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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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새내기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작년 지보이스 정기공연도 같이 했다. 그렇지만 지난달 정회원이 됐다. 헌내기지만 평소에 말이 많지 않아 속내를 알기 어려웠던 그가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었다.
인터뷰는 화창한 봄날 삼청동의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진행됐다. 아침부터 인천 부모님 댁과 양주 누나네를 다녀왔다는 그는 약간 지쳐 보였으나 인터뷰가 시작되자 곧 생기를 찾으며 말을 쏟아냈다. 필자와 인터뷰이는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라 어색하지 않게 편한 말로 인터뷰를 하였다. 생생함을 살리고자 그대로 실으니 양해를 부탁한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나 이런 거 시킬 때가 제일 민망해. 할 말이 없어서. 어, 친구사이 한지 한 4개월. 지보이스는 한 8개월 됐나. 뭐...뭐 얘기해야되지. 술 좋아하고, 살 빼고 싶고, 노래 좋아하고... 또 뭐 있지... 자기소개 못 하겠어. 어려워. 28살이고, 고향은 인천이고, 현재 집은 안성에 있고...참신한 걸 얘기하고 싶은데 없구나.
-아니야. 간단하게 해달랬는데 되게 길게하네(웃음). 닉네임은 뭐예요?
닉네임은 현입니다.
친구사이 뭐 어때?
내가 정회원 인터뷰하는 날이 올지는 몰랐는데 신기하다.
-정회원이 된게?
친구사이에 이렇게 함께 한다는게. 신기한거 같애. 지보이스 처음 나올때만 해도 공연 끝나고 나가려고 했어. 한다고 했으니까 해야지. 그래서 더 말을 많이 안했던 같애. 어차피 갈거니까 이런 마음이 컸던 거 같애. 있어봤자 나중에 더 힘들겠단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고 막 노력하는 건 아니야. 어색한 사람은 쭉 어색한거 같애. 얘기하는 사람만 얘기하고.
-친구사이에는 어떻게 나오게 됐어?
처음에는 지보이스 하다가 사실 친구사이 할 생각 없었는데, 그냥 지보이스도 한 번 나왔다가 그날 갑자기 공연할거냐고 물어보길래 공연하겠다고 하고 공연하고 그랬더니 사람들하고 친해져서 '친구사이 나와라 나와라' 하는데 뭐 부담도 되고 해서 안나가다가 2013년도 됐고 해서 그냥 '친구사이 뭐 어때?' 이래서. 딱히 뭘 막해야겠다 이건 아니고. 사람들 좋아하니까 그냥 사람들 얼굴 볼려고. 그래서 나온거 같애.
-나와보니까 어때?
근데 사실 뭐 친구사이라고 딱히. 한 달에 딱 한 번 (정기모임 할 때) 보잖아. 그것도 뭐 내가 뒤풀이를 거의 안 했고, 거의 가고 그래 가지고. 사실 그냥 알던 사람한테 인사하는 수준이었던 거 같애. 지금까진. 뭐 뒤풀일 가야 좀 얘기하고 하는데. 지보이스 통해서 알게 된 사람하고 그냥 인사하고 그러고 그냥. 특별히 막, 말도 많이 안 하고 막 이래서.
-뒤풀이는 왜 안가
아, 일단 최근에 살이 너무 쪄 가지고. 살도 쫌 빼고 싶고. 그리고 술 먹고 꼬장 펴가지고. 술 먹는 건 좋은데 근데 아 좀 어색해. 가면 좀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 어느 순간부터 좀 강박관념이 생겨 가지고. 아 모르겠어. 그래서 좀 부담되는 거 같애. 뒤풀이가.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 그래서 여태까지 사람들 좀 웃겼어? (웃음)
그런 건 아니지만. 몰라. 그런게 좀 그냥 그런 게 생긴 거 같애.
-사람들한테 어떤 식으로 보여야 하는 부담?
이미지 관리 이런 거 좀 해야된다, 이런거? 왜 들었는지 모르겠어. 근데 그래. 뒤풀이가 좀 부담스러워졌어. 그래서 못 가겠어.
-요새 술먹고 꼬장 피운 적 있나?
그게 뭐. 아니 근데 뭐 사실 술먹고 꼬장핀 게 어디서 자랑할 일은 아니잖아. 그래서 인제 사람들이 이제 날 보는 이미지가 '쟤 되게 술' 이런 걸 좀 없애고 싶어서. 술과 되게 관련된 이미지를 갖는 걸 별로 원치 않아서 내가. 근데 처음에 술 먹었던 것은 사실, 진짜 한 스무 살 스물 두 살 때는 진짜 술이 좋아서 먹었지만 지금은 막 솔직히 술이 좋은 건 아니고 그냥 뒤풀이 있을려고, 자리 채울려고 있는건데 할 얘기가 너무 없으니까 그냥 술만 먹은 거야. 어색해서. 그러다 보니까 그냥 말 안하고 술만 먹다보니까 빨리 취하는 거고. 말하면서 좀 깨야되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제 막 꼬장도 피고 막 (술자리 중간에) 사라지고 이러는 거지.
-사람들한테 보이는 모습에 신경을 쓰는 편인가.
아주 친하지 않으면 선은 지켜야 되니까. 원래 내 모토가 적을 만들지 말잔데 그렇다고 막 가서 나쁜 짓 하는 건 아니지만 난 내가 그냥 막 두루두루 친하고 싶으니까 적당히 선을 지키는 거지. 적 만들면 골치 아프잖아. 신경 써야 하고. 신경 쓰이는 사람이 있으면 집에 그냥 가.
-요새 신경 쓰이는 사람 있어?
없어.
-근데 왜 (뒤풀이 안하고) 가?
몰라. 모르겠어....
내가 이 사람들과 함께 섰다
-지보이스 해보니까 어때?
일주일 중에 내 자신한테 가장 떳떳할 수 있는 시간인 거 같애, 일요일이. 그러다 보니까 이게 바뀌는 거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랑 일요일하고. 일요일이 너무 좋은 거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너무 지루한 거야. 일요일 덕분에 (주중이) 견디기가 되게 힘들어 그래서.
-지보이스는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어?
처음에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이반시티. 동호회 이런 걸 하고 싶었어. 마침 지보이스 단원 모집하고 있어 가지고. 그래서 만난 사람이 나미푸(전 지보이스 단장)였어. 나미푸한테 연락을 해서. 전화는 무섭고 카톡보냈어. 나미푸가 근데 일한다고 늦게보내더라고. 일요일 날 한번 연습와라, 그래서 그냥 구경삼아 갔다가 하게 된거지. 가자마자 노래시키더라고. 그 날따라 목이 완전 가가지고. 그날 목소리 완전 안좋았는데. 다행히 뭐 잘 받아줘서. 열심히 하고 있지.
언제 한번 병원에 갔었어.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약간. 처음에 (지보이스) 나오기 전에 우울증 비슷하게 온거야. 의욕이 안나고 심난하고 노래만 들어도 눈물이나 막. 이별해서 그런가했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하는게 없어. 그냥 왜 왔냐고 하고 얘기하고 했는데. 얘기하고 나니까 진짜 좋아지는 거야. 그것도 좀 있었어. 그때 약간 좀 우울증이 있어가지고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하고 좀 어울려야 겠다, 생각해서 (지보이스에) 나간거야. 그래서 꾸역꾸역이라도 나온 거 같애. 지보이스 사실 정이 별로 없었지만.
-지보이스 처음 공연했잖아. 어땠어?
지보이스 처음 들어올 때 되게 부담됐단 말이야. 그때까지 내가 누구한테 내가 게이다, 얘기한 게 한번도 없어서 불특정 다수에게 한번에 하는 꼴인거잖아 사실. 부담됐었는데 하고나니까 뭐 내가 아는 사람도 하나도 없었고 사실. 내가 그 뭐야 내가 게이라는 사실보다 내가 이 사람들하고 함께 공연을 섰다, 이게 더 크게 다가온 거 같아 그게 더 짜릿하고. 커밍아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어. 어차피 오는 사람들도 게이거나 게이 친화적인 사람들이잖아. 알려져도 뭐 크게 상관없이 사실은. 그렇게 생각해. 아예 관심없는 사람들은 보지 않잖아 사실. 그게 공연하는 데 방해가 됐던 건 아닌 거 같아. 그러고 나서 커밍아웃을 엄청 했지.
-엄청?
두 명 정도 한거 같애. 술 먹고 나서.
-친구들한테?
어. 친구 한명이랑 후배 한 명. 근데 그 후로 걔네들 못보고 있어. ("왜?") 되게 어색했어, 하고 나서. 하고 나서 설득을 했어. 내가 왜 게인지. 여자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남자만 끌린다, 이렇게. 근데 애들이 나의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느낌? 둘 다 그랬어. 맞아?확실해? 전혀 그렇게 안 보였는데 장난치지말라고. 막 이렇게 해가지구 한두 시간 얘기했던 거 같아. 근데 그렇게 얘기하고 나니까 민망한 거야 뭔가. 아직도 못 만났어. 걔네 둘 다. 둘 다 믿긴 하지만 딴 애들한테 얘기했을 거 같기도 하고 막. 사실상 지보이스 나오면서부터 일반 친구들 잘 안 만나는 거 같애. 애들 지금 다 일하니까 만나봐야 일요일 아니면 토요일인데 금요일은 힘들어가지고 잘 안 만나고. 지보이스 나오면서 일반 친구들 아예 잘 안 만나는 거 같애.
-왜 걔들한테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냥 그 상황이 되게 짜증나서. 클럽가고 막 이런 거 자꾸 하자고 하는데. 걔네를 만난 이유가 뭐냐면 처음에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뭔가 해보자 이렇게 해서 만난 거야.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나는 아예 이성애자의 느낌들을 다 놔버린 거야. 의무감에 했던 것들이제 안해도 된다, 해서 되게 후련했는데 또 그러고 있을라니까 되게 짜증나는거야. 그래서 그냥 속시원히 얘기하자 그래서 얘기한거지. 거짓말하기가 짜증나는 거야. 한도 끝도 없이 해야 되니까. 그래서 그냥 했어. 홧김에.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중요한 포인트였던 같애.
어. 걔랑 있으면서 확실히 느꼈거든. 한 일년 반 사귀었는데 예전에는 의무감으로 만나는 게 되게 힘들었거든. 그전에는 사실 긴가민가 했어. 바이인가. 근데 아닌 거 같애. 되게 그냥 의무감이야 의무감. 섹스는 할 수 있어. 섹스만. 친구면 그냥 차라리 편하게 지낼 수 있는데 신경을 써야 되잖아. 진심이면 모르겠는데 의무감으로 하면 짜증 나잖아. 걔도 나한테 힘들게 대하고 서로한테 마이너스였던거 같애. 근데 걔가 정리 못해서 되게 힘들어했어.
-책임감이 큰 사람인가봐
어 나는 책임감이 되게 중요해. 누가 나한테 일 맡기는 거 싫어해. 부담돼.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부담이 너무 되는 거야. 그래서 좀 누가 시키면 열심히 하는데 부담이 너무 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뭘 해도 날 시킨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줬던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뭐 시키는 거 되게 싫어해. 시키면 되게 열심히 해. 노예처럼.
나도 언젠가 하고 싶어
술 안 먹고 하니까 어색하다.
근데 나 아직 커밍아웃 안 해가지고, 집에다가... 근데 내가 장남이야. 근데 게이 중에 장남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그래서 대를 이어야 돼. 어느 날 결혼 얘기를 하는 거야. 시골 갔는데. 순간 얘기할 뻔 했어. 저 게인데요(라고). 최근에 갔었어. 잠깐 일 있어가지고. 그 전엔 몰랐고 스무 살 넘어서 처음 간 거 같애. 처음으로 내가 다르다고 느끼고 갔는데 되게 불편하더라. 거기 중에 나랑 비슷한 또래들 되게 많아. 걔들은 다 결혼했거든. 시골이라 빨리 하기도 하고. 그래가지고 나만보면 결혼 언제하냐, 직장은 구했니. 난 아직 대학생인데. 그 자리가 되게 불편했어. 그러다 보니까 또 심각해진거야. 결혼? 결혼 어떡하지. 커밍아웃 하는 게 맞겠지?
-커밍아웃을 해야 할 때 하는 게 맞겠지
내가 아는 한 우리 엄마랑 아빠는 절대 받아들이지 못 할거야. 내 생각인가. 두 분 다 되게 고지식하거든. 그래서 난 엄마 아빠랑 얘기를 잘 안하고 누나를 통해서 해. 누나한테 얘기하면 이렇게 넘어가. 엄마아빠도 나한테 얘기안하고 누나한테 얘기해. 우리 가족들이 누나만 빼고는 속내를 잘 얘기 안해. 누나가 원래 분위기 메이커였거든. 나랑 엄마랑 아빠랑 서로 얘기를 안하니까. 필요한 얘기만해 뭐 반찬해 주세요, 이런거. 돈은 안받으니까 돈 얘기는 안하고. (커밍아웃을) 하고 싶다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만 차마 엄두도 못내고 있어. 그래서 어느 글에서 봤는데 가장 적절한 시기가 자기가 독립이 가능한 시기에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대학교 졸업하고 해도 할려고. 어차피 나는 나와서 살거거든. 집에서는 못살아. 일단은 대학교 졸업하고.
-요새 가족커밍아웃이 좀 대세잖아. 가족모임도 잘되고.
공연 때 쯤 해가지고 호미 부모님이 오셨잖아. 되게 부러웠어. 떳떳하게 얘기하고. 시간이 물론 걸리셨지만 무대 올라오셔서 아들의 연애를 위해 한마디 해주시는 그런 용기와 그런 아빠의 포용력이 되게 부러운거야. 그때 왠지 눈물이 나더라고 되게 짠했어.
나도 하고 싶어. 언젠가 사실 거짓말하는거잖아 아닌척. 떳떳하지 못하니까 정작 가족들하고 친해야 하는데 가족들하고 벽이 제일 많은 거 같애. 하고 싶어 언젠가. 해야할 거 같애. 하는 게 맞는거 같애. 근데 후폭풍이 좀 두려워 못하고 있어 하면 좀 떳떳하게 하고 싶어. 사람들 보면 되게 커밍아웃하면 좀 더 (가족들하고) 끈끈해지는 거 같애. 비로소 인제 이해를 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되게 오히려. 근데 친구사이에서 그런 (좋은) 케이스만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쫓겨났단 얘기도 들어봤어. 그런 얘기 들으면 쫌 짠하기도 하고. 거짓말 안 하는게 일단 제일 좋은 거 같애.부러워. 커밍아웃 한 사람들 보면. 물론 내가 봤을 때는 그런 과도기는 다 지나갔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게 되게 부러운 거 같애.
-형도 일기를 써봐. 지보이스 어느 단원처럼. 시 써서 벽에 걸어놔 봐. 아무도 내 마음 몰라, 이런 거.
(웃음) 맞아. 일기장에 그런 얘기를 많이 썼어. 중학교 때 친구들하고 많이 놀았거든. 그런 거 보면 왜 그 때 이런 걸 왜 썼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특히 막 싸이월드 보면 장난 아니야. 그때 다이어리 많이 썼거든. 그래서 내가 막 그런 얘길 많이 하니까 남자 애들은 그런 얘기 잘 안 하잖아. 그래서 내가 하면 '조현놀이'한다고 또 조현놀이하냐 그런 댓글 많아. 그만해 이제...애들 막 그렇게 써놨어. 되게 막 밑도 끝도 없이 공허한 마음 뻥 뚫린 가슴 막 이런거. 대학교 때 쓴 게 그런게 진짜 많아. 웃음만 나와. 왜 그런 걸 써 놨을까.
좀 운명적이고 이런 거?
-친구사이 나와서 연애했나?
...음...안했지. 연애 안 했지. 근데 나 연애하기가 좀 힘든 게, 책임지는 관계였으면 좋겠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더라도 못 봐도 서운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 짬나면 연락하고. 힘든 거 아니잖아. 하루에 전화 한두 번 하고. 그런게 쫌 여자 만날 때는 짜증났다? 내가 할 때. 근데 진짜 좋아하면 연락하고 싶고 전화하고 싶고 막 여자친구 있을 때는 의무감으로 맨날 전화했거든. 그러고 아 나 바빠, 하면서 끊고. 이제 좋아하는 사람있으면 내가 전화하고 싶고 카톡 보내고 싶고.
-원하는 연애 상대는?
난 연상이 좋아. 연상이 좋은 거 같애. 근데 그 연상이라는 개념이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닌거 같애.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해주잖아. 배려해주고. 보니까 나는 남 챙겨주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 그래서 남을 챙겨주기보다는 서로의 몫은 서로가 해줬으면 좋겠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하는 거. 그렇다고 막 날 챙겨주고 이런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자기 몫은 자기가 하다가 각자 여유 있으면 챙겨주고. 일방적으로 챙겨주면 언젠가 지치는 거 같애. 그래서 좀 연상이라는 개념보다는 나보다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좋은 거 같애. 말이 통해야되는 거 같애. 말이.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들이 있잖아. 말이 안 통하면 만나도 재미가 없어.
-말이 통한다는 게 어떤 거지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싫어. 들어야지. 그렇다고 내 얘기하는 거 좋아하는건 아닌데 듣기면 하면 지치더라구. 그런 사람들 있잖아. 내가 지 얘기 한참 들어. "아..그래? 아...진짜(표정 연기 중)" 그러다 내가 어느 순간 내 얘기 하려고 하면 또 지 얘기하는 거야. 나한테는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거야. 지만 신나 가지고 이러다 끝나면 되게 재미가 없어. 내 룸메가 그래. 죽겠어 그래서.
(침묵)
설렘이 있으면 좋겠어. 요즘 되게 설렘이 없어.
-번개 나가서 설레는 사람 없었어?
근데 번개 가서 만나고 싶지 않아. (그 사람이) 언젠가 또 번개를 할 거 아니야. 난 아직 좀 철이 없어. 좀 운명적이고 이런 거? 이런 거 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딱 첫눈에 반하는 타입은 아니야. 일단 대화가 통해야 하니까 대화를 많이 해야되잖아. 솔직히 외모는 마주앉아서 밥 먹을 정도만 되면 되는 거 같애. 막 쪽팔리지 않을 정도면 되는데. 대화를 많이 해봐야 되는데 그래서 나는 좀 늦어. 늦게 되는거 같애. 그래고 첫 눈에 봐서 괜찮다 싶은 사람들은 안 맞아. 내가 너무 외모만 보고 좋아했던 거라서 금방 질리드라 사실은. 그렇게 시작했던 건 금방끝나는 거 같아 어차피. 뭐가 말짱하면 뭐가 하나가 문제가 있어. 그 중에서 뭐에 비중을 두냐 이 차인데. 근데 싫어지면 단점만 봐. 이만하게. 난 한번 싫어지면 다신 못 만나. 단점이 너무 보여. 좋을 때는 막 또 마냥 좋아 가지고 몸 주고 마음 주고 다 주는데. 그러다가 질리면 딱 돌아서. 질린다기보단 실망하면 돌아서. 뭔가 날 실망하게 하면 배신감이 커져. 얼굴 보기도 싫고 목소리도 듣기 싫어져. 그림자도 보기 싫고
-지금 누구 생각하고 있어? 지금 누구 생각하는 표정인데
아닌데(웃음). 난 아무도 떠올리지 않았어(음료수 마심).
-그래서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있어? 지켜볼 마음이 드는 사람.
있어. 있어, 있어. 있긴 있어. 있긴 있어. 근데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거 같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좋아?
되게 착해. 사람들한테 잘해. 성실하고. 마음 씀씀이가 이쁜 거 같애. 근데 안 될 거 같애.
-이상형 월드컵에서 우승 많이 하잖아. 그중에 괜찮은 사람 없었어?
많이 안 했어. 한 세 번? 아닌가? 근데 생각해보면 다 임자가 있거나...없었던 거 같애. 그리고 잘 모르는 사람이 찍잖아. 좋다 나쁘다 할 수가 없었던 거 같애. 누구누구였지. 그 사람이랑...걔랑...걔랑...(다 기억하고 있음). 살찌고 나서 쳐다도 안보는 거 같애.
연애를 하고 싶긴 한데 쫓겨서 하고 싶지 않아. 혼자 있는 건 익숙해지지 않는 거 같애. 어쩔 수 없는 거 같애. 오래가는 사람. 미래를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하고 싶어. 그러다 보니까 많이 좀 조심스러워지는 거 같애. 사귀자고 말도 못하고.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봤는데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 '생긴건 말짱한데 눈은 높다. 그리고 자기는 눈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진짜 눈 안 높은데 난 외모보다는 성격을 많이 보는 거 같애. 모나지 않은 성격. 외모는 뭐 중요하지 않아. 뭐 하나가 도드라지면 좀 부담돼. 두리뭉실한 사람을 찾다 보니까 근데 좀 없잖아, 게이중에. 내가 너무 많은 드라마를 꿈꾸는 거 같애.
빤쓰를 뱃기는 거 같은 그런 느낌
-이번에 글쓰기 모임 참여했잖아. 자기 얘기를 많이 해야 했을 텐데, 어땠어?
최대한 꺼내도 괜찮은 얘기만 꺼냈던 거 같아. 하면 좀 부끄러울 거 같은 얘기는 싹 빼고 해도 무방한 얘기만 골라서.
-적당히 솔직하면서도 적당히 보기 괜찮은 거?
어어 그렇지. 원래 처음에 썼던 건 좀 되게 좀 선정성이 있다고 해야 하나. ("예를 들면?") 막 처음에 주제를 썼던 게 커밍아웃 이런 거 하다보니까 내가 왜 이렇게 됐나, 하나보니까 그 시발점이 되게 좀 그런 얘기여서 그냥 그런 얘긴 좀 민망한거야 진짜. 그래서 그냥 그건 빼고 글쓰기 자체로 가자 해서 그렇게 된 거지. 덜 민망한 거.
-글쓰기 숙제에서 중학교 때 일기를 시로 썼다고 했는데, 시는 어떤 내용이었어?
내 방에도 하나 걸려 있어. 제목이 <아빠의 담배>야. 내용이 뭐 담배는 무얼까 왜 피는 걸까 아빠의 슬픈 괴로움이 연기로 타나 보다. 그때는 뭐 시를 잘 쓴다기보다는 일기로 시작했거든. 근데 중학교 때 시 쓰는 애가 많지 않잖아. 그래서 국어 선생님 눈에 들어서 시화전도 많이 나가고. 막 이런 거 있잖아, 그 애는 사루비아 같다(웃음), 그 애는 뭐 튤립 같다, 그 다음 연에 다가 그 애는 정열적인 장미 무슨무슨 사루비아. 재미로 했던거 같애.
글쓰는 거 좋아해. 좋아는 하는데 누가 보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아. 빤쓰를 뱃기는 거 같은 그런 느낌. 글 쓰는 건 혼자는 잘 써. 혼자는 많이 써. 아무한테도 안보여줘서 그렇지. 근데 내가 누구한테 보여줄만큼 잘쓴다면 괜찮지. 근데 부끄러워. 내 속살을 보여주는 느낌. 그래서 일기장에도 막 내 속마음 쓰는 게 껄끄러워서 시 쓴 거도 있고. 길게 쓰기도 싫고. 공책 한 6권인가 있던데.
그때는 책도 보고 글도 많이 쓰고 했는데. 교내 독후감 대회는 꾸준히 나가서 상 많이 받았었어. 근데 편법을 많이 썼지
고등학교 가고부터는 학업에 취미를 끊었지. ("왜?") 그때부터 술 담배 했거든. 담배는 중2 때부터 피긴 했어. 그냥 입 담배였는데. 중3 말부터 담배를 본격적으로 피웠지. 술은 중1때인가? 운동했었는데 그때 형들이 고2,고3이였어가지고...그 형들이 사줘서 한두 잔 먹다가. 맥주만 계속 먹다가 소주를 고2때부터 본격적으로 먹었지. 그래서 내 성적표에 유일하게 '가'가 있어. 중간고사 마지막 날인가 지리랑 체육이랑 도덕 이렇게 세 개를 봤는데, 내가 지리를 되게 좋아하고 잘했어. 근데 술을 너무 먹어 가지고 아침까지 구역질하다가 시험을 보러 간 거야. 문제가 있잖아. 근데 다음 중에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이게 이해가 안 되는 거야. 3점인가 맞았어. 그 다음부터 학교 공부는 포기했어. 남들은 읽어보면 재밌는 얘기 많이 하는데 난 왜 이렇게 재미없는 얘기만 하지? ("재밌는데?") 니 얼굴이 썩었는데?(웃음)
-알겠습니다. 시간이 됐으니 인터뷰는 마무리하기로 하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있어?
사람들하고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어. 아직 많이 못 친해진거 같애. 말 안 하는 사람하고는 잘 안 하니까. 두루두루 친해지고 싶어. 부담없이 나갈 수 있는 모임이었으면 좋겠어. 친구사이가.
즐거운 인터뷰 뒤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이걸 더 물어봤어야 했는데, 더 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었을 거 같은데 내가 못 캐치한 건 아닌가 하는. 친구사이 정기모임, 지보이스 뒤풀이 혹은 그 외의 술자리에서 여러분들이 그 아쉬움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솔직하시고, 책임감 강하시고, 사람 만나실 때 말이 통하느냐를 중시하시는 게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능하시고 경험 많으신데, 꾸준히 이어가시길...
('아빠의 슬픈 괴로움이 연기로 타나보다'라니, 정말 멋지고 대단해요! ^ㅁ^b)
속마음 드러내는 걸 약간 부끄러워하시고 취중 실수하실까 걱정하시는 건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런 점은 마음을 조금만 더 편히 가지셔도 다들 이해하고 오히려 더 매력을 느낄 것같아요.
커밍아웃하신 일반 친구분들도 서로 잘 아시고 믿으신다면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겠구요.
가족 관계는 (게이라는 점 말고도) 쉽지 않고 평생 해야 되는 숙제같지만, 결국 잘 해결하시리라 믿어요.
겉으로는 터프하시면서도 속으로는 섬세하신 것같은데, 앞으로 많은 이야기 보따리 풀어놓으시길... ^_^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조현이랑 더 친해져야겠어 ㅎ
인터뷰를 요청하고 응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서로에겐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는데 뭔가 이야기도 잘 풀어낸거 같아 좋네!!!
암튼 앞으로가 기대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