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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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감상평 -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변두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실 우리들의 삶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권운동사랑방의 '변두리스토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에요) 변두리, 변방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내게는 당신의 삶이 변방이고, 당신에게는 내 삶이 변방이겠죠. 그 사이에는 당신과 나의 차이들이 빼곡할 것이고요. 애초에 나의 삶이 내게는 중심이라면, 이외의 삶은 전부 변두리의 삶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나와 다른 삶이라고 해서, 그것이 차별의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책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을 넘어 통감을 느끼는 순간, 나 자신도 변두리의 누군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차별이라는 견고한 프레임은 교묘하고 다양한 층 위에 겹겹이 쌓여있어서 조금만 삐끗하면 빠져나가기가 어려워요. 차별을 경험하게 한 모든 근거를 나열했을 때, 그 중 하나라도 속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도무지 차별에서 자유롭기가 어려워요. 이 책의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단순한 우울감을 넘어 설명하기 어려운 멜랑콜리가 엄습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이 있어요. 그럼에도 그와 동시에 희미한 명랑함이 느껴진다는 거예요. 그 간극이 먼 이 상반된 감정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그렇게,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더 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덮었을 때 느꼈던 멜랑콜리는 결국 '어떤' 삶에 대한 추동으로 확장되는 것이죠.
세상의 폭력에 맞서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내 옆으로 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아주 조심스럽게, 덤덤하게 자신이 겪어온 곡절을 풀어나간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읽으면서 내내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과 같은 곳인데 세상은 모두에게 다른 것을 주었다.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은 한없이 잔인한 나라였다. 어떤 여성이 여성으로 살 수 없는 나라이기도 했고, 한 이주 노동자가 가진 능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스러져버린 곳이기도 했다. 그 사람들이 겪고 있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픔, 상상하지 못했던 고통을 내 가슴에 쥐어주는, 절대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없는 글들이 연이어 심장을 찌른다.
가끔 우리는 자신의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차별받지 않기를 원하면서도 다른 소수자를 알게 모르게 차별하는 자가당착과 마주하게 된다. 나의 고통을 다른사람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만큼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는 것, 이런 시도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한걸음이지 싶다. 서로 다른 정체성이 차별의 원인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들의 힘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미혼모, 성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여성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겪은 차별에 대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잘 몰랐던 차별의 속성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이유로 차별을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등장하는 트랜스 젠더인 혜숙이 겪는 차별은 그가 성전환자라는 것 이외에도 그의 빈곤과 그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종류의 차별을 겪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공통적인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 여성의 이야기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불평등과 빈곤‘이라는 요소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사회에서 나타나는 차별들은 결코 단편적이고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위의 예에서 우리는 각각의 차별들, 각자 다른 종류의 차별을 겪는 차별 대상자들이 서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책은 이러한 차별의 연결성 때문에 차별에 대처하기 위해선, 사람들 또한 연대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현재 차별금지법 논란 등을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다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차별을 어떻게 바라보고, 여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할 것입니다.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다르기 때문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남의 차별도
결국 크게 보면 내 차별하고 비슷해서 공감할 수 있고
함께 뭉칠수록 힘이 나고 또 그래야만 바꿀 수 있는 거겠죠.
고생들 많으셨고, 짧지만 사려 깊은 글 잘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