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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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5]
Taiwan LGBT+ Pride 참관기
: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
[짧은 정보] - 대만은 2019년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하였다. - 대만 프라이드는 2003년 개최되어, 2019년에는 20만명 이상이 참여하여 아시아 최대규모 LGBT 축제가 되었다. |
전세계의 퀴어 퍼레이드(Queer Parade), 혹은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행진이다. Pride라는 단어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6색 무지개’만큼이나, 성소수자들에게는 의미있는 단어가 되었다.
퀴어 퍼레이드는 1970년,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 1주년을 맞아 시작되었다. 퀴어 퍼레이드는 전세계로 퍼져 나가, 현재는 100여개 가까운 도시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에 시작되어 무려 10개 도시에서 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되고 있다.
대만 프라이드(Taiwan LGBT+ Pride)는 2003년에 개최되어,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20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여해 아시아 최대규모의 프라이드 행사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타이베이는 아시아 LGBT의 주요 거점이 되었고, 대만 프라이드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 대만이 이렇게 LGBT의 상징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 2023 대만 프라이드에 참여한 지보이스 단원들
Stand with Diversity, 다양성과 함께 걸어가기
내가 대만 프라이드에 참여한 건, 작년(2022년)에 이어 두번째이다. 잔뜩 기대를 안고, 혼자서 방문했던 작년 프라이드가 떠오른다. 퍼레이드 전날 터진 이태원 참사와 당일 아침부터 내리던 폭우로, 내 마음은 이미 바닥에 있었다. 축제를 즐기지도, 흥겨움을 느끼지도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지보이스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한 기분으로 대만 프라이드에 방문했다. 역시 축제는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일까? 작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축제의 캐치 프레이즈 ‘Stand with Diversity’부터 흥겨운 분위기까지, 이것이 ‘소수자로서의 해방감’이고, ‘Pride’를 느끼게 해주는 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타이베이 시청광장에 휘날리는 친구사이 깃발
Pride 행사장소는 타이베이 시청앞 광장이다. 서울시청광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시청과 타이베이101이 보이는 광장에는 수많은 부스들과 퍼레이드 차량이 늘어섰다. 시작시간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유모차를 끌고온 가족들까지, 정말 ‘다양성’과 함께 걸어가는 행사가 시작되었다.
▲ 유명한 게이클럽 G-Star는 끊임없는 K-Pop 메들리로 참가자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남쪽루트와 북쪽루트로 나뉘어진 퍼레이드 행렬은 신나는 축제 분위기에 맞게, 시종일관 활기찬 분위기이다. 우리는 가장 Hot한 분위기(?)의 G-Star 클럽의 퍼레이드 차량을 따라갔다. 전날 밤, G-Star 클럽에 방문하여 들었던 K-Pop 메들리가 끊임 없이 흘러나오고, 무엇보다 K-Pop이 흘러나올 때 마다, 전세계 성소수자들이 모두 따라부르고,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말로만 듣던 K-pop의 위력을 실감했다고나 할까.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잘 듣지 못했던 K-Pop을 대만에서 원없이 들을 수 있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는 매년 ‘친구사이’ 퍼레이드 차량에서 K-Pop을 주로 트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작년에는 친구사이 퍼레이드 차량을 운영하지 않아, 너무 아쉬웠는데 말이다 ㅠㅠ) 무엇보다 한국의 퍼레이드의 차량은 인권단체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대만 프라이드의 퍼레이드 차량은 대표적인 클럽과 기업들도 함께 참여하여, 훨씬 화려하고 축제다운 느낌이다.
▲ 무지개빛 드레스를 자랑하는 참가자.
▲ 국제 비정부기구 국제앰네스티의 차량.
광장을 벗어나, 퍼레이드 행렬이 이어졌다. 광장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복장과 무지개빛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개성넘치는 코스프레 의상까지, 상대적으로 정돈된 모습을 강요하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밋밋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한국에서는 소위 외설(?) 논란으로, 축제 참여 의상에 대한 자기검열과 규제가 많은 반면, 대만 프라이드는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모차를 끌고나온 타이베이 시민들조차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모습이다. 그만큼 더 많은 시민들과 어우러지는 포용적인 축제였다. 그럼에도, 이곳에서도 ‘외설’ 논란이 있긴 했던 건지, 작년보다는 참여자들과 스태프들의 복장이 눈에 띄게 단정해진 느낌이긴 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LGBT 친화적인 사회, 대만!
대만 프라이드가 소위 Hot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의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00년부터이고, 참가자수는 15만명 정도이니, 역사적으로나 규모적으로나 대만 프라이드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만 프라이드가 매력적인 이유는 대만이 아시아에서 가장 LGBT 친화적인 사회라는 것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2019년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후보시절부터 동성혼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던 차이잉원 총통은 법안 통과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랑이 이겼다’고 축하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에 따라, 대만의 이러한 행보는 권리의 정치를 넘어 앞으로 (동)아시아 퀴어정치에 어떤 이정표로 기능할 것이다. 그에 따라, 2003년 800명으로 시작한 대만 프라이드는 2019년 20만명 이상이 모여, 아시아 최대규모 LGBT 축제가 되었다.
사실, 동성혼 법제화보다 먼저 시작된 것은 ‘젠더평등 교육’이었다. 2004년 제정된 '젠더교육 평등법'에 따라, 학교에서 성별이나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적인 대우를 금지하고, 성적 소수자를 포함한 '젠더평등 교육'이 의무화되었다. 2002년에는 젠더노동 평등법이 제정되어, 직장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에 기초한 차별 대우를 금지한 역사가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동성혼 법제화의 성과를 이뤄내고, 대만은 아시아에서 가장 LGBT+ 친화적인 사회가 된 것이 아닐까?
▲ 글로벌기업 Uber의 포토존.
더불어, 당사자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만 프라이드'에서는 기업들의 참여와 후원이 눈에 띈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와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홍보 부스를 차리고, LGBT 당사자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흥겨운 축제 분위기에 함께하는, 소위 Hot한 축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후원이 있는 만큼, 퍼레이드 차량도 한국보다 훨씬 화려하다. 전문 모델을 섭외하기도 하고, 특별제작된 의상도 화려한 축제분위기를 살려준다. (매년 ‘친구사이’에서 퀴어 퍼레이드 차량을 꾸밀 때, 수십명의 회원들이 모여, 한땀한땀 손으로 종이꽃을 만들던 것을 생각하면, 천지차이라고 해야하나…)
그 사회가 얼마나 LGBT 친화적인지 볼 수 있는 바로미터는 바로 ‘기업 광고’이지 않을까 싶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는 슬프게도 국내 대기업을 찾아볼 수 없다. 해외에서는 다양한 퀴어 이슈를 후원하고 있는 글로벌기업들도, 정작 국내에서는 ‘퀴어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퀴어는 지워진 존재’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렇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만의 기업들이 한국의 기업보다 더 포용적이고, 열려 있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아마도 그건 아닐 거다. 대만과 한국의 기업들의 차이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시민'들의 차이가 아닐까?
올 한해, 한국에서 열렸던 퀴어문화축제들을 다시 떠올려본다. 10만명에 가까운 성소수자들이 참여하여 '자긍심'을 높이는 축제에, 혐오의 시선과 축제를 방해하는 사람들, 공권력과의 충돌까지, 똑같은 Pride 축제임에도 그들을 둘러싼 사회가 얼마나 다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수년째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반대편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채 부채춤을 추고 북을 두드리며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그리고 한 손에는 태극기 다른 손에는 성조기를 들고 “하느님의 심판”, “Park Won-Soon OUT”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퀴어는 ‘안보’와 ‘전통’의 가장 반대편에 있는 '이념적·실천적 죄악'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또다른 예로, '시드니 마디그라 Sydney MardiGras'와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올해 초(2023년 2월), 대표적인 Pride 축제인 '시드니 마디그라'에 다녀왔었다. 시드니 마디그라는 1978년부터 시작된 축제로, 한때는 세계 3대 축제의 하나로 불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오히려 '너무 상업화'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축제기간의 모든 기업광고에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 Rainbow'가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기업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그만큼 소비자인 '시민'이 반응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부스를 차리는 날을 기다려본다.
무지개를 타고 떠나는 타이베이 여행
타이베이 관광웹사이트을 들어가면, '무지개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라는 콘텐츠를 (무려) 한국어로 만날 수 있다. 친절하게도 타이베이의 상징적인 퀴어 공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공식 관광 웹사이트에 퀴어 이슈를 다루고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참 부러운 일이다)
1999년 문을 연 '징징 서점'은 오랫동안 성소수자들의 권익을 위해 힘써왔으며 대만 성소수자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 상징이다. 징징의 주주들은 처음부터 '대만의 LGBT 커뮤니티에 봉사한다는 기업 비전과 사명을 지켜오면서, 풍부하고 다채로운 전시와 문예 활동까지 진행하는 따뜻한 성소수자들의 공간이자, 무지개 왕국의 정신적 지표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브랜드 상품 뿐만 아니라, '레즈비언 문학'과 '게이 문학'을 큐레이션 해두었다. 크지 않은 규모지만, 커뮤니티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LGBT 사회를 연결해주는 느낌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들도 있지만,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나에게는 그림의 떡일뿐. 다만, LGBT+ 커뮤니티의 소식과 행사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함께 걸어가는’ 연대의 힘이 느껴졌다.
'시먼딩'은 타이베이의 명동이라고 불릴만큼, 항상 활력이 넘치고 시끌벅적한 지역이다. 그러한 '시먼딩'의 상징이 바로 '시먼 홍러우'다. 시먼 홍러우는 다양한 창작자들의 공간이며, 여러가지 세련된 전시활동이 열리고, 주말에는 다양한 문화행사와 플리마켓도 자주 열려,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부상했다.
그런데, 이곳은 또다른 의미로 매우 '이색적'인 곳이고,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바로 좀처럼 보기 드물게, 오픈된 장소에 있는 퀴어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데,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앨라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너무 어이없게도, 이 사실을 소개하는 '한국의 여행가이드북'은 찾기 어렵지만 말이다)
시먼 홍러우를 보다보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서울의 '종로 포장마차 거리'를 생각나게 한다. 이곳은 열려진 공간에서 해방감을 주는 게토로서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역시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종로 포장마차 거리는 성소수자들의 거리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인스타그램 열풍에 편승한 익선동이 주목받으면서, 종로 포장마차 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비게 되었다. 성소수자와 이성애자들이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 거리에서는 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의 시선이 늘어갔다. 이제는 더이상 성소수자들의 거리가 아닌 것이다. 포장마차 거리를 반쯤 잃어버린 우리들에게, 시먼 홍러우는 매우 부러운 공간일 수밖에 없다.
MRT '시먼西門'역 6번 출구 앞에는 '6번 무지개 / Rainbow Six'라는 무지개빛 길이 있다. 타이베이시가 인권을 존중하고 성평등과 성 중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동성혼이 법제화된 2019년에 설치되었다. '6번 무지개'가 가진 상징성을 제외하고서라도, 청명한 무지개색 도로를 번화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인기 명소로 자리잡았다.
워낙 시내 중심에 설치된 만큼, 지나가는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곳이다. 타이베이에 방문하는 성소수자라면, 기념사진 필수인 장소로 떠올랐다. (이곳을 지나다보면, 인스타그램과 어플에서 보던 한국 게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보게 된다.)
228 평화공원은 한 때, 동성애자들의 크루징 장소 중 하나였다. 과거 228 평화공원은 ‘신공원(新公園)’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시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출근을 하는 것처럼 매일 드나든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었던 곳이라고 한다. 2016년 정부와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은 본래 칙칙한 회색철문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을 칠해, 228 평화공원을 '무지개 관광지'로 만들었다. 다만, 이제는 지속적인 관리가 되지 않아, 빛바랜 철문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LGBT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참고로 무지개 철문은 국립대만대학병원 쪽 출구에 위치하고 있다.)
▲ 2022년에 찍은 레인보우 스타트라인. 작년에는 아침 일찍 방문하기도 했고, 폭우로 사람이 적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2020년, 타이베이시에서 두 번째로 현란한 무지개 명소 ‘레인보우 스타트라인’이 타이베이 시청광장에 자리잡았다. 성 평등을 제창하는 타이베이의 초심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의미와 함께, '대만 프라이드'의 퍼레이드가 출발하는 곳이다. 대만 프라이드가 있는 동안에는 수많은 인파로 바닥의 무지개빛 도로를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만, 평일에 방문하면 거대한 무지개빛 도로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K-Pop이 점령한 클럽
타이베이에 머물면서 방문했던 클럽과 Bar는 G-Star, Abrazo Bistro, Commander D, Locker Room, Hunt 등이다. 어떤 곳이던 K-Pop이 흘러나오면 모두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하는 모습은 똑같았던 것 같다.
Pride 기간이라서 그런지, 한국보다 훨씬 이른 시간인 9-10시부터 이미 사람들이 가득하고, 대기줄을 서기 시작한다. Pride 기간에 방문하려면(특히 금요일과 토요일), 오픈런을 각오해야할듯. 다양한 이벤트들이 가득하니, 미리미리 SNS를 통해 정보를 알고 가면 좋다.
지보이스 단원 / 진돌
킹
글이 잘읽혀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