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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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30주년 활동보고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친구사이
친구사이 30주년의 활동보고 드립니다.
친구사이는 지난 30년 동안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과 함께 성장해온 단체입니다. 1994년 이후 현재까지 23명의 회원들이 대표로 선출되어 활동하면서, 회원들을 조직하여 각 부서 및 팀을 꾸리고, 상근 활동가, 회원, 소모임 등 그외 수많은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이 활동했습니다. 친구사이는 커밍아웃을 지지하고 축하하며,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적 커밍아웃 기회를 늘리고자 노력했고, 커뮤니티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챠밍스쿨, 게이컬쳐스쿨, 대중교육 사업과 소모임 활동을 지속했습니다. 단체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CMS 운영과 회칙 개정, 활동의 워라밸 기반 구축 등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인권운동 등 사회운동과의 접점을 만들고자 연대 활동을 펼치고,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와 취약함에 대해 고민하여 함께 성장하고 살아기기 위해 친구사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준비해왔습니다. 23명의 대표와 함께 그리고 그 활동을 지지하고, 함께 힘을 모아 역할을 해준 수많은 회원들의 지지와 도움으로 친구사이는 30년을 함께 해왔습니다.
왜 커뮤니티인가?
‘게이라는 표지 아래 서로 만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게 존재하는 한, 게이 커뮤니티는 계속 역동적인 활력을 보여줄 것입니다. 친구사이도 그 욕구로부터 시작된 공동체였고, 게이/퀴어로서 친밀함과 돌봄을 나누는 공간에 대한 욕구는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갖게 되는 물음들을 던지고, 대안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경쟁주의적이고 남성중심적으로 우경화되기 쉬운 위치성, 가끔은 배제의 이유가 되기도 하는 비남성적 성별표현, 외형적인 매력만이 관계맺음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문화, 제도로부터 배제되고 차별과 혐오에 신음할 수 밖에 없는 취약성. 친구사이는 우리가 가진 욕구와 문제의식으로부터 사회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타인과 함께 하는 활동 속에서 성장하는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
그 욕구와 문제의식을 넘나들며 활동하다보면, 결국 나만의 이야기만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맛봅니다. 소모임들이 지속적으로 게이/퀴어들의 이야기들 드러내어 또 다른 사회운동의 구성원들을 직접 초대하거나 또는 초대받은 현장에 참여하면서 서로의 특수성을 알아가는 시간들. 내가 타인과 연루되는 순간들 속에 나의 존재도 빛이 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매년 120~130회 이상 게시판 상담/전화 상담을 담당하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마음연결팀은 상담의 절반에 가까운 트랜스젠더/젠더퀴어/논바이너리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삶의 고민과 특수성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친구사이가 펼쳐야 할 사업, 활동의 현장을 퀴어들과 함께 일상의 이야기를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고민 등이 담긴 사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퀴어들의 산책모임> 입니다.
현재 22명의 퀴어들이 참여하고 있는 산책모임의 팀원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전주, 익산 등 전국의 지역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임 구성원들은 매주 산책 활동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MTF 트랜스젠더 참여자의 짧은 글 하나를 공유합니다. “그래 엄마도 걷고 있는 중이야. 방향을 모르고 막혀서 돌더라도 내가 손을 흔들고 있다면 이쪽을 보고 따라오겠지. 잘 걷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습니다. (엄마도)잘 따라오시길.”
2019년부터 시작한 오픈테이블도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서로 HIV/AIDS 주제로 만나고, 몸을 주제로 타인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월 1회로 총 48회가 개최되었고, 작년부터 부산에서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263명의 참석자는 친구사이 회원이기도 하고, 게이 커뮤니티 내 다양한 취미모임, 종교모임 등 구성원이고, 이반시티, 게이 데이팅 앱 잭디 등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입니다. 집단상담의 형태로 진행되는 구조에서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HIV/AIDS에 대한 가감없는 생각을 마주하고, 몸에 대한 자신만의 상처들을 나눕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마주하기 전에 서로가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고민을 던지는 자리입니다.
세대별, 지역별, 정체성별로도 만나고 있습니다. 대화의 만찬입니다. 20~ 30대 성소수자, 40~50대 남성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HIV/AIDS 감염인, 부산 지역의 성소수자 등을 2021년부터 집단상담 형태로 한해마다 4~5차 프로그램을 열어서 집단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나와 타인의 관계를 맺어가는 현장을 통해서 나의 존재도 사랑하고, 연대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더 만나고, 고통을 나누기 위해 친구사이에 힘을 모아주십시오.
이외에도 친구사이랑 친해지기. 친친 프로그램, 친구사이 놀러와 프로그램, 희곡 읽기모임 “언니의 분장실”, 친구사이 거리 캠페인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등 회원들, 게이 커뮤니티 일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습니다.
지난 6월 5일 언니네트워크와 함께 도합 50주년 축하 파티 ‘퀴어대환장파티’를 열었습니다. 퀴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다채롭게 모인 오랜만의 자리였습니다. 또 이런 자리를 열어달라고 요청하시더라고요. 친구사이는 이러한 자리는 결국 게이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퀴어 커뮤니티 일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 삶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고통을 알아가는 시공간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퀴어들의 삶의 일상과 고통을 나누는 데 직접 기획과 준비, 참여활동으로도 도움 주시고, 이러한 시공간이 열릴 수 있도록 일시 기부와 정기후원으로 힘을 보태 주십시오. 지난 30년의 활동의 책임과 무게에 더욱 더 직면하겠습니다.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합니다. 권리의 실현을 위해 상생하고 연대하는 욕구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다방면의 매력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와 타인의 삶의 무게 속에서 성장하는 친구사이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8월 30일 열린 친구사이 30주년 기념식 <794230>에서 발표한 친구사이 30년 활동보고와 같은 글입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