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국의 동성애자들, 동성애 문화
편집자 주/ 아래의 글은 미국에서 유학 중인 데미지 님이 영국 bbc 기사를 번역해서 보내주신 내용입니다.
원문: http://news.bbc.co.uk/1/hi/world/asia-pacific/3389767.stm
2004. 1. 13. 'BBC' 방송 위엔 챈 씀
상해 성적 소수자 핫라인(Shanghai Sexual Minorities Hotline)이라... 의도적으로 모호한 이름이다. 대다수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겠으나, 동성애 커뮤니티의 일원은 이 명칭을 보면 그 뜻을 즉각 알아차리게 마련이다. 물론 상담차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이 한두 명밖에 안 되는 밤도 있다. 하지만 오늘밤은 전화벨이 연달아 울린다.
자원 봉사자들은 에이즈 및 기타 성병에 대한 충고와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들이 주로 제공하는 것은 바로 상담과 정서적 지지이다.
핫라인 자원 봉사자이자 전업 활동가인 스티븐 구는 대다수의 통화가 인간 관계에 있어서의 문제, 결혼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사회적 압력에 대한 것이라고 일러준다.
그에 의하면 중국의 동성애자들은 종종 (동성애자)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 덕택에 (게이 친구를 사귀기) 쉽기는 하지만, 협박에 대한 괴담 때문에 겁을 잔뜩 먹은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는 깔깔 웃으며 말한다. '아쉽지만 저희가 제공하는 건 짝짓기 서비스가 아니예요. 하지만 저희도 슬슬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죠.'
또 다른 자원 봉사자이자 박사 과정 학생인 데이비드는 자기 여자 친구에게 커밍아웃하기를 두려워하는 동성애자에게 전화로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누구나 사랑하고 섹스할 권리가 있어요. 그건 기본적인 인권이잖아요.' - 핫라인 자원 봉사자 데이비드 -
'결정은 결국 전화 거신 분만이 내리실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사랑이 없으면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결혼하실 필요는 없겠죠.'
중국이 개방하면서 중국 각지의 도시에 숨어 살던 동성애자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2년 전에 정신병 목록에서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삭제한 바 있는데, 이제는 소도시에도 게이바와 동성애자들이 만나는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의 동성애자들은 인터넷 덕택에 외국의 동성애자 인권 발전 상황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유례 없는 일이다.
데이비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구나 사랑하고 섹스할 권리가 있어요. 그건 기본적인 인권이잖아요.'
바로 이같은 관점은─특히 학계에서─점차 논의되며 심지어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 있을 자리밖에 없다
중국의 유수 대학 중 하나인 복단 대학(Fudan University)은 동성애 관련 강좌를 개설한 바 있는데, 이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주류 태도가 점차 개방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리 교수가 중국의 남자 대학생 중 16%가 동성애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자 다들 놀랐다.'
그 강좌는 중국 대학에서 최초로 개설되는 것으로, 학점을 받기 위해 정식으로 수강 신청한 학생은 단 한 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실은 만원이었다.
그 결과 지각생들은 서 있을 자리밖에 없었는데, 저명한 사회학자인 리인허(Li Yinhe)는 이 강좌에서 동성애 하위 문화에 대해 강의했다.
많은 학생에게 이 강좌는 그야말로 개안(開眼)의 계기였다. 리 교수가 중국의 남자 대학생 중 16%가 동성애 경험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자 다들 놀랐다.
그녀는 중국에서 섹슈얼리티 연구뿐 아니라 전인대(전국 인민 대표자 대회) 내에서의 동성 결혼 관련 법 제정 시도의 선구자로서 유명하다.
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안서를 작성하고 그걸 저 대신 전인대에 제출할 사람을 찾았어요. 그게 협의 사항에 오르려면 30명이 필요한데, 그 분께서는 사람을 그만큼 동원하지는 못하셨죠. 동성애자 커뮤니티가 그 시도를 아주 좋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아쉽게도 목소리가 약하죠.'
그녀는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동성 결합을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가 이같은 제안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말 퍼뜨리기
중국 인민 공화국에서 동성애가 구체적으로 불법화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불명예로 받아들여져왔다.
동성애자들은 정치적 위험 세력으로 간주돼 '폭력법'(hooliganism laws) 아래에서 탄압받았다. 그러나 이들 법은 1997년에 폐지됐으며, 2001에는 드디어 동성애가 정신병 목록에서 삭제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이야말로 중국의 동성애자들이 서로, 그리고 뉴스, 생각, 정보에 접할 수 있게 된 매체이다.'
그 결과, 한결 관대해진 분위기에서 동성애 문화는 일종의 개화(開花)를 맞게 됐다. 역시 복단 대학에서 강의하며 미국 워싱톤을 근거지로 삼는 작가 겸 활동가 얼 얜(Er Yan)은 자신이 12년 전에 미국으로 떠날 당시만 해도 중국에 동성애 문화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저희는 완전히 고립된 채 아무도 몰랐죠. 전 나중에 북경에 크루징 장소랑 공원이 몇 군데 있다는 걸 알게 됐지만, 거기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신문에 "동성애자"라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언급될 뿐이었습니다. 보도고 뭐고 전혀 없었으니까요.'
다른 나라의 동성애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핵심 사안이던 HIV/에이즈에 대해 얼 얜은 당시 중국에 이에 대한 소식이 전혀 없었다고 회상한다.
'중국에서 에이즈에 대한 보도가 막 시작되던 때였어요. 가끔은 "동성애자"란 단어가 연관돼서 언급되곤 했죠. 하지만 그게 전부였어요.'
동성애 관련 학술적 연구 성과를 게시하는 웹사이트 운영자이기도 한 얼 얜은 이제 중국의 언론 매체의 동성애 관련 보도가 증가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뭣보다도 인터넷이야말로 중국의 동성애자들이 서로, 그리고 뉴스, 생각, 정보에 접할 수 있게 된 매체이다.
2001년 11월에 동성애자 웹마스터들은 북경에서 비밀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에 수 백개의 동성애 웹사이트가 존재하며, 그 수치는 날로 증가 중이다.
그 결과 중국에서 동성애 문화가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양, 그리고 홍콩과 대만 등지의 화교 사회로부터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향후의 발전 방향은 중국만의 특징을 지니리라는 것이 얼 얜의 예측이다.
'조용한 혁명'
그는 중국에서의 발전이 외국에 비해 조용하며, 공개적인 동성애자 인권 운동 없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이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미국의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다른 나라의 모델로 간주돼왔죠. 하지만 중국인이 훨씬 더 수동적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일이 그렇게 풀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금의 정치 환경에서 길로 뛰쳐나가 시위하라고 하면 아무도 말 안 들을 겁니다.'
현재 중국 각지의 도시에 있는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조용한 혁명이 전개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 얜과 스티븐 모두 중국의 광대한 농촌 지역에는 이같은 변화의 혜택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중국의 동성애자 인권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데미지 코멘트 : 중국 경제가 겁나게(!) 발전하면서 사회도 많이 변하는 것같던데, 그 덕에 우리 동지들도 숨통이 좀 트인 모양이군요. 몇 년 전에 거기 게이들이 엄청 위험한 상황에서 몰래몰래 사람 만난다는 서양 언론의 잠입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적어도 대도시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나봐요. 공개적인 커밍아웃이나 운동은 없지만 인터넷 때문에 각종 커뮤니티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우리하고 비슷하면서 다르네요. 동성 결혼 합법화 제안서를 국회에 냈다는 대목은 참 놀랍구요. 우리나라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10년 좀 넘은 지금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중국이 여러모로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암튼 어디 있든 간에 전세계의 게이 동지 화이팅!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
저희가 그들에게 받은 인상은 '놀랍다'는 거였습니다. 대단히 열정적으로 자신의 단체를 홍보하고 중국의 상황을 알려나가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희한하죠. 그 사람들 말에 따르면 핫라인 단체는 '친구사이'를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게이 인권운동의 아시아적 모델의 한 가지로 여기는 듯한 낌새도 있었고요.
십 년 전, 90년대 초반의 한국 상황과 지금 현재의 중국의 상황과 비슷하단 생각이 드네요. 90년대 후반쯤에 왕가위 감독이 북경의 화장실 게이 커뮤니티에 관한 영화를 만들 계획을 가졌었는데, 은밀히 침묵의 공간에서 형성되던 중국 동성애자 게토의 상황을 반영했던 것이라 생각해야겠죠.
암튼 데미지 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자주 힘 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