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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1호] 센터후원의 밤 '놈놈놈'
2011-04-04 오후 23: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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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 

[탐방기] 센터후원의 밤 '놈놈놈'

 

 

재일 (소식지팀)  

 

 

 

 

요즘 서가에서는 김난도 저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픈 청춘들의 성원에 힘입어 몇 주가 지나도록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내주지 못한 채 그 불편한 명예를 고수 중이다. 청춘은 아프다. 떨리는 흥분과 설렘으로 품었던 최초의 꿈은 감히 닿을 수 없는 환상처럼 멀어져만 가고, 더는 볼품없이 작아져버린 꿈의 크기 앞에 허망한 한숨 한 번 쉬어볼 새도 주지 않고 무섭게 내리치는 세상의 무게는 무얼 쫓아야 하는 지도 막막한 이 시대 청춘들을 초조하고 불안하게만 한다. 아프다. 그런 그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끓는 청춘의 불안과 고민들이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운지를 역설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인기는 앞으로도 확고부동해 보인다. 이런 인기가 불편하고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청춘의 아픔에 길을 잃고 방랑하는 시대의 젊음이 얼마만큼 인지를 이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의 불안이, 아픔이, 청춘들만의 이야기라고 한다면 좀 서운하다. 청춘이기에 아파야만 하는 정당한 아픔은 차라리 부럽게만 다가오고, 기쁨의 날 반드시 오고야 말리라는 푸쉬킨의 시 구절 따위야 가히 새빨간 거짓말만 같은, 열심히 찬란한 현재를 아파하라는 감상적 위로에 귀 기울일 수 없는 절박한 불안과 아픔도 있으니, 2003년부터 한국 성적소수자들의 인권과 문화 활동을 위해 힘써온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이하 센터)의 이야기이다.

상근 활동가들의 월급은 도무지 답이 나오질 않고, 올 유월이면 비워주어야 하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보증금 마련을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었지만 모인 돈은 고작 삼백만원. 당장의 절박한 가슴으로 준비한 센터의 후원의 밤 행사가 지난 17일 홍대 사운드 홀릭 시티에서 있었다.

센터 후원의 밤 행사를 위해 적게는 한 달 전부터 공연, 촬영 등을 위한 자원 활동 팀들이 긴급 결성되었고, 모두 바쁜 와중에도 아낌없이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어 연습에 연습이 거듭되었다. 행사 일주일 전부터는 사무실이 위치한 망원역의 막차 시간에 맞춰 라면과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강도 높은 연습과 의상, 소품 제작이 강행되었고, 마지막 날 밤에는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 막바지 후반작업이 공연 당일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간난신고 끝에 행사의 날이 밝고, 착한 마음 안고 찾아준 후원의 얼굴들 속에 보증금 마련을 위한 센터 후원의 밤 행사가 시작되었다. 단 한 번의 무대를 위해 손이 부르트게 연습했다는 우쿨렐레 시스터즈의 우쿨렐레 연주를 시작으로, 의상, 소품 제작 문제로 공연 당일까지 애를 태웠던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막내들의 공연과, 작년부터 이어지는 인기로 이미 유명인사가 되버린 루시아, 그리고 싼초와 싼티,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센터 활동가들의 열정적인 공연과, 무엇보다도 올해 후원의 밤의 단연 헤로인이었던 요코히메, 올 유월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한 영화 <종로의 기적> 이혁상 감독의 4년만의 컴백 드랙 쇼가 뜨거운 환호 속에 펼쳐졌고, 또 한편에서 <남성성과 젠더>의 출판을 기념하는 재기발랄한 창작 홍보 영상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공연에 유쾌한 활기를 더했다.

열악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비록 준비된 하나하나가 새로울 것 없는, 조야한 무엇이었다 하더라도 모인 모두에게 뭉클한 감동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불안한 아픔에, 어려움에, 더불어 공감하고, 이해하고, 작은 도움이나마 얹고 싶어 하는 따듯한 마음들이 전해진 까닭일 것이다. 오랜 시간, 땀으로 준비한 후원의 밤을 성공적으로, 감동적으로 치러낸 센터의 활동가들과, 함께 고생한 많은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무엇보다 더 큰, 더 많은 후원의 손길들이 이어져 지금의 난항을 뚫고 이겨내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결국엔 지나고 덮여질 아픈 청춘처럼, 지금의 아픔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밝게 빛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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