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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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제19회 무지개인권상 수상자 발표
친구사이 제19회 무지개인권상
2025년 친구사이 제19회 무지개인권상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올해도 뜻깊은 활동 모두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상을 전합니다.
개인 및 단체 부문 수상
김용민 소성욱 부부
선정의 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제19회 무지개인권상 개인 및 단체부문 수상자로 김용민 소성욱 부부를 선정하여 발표합니다.
김용민 소성욱 부부는 2019년 5월 결혼한 결혼 7년차 동성부부입니다. 2021년 2월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보험료부과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한 후 3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2024년 7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 동반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김용민, 소성욱 부부의 용기 있는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된 이 싸움은 동성동반자에 대한 피부양자 지위를 인정하는 권리의 쟁취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동성 동반자의 삶과 존엄이 사회적으로 차별없이 존중되어야 하고, 그 관계성을 매우 중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게 했습니다. 또한 법의 기준에 포섭되지 않는 형태의 결합에 대해서도 사회보장제도 차원에서 그 혜택이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누구든지 사회로부터 인간존엄성을 보호받고,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의 원칙이 바로 세워진 중요한 판결입니다.
퀴어 커뮤니티에서는 눈물로 감격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형편없고 암울한 정치 상황에서 성소수자 동반자들에게 큰 성취와 선물로 다가온 승리의 경험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한국사회의 인권증진에 큰 업적을 남긴 이 소송을 제기하는데 용기를 내며 꿋꿋하고 멋지게 싸운 ‘김용민·소성욱’ 부부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제19회 무지개인권상을 드립니다.
수상 소감
안녕하세요.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당사자인 김용민, 소성욱 입니다.
(김용민)
이 소송은 함께 싸워온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에 가까운 논리로 소송 서면을 작성하여 승소를 이끌어내고 재판장에서 항상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었던 소송 대리인단 변호사분들, 언제나 예쁜 그림을 만들어주고 사회와 커뮤니티에 저희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두의결혼 활동가분들, 저희들의 바로 옆에서 힘들 때면 위로해주고 기쁠 때면 순간을 함께 즐겨주는 행성인과 HIV/AIDS인권행동알의 동료들, 그리고 매 기일때마다 재판장을 가득 채워주고 온오프라인으로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보내준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원들. 소송의 원고이기에 저희가 대표로 상을 받지만, 이 상은 모두가 함께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마음 모아낸 우리 모두의 승리이니 만큼, 모두에게 감사드리고 함께 축배를 들면 좋겠습니다.
비록 저희가 소송에서는 최종 승소하였지만 이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피부양자 소송은 피부양자의 지위에 국한된 소송으로, 저희 부부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동성부부로서의 온전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제 더 큰길을 향해 나아가려 합니다. 작년 10월 10일, 저희 부부를 비롯하여 성소수자 부부 열한쌍이 혼인평등 집단소송을 시작했습니다. 혼인평등 소송은 당장의 먹고 사는 시급한 문제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그리기 위한 투쟁입니다. 혼인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에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지를 지금처럼 앞으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성욱)
극우세력의 준동이 보이고, 극우정치의 득세가 관찰되는 요즘입니다. 사실 때로는 우리가 그냥 산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힘에 부치고, 좌절을 하기도 하고, 희망은 어디있는지 두리번거리기도 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고, 서로를 지키는 우리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희망은 성소수자들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우리들의 승리와, 축하와 축배를 끊임없이 거머쥘 것입니다. 힘을 비축해야 할때는 비축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때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으며, 우리의 행복한 삶과 이야기를 쌓고 또 쌓아나갈 것입니다. 비정상과 문란, 에이즈와 질병, 더럽다고 욕먹는 우리만의 삶이 곧 성공과 승리의 경험으로써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바꿀 때 결정적인 엔진이 될 것입니다. “사랑이 이긴다” 작년에 승소했을 때 저희가 외쳤던 말인데요, 우리는 혐오와 차별, 배제와 거부, 낙인과 편견을 우리들의 사랑이 이길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살아냄, 삶, 사랑이 곧 이미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공동체를 구성하고, 또 떠나보내고 또 다시 만나고 이별하거나 혹은 사별해 추모하며 또다시 모이기를 멈추지 않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30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색다른 남성성의 이름으로 친구사이가 수여할 수 있는 무지개인권상을 거대 양당 정치인도 받고싶어 안달날 때까지 무지개인권상이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상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끝까지 함께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우리나라 법과 제도가 성소수자 시민들과 성소수자 가족들의 권리를 꼭 제대로 보장할 수 있도록 싸움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웃으며 앞으로도 계속 만나갑시다!
콘텐츠 부문 수상
트랜스패런트
선정의 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제19회 무지개인권상 콘텐츠 부문 수상작으로 <트랜스패런트(Transparent)> 파티를 선정하여 발표합니다.
2022년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에 시작한 <트랜스패런트(Transparent)> 파티는 트랜스젠더들과 앨라이들이 모여 연대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획된 파티입니다. 투명한이라는 뜻을 가진 ‘Transparent’의 뜻처럼, 숨겨지지 말고 투명한 존재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단어의 생김새처럼 부모 대신 스스로를 보살피고 서로에게 부모가 되어주자는 트랜스커뮤니티를 떠올리며 지을 수 있던 이름이라고 합니다. 2024년 7월말까지 해서 총 7차례의 트랜스패런트 파티를 했고, 1회차부터 파티는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의 도움을 받아, 트랜스 인권을 보장하고 안전한 공간이 될 수 있는 파티의 에티켓을 제공했습니다. 이태원의 SCR과 한남동의 마더오프라인, 이태원의 이반업소 코끼리 등에서 개최된 이 파티는 "이 멋진 파티에 함께하고 싶다면, 우리가 존중하는 가치를 존중하라"라는 뉘앙스가 느껴질 정도로 이 파티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존중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알려 왔습니다.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기념하고 적극적으로 용기있게 드러내는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알 수 있었던 파티들이었습니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와 위협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퀴어들의 경사를 경사로 만들면서 일상의 감각을 지켜주며, 오랫동안 파티를 지속해온 <트랜스패런트> 파티에 친구사이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며 제 19회 무지개인권상을 드립니다.
수상 소감
밤새 또 눈이 소복히 쌓였습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눈으로 뒤덮힌 듯 하지만, 제게는 너무 춥고 어둡고 위험하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지난 2-3주 동안, 저는 어두운 생각으로 일도 손에 안잡히고 어두운 기분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뉴스들은 혐오를 권장하고 폭력을 일상의 풍경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서,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시간들이 너무 힘겹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트랜스패런트는 트랜지션을 시작하던 때에,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폭력적으로 존재를 부정당하는 세상안에서, 두려움을 껴안고, 자신의 모습을 포용하고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 삶을 축복하며 배우며, 응원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트랜스패런트에서 만난 사람들은 누구와도 닮지 않은 고유한 개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다양한 형태로 사랑과 삶을 가꾸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만나는 동안, 저는 많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받으며, “결국 나는 혼자남겨질거야“라는 평생 안고 살아온 공포를 지워내며, 서로를 통해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며 지난 3년을 빛으로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파티’는 우리에게 신성한 것입니다.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으로 외롭게 일상을 싸워가던 우리들이 모여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고 울고 웃으며, 우리가 모이기 때문에 이곳은 특별한 공간이되고, 우리가 함께 하기에 이 시간은 특별한 시간이 되고, 서로의 의미를 생각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가 갖게 되는 것이라 믿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이런 파티가 필요 없어져서, 파티가 소멸할때까지 트랜스패런트를 잘 이끌어가고 싶다’ 라고 말했었지만, 사실은 제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소수자들을 위한 차별, 혐오, 폭력들이 사라지고 난 세상에도 서로의 특별함을 확인하는 파티로, 파티는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서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파티를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찾아와주신 트랜스 당사자들과 엘라이 여러분들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파티가 운영될 수 있게 공간을 허락해준 SCR-서울커뮤니티라디오, 마더오프라인, ACS, 코끼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고, 포스터의 오현, 음악을 맡아 준 키티, 은, 벨라, 넷갈라, 나비, 아렉시보, 지빈, 니콜,이조코, 에어베어, 채, 유노송, 줄라이, E3, 안마루, 키라라, 이랑, 퓨쳐피어의 마크/현 음식을 맡아주었던 리즈/지훈 늘 함께 해준 에디, 시아, 성희 사진에 니콜라이, 영상에 리처드, 사운드에 준곽, 공연에 러스트, 호소, 저의 소중한 밴드 아더스메이 그리고 마지막 파티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었던 상훈님과 호영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늘 두려워하고 갈등하는 저에게 한결같이 큰 격려와 응원을 해주며, 나의 삶은 가치있고 의미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임을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 해주는 대니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큰 사랑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상금은 ‘이무기- 이태원은 무엇일까 기록하기’에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태원 트랜스젠더-클럽2F> 이라는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무기에서, 공연제작 중 적자 500만원이 발생하였고, 2월 1일 기준으로 아직 148만 100원이 모자란 상황이었습니다. 내일까지 기부를 받고 있으니, 여러분들께서도 여유가 있으시면 기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고, 주변을 보살피는 아름다운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여러분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