도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제19회 무지개 인권상 시상식에서는 대법원의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 인정 판결을 이끌어낸 7년차 동성부부인 ‘김용민·소성욱 부부’가 개인 및 단체 부문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앨라이들이 서로 모여 연대하고 즐기는 파티 ‘트랜스패런트’가 콘텐츠 부문을 수상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시상식을 잘 마쳤습니다. 1년만에 열린 언니의 분장실의 낭독 공연도 전시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과 함께 성황리에 마쳤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문제를 시의 적절하게 다룬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더불어 1월 부터 연습을 시작한 지보이스의 공연을 전시공간에서 만난 경험도 신선하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뜨거운 현장들이었습니다.
2월에도 매주마다 수요일, 토요일 이어지는 집회와 행진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일정 속에서도 친구사이도 집회에 참석하여 윤석열 퇴진과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요구들을 거리와 광장에서 외쳤습니다. 2월 15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를 비롯한 전국의 반차별 운동을 펼치며 활동하는 다양한 단위들이 종로 보신각에 모여 ‘평등의 힘으로! 가자, 파면까지!’라는 집회를 벌여 ‘윤석열 퇴진’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주체들이 직접 광장의 주체임을 드러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월 22일에는 변희수 하사 4주기 추모제를 맞아 ‘성소수자 차별! 윤석열 비호! 안창호 인권위원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여하면서, 변희수의 말처럼 ‘기갑의 돌파력’으로 차별과 혐오를 끝장내자며 행진을 잘 마쳤습니다.
친구사이는 지난 30여년 동안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존재와 함께 삶의 방식의 퀴어함을 드러내어 이성애 중심적, 성별 이분법적 사회에 균열을 내는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그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게이 커뮤니티의 일원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어떻게 하면 더 균열을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기획하며, 실천할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하며, 활동해왔지요. 친구사이는 그러한 오랜 활동 경험을 더 잘 공유하고, 나누면서, 그 공간을 더 잘, 자주 침범하는 기획과 활동을 벌이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활동 기조를 ‘낮에도 게이/퀴어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극단을 치닫고 있는 정치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면서, 우리가 더 자주 게이/퀴어로서 드러내는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기조로 30주년 이후의 서른 한 번째 친구사이 활동을 펼치고자 합니다. 이러한 기조와 방향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와 함께 고민들도 들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4월 달에는 운동회를 기획하려고 합니다. 어떤 운동회가 될까요? 많은 기대와 지혜를 모아주세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