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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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3]
언니의 분장실 낭독 공연 후기
2023년 12월 10일과 23일, 중년 게이 또는 중년을 준비하는 게이 친구로 구성된 친구사이 내 희곡 읽기 모임 '언니의 분장실'에서 모임 발족 후 첫 낭독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낭독 공연에 참가한 모임 구성원 및 관객의 후기를 각각 공유드립니다. - 소식지팀 |
언니의 분장실 낭독 공연 <래빗홀> 후기
좋아하는 작품이라 설레는 마음이었다. 얼마나 멋있게, 재밌게, 감동적으로 잘 연기해 줄지를 기대했다기보단 이 얘기를 그들이 어찌 읽었는지, 어디가 어떻게 좋았기에 선택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지가 궁금했다. 때문에 작품 자체를 감상하기보단 동료인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마음과 머릿속을 즐겁게 헤아려 보는 시간이었고, 마침 얼마 전 다른 아마추어 극단에서 낭독극으로 공연한 것을 보았기에 비교하는 맛도 있었다.
어떤 순간은 평소 모임 시간에 낯선 작품을 처음 읽을 때와 다름없이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장면은 서로의 감상과 해석을 충분히 나누고 마음을 모아 함께 공들여 빚은 태가 나기도 했다. 어떤 대사는 그렇게 힘을 준 지점의 핀트가 좀 어긋나 되려 흐름을 해치는 듯했고, 어떤 호흡은 설계된 의도인지, 우연한 기적인지 궁금해질 만큼 기가 막히게 맞물려 몰입감을 키워 주었다.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 흥미진진했다.
인터미션 때는 배우들도 함께 나와 어울려서 잠시 한숨 돌리며 휴식했다. 한 배우에게 물었다. “어땠어요?” 그녀는 ‘틀리지 않’고,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압도되어 괴로웠다고, 여전히 긴장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맡은 배역이 또 하필 격정적인 감정으로 시종 분투하는 인물이어서 그런 감각을 더 가중해 느끼는 것도 같았다. 그 모습이 참 순수해 보이고 사랑스러웠다. ‘틀리지 않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자연인으로서의 나, 배우 된 내가 더 멋져 보이길 바라는 욕망의 산물일 수도 있지만, 내가 전하고 있는 이야기와 인물에 대한 진지한 애정, 마음 깊이 존중하며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싹틔우기도 한다. 그녀뿐 아니라 무대 위 모두가 본인의 캐릭터와 이 작품에, 이 모임에 흠뻑 빠져 진심을 다하고 있는 얼굴이었다.
막이 내리고, 아직은 극에서 미처 덜 빠져나온 눈빛으로 박수를 받는 그들의 좀 어색하고 얼떨떨한 미소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세심하고 다정한 작품이 풋풋하고 순박한 배우들을 만나 시너지와 케미가 더욱 좋았다고 생각한다. 자주 보고 싶은 모습이었다. 계속 응원하고 싶다. 그녀들이 영원히 멈추지 않길, 더욱 많은 회원들이 함께하길 바란다.
친구사이 회원 / 순재
언니의 분장실 낭독 공연 후기
작년 상반기 언니의 분장실에 참여하며 욕설이 있는 짧은 대사를 모임이 끝날 때쯤 양해를 구하고 다시 읽어본 적이 있다. 감정을 마구 쏟아내는 경험은 나에게 묘한 쾌감을 느끼게 했다. 나의 의욕적인 모습을 보고 미로님은 공연을 해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2022년 11월부터 시작된 언니의 분장실에서 공연이라는 결실을 맺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 될 수 있었다. 실제 공연을 하는 것은 여러모로 준비할 게 많고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지만, 낭독극을 한다면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공연 준비를 하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다가 하반기가 되며 낭독극 공연이 확정되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개인 사정이 있어 출연진이 한 번에 모이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며 희곡 낭독 모임에서는 훑고 지나가던 대사들을 천천히 되짚어가며 읽어갔다. 극의 내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극 중 인물은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등을 고려하여 읽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가 극 중 인물을 이해하며 대사를 읽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의 차이는 극의 분위기를 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그리고 대사를 하면서도 상대 배우와 말을 주고받는 것에도 중점을 두면서 연습을 해나갔다. 극의 연출이 하나씩 정리되어가고 두 번의 낭독극을 공연했다.
첫 번째 공연에서는 실수를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으로 바짝 얼어붙어 있었다면 두 번째 공연에서는 관객과 같이 호흡하려는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관객의 호응은 배우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었다. 그 힘이 극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끝가지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가 공연이 끝나고 나니 벅찬 감동과 함께 시원섭섭한 마음이 느껴졌다. 두 번의 낭독극을 하면서 나는 한층 성장했다. 이제는 조그만 실수에 전전긍긍하는 것을 넘어서 극의 내용에 집중하면서 자신감 있게 낭독을 하려 한다. 이런 모든 것들은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경험이었다. 언니의 분장실의 회원들과 미로님에게 감사드린다.
언니의 분장실 / 소나기
박재경
오랜만에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