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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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5]
2024년 상반기 교육프로그램
'벌거벗은 Q – 성소수자가 꿈꾸는 무지개 다리' 후기
작년에 이어 올해, 친구사이 교육팀에서는 <벌거벗은 Q>라는 발칙한 교육명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마련했습니다. 그 포문을 연 프로그램은 바로 ‘성소수자가 꿈꾸는 무지개 다리’인데요. 나와 주변 성소수자의 죽음 앞에 어떻게 장례를 치루고 애도할 수 있는지, 내 뜻대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열정적으로 강의를 들으시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돌아보며 유언장 쓰기 체험도 함께해 주셨습니다. 유익한 교육 진행해주신 뀨뀨님과 류민희 변호사님,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참가자 중 몇 분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 친구사이 교육팀장 크리스 |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치겠지만 막상 장례와 유언 등 죽음에 대한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죽음에 대해 입에 올리는 것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든 상황이겠지요. 과거 성교육이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이루어지던 것과 유사하게 답답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게 제가 강의를 신청하게 된 계기였고, 강의를 들으면서 이것이 저 혼자만의 답답함이 아닌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라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문제란 개개인의 사례들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 문제점들로부터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강의에서 명확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례들과 현상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산업화되어 있는 장례 형태로 인해 고인에 대한 애도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례나, 죽음에 대해 현대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적인 문제들까지요. 개개인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가 더 미루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앞에 1인 가구 시대, 고령화 사회가 당면한 만큼 더 늦기 전에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유도하고, 개선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 소수자들의 입장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고요.
너무 먼 사회적인 문제까지 많이 논하지 않더라도, 제 개인의 차원에서 강의 시간에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법적인 형식에 맞는 유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익한 강의였습니다. 좋은 강의를 제공해 주신 친구사이와 강사님들께 감사합니다.
'벌거벗은 Q' 참가자 / 찬웅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활동명) 고아라입니다. 저는 성소수자로 살면서 다양한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경험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거나 준비를 해둔 경험들 또는 해 둔 일이 없지 뭐예요... 그러던 중 ‘성소수자가 꿈꾸는 무지개 다리’라는 관련 교육프로그램이 있어 친구사이에 신청 후 교육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는 데 정말 유익한 교육 내용들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성소수자들의 장례식 문화였습니다. 그곳에는 안타깝게도 가족구성원이 없는 퀴어들,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퀴어들이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던 사례들이 많았고, 애도의 권리마저 잃어버리고 있다는 현실에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퀴어의 삶에도 차별없는 탈가부장:례식이 필요해’라고요. 그리고 이에 맞는 사회법, 제도가 개선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삶에 있어서도 ‘벌거벗은 Q – 성소수자가 꿈꾸는 무지개 다리’ 교육 내용들처럼 죽음에 대한 준비자세와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해 나가는 과정들이 미리미리 서로에게 깃든다면, 너, 나, 우리 모두의 삶이 외롭지 않을 것임을 상상해 봅니다.
'벌거벗은 Q' 참가자 / 고아라
처음 교육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나를 알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게이지만 세상에서 나를 숨기기에만 급급하고 내가 누구인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막연히 ‘이렇게 살다가 늙어 죽겠지’라고 생각했다. 애인과 동거를 한 후, 애인 혹은 내가 세상에서 먼저 떠난다면 남겨진 사람은 굉장히 외롭고 공허하겠다는 생각만 할 뿐이며, 이런 생각을 하면 뒤따라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나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늘어갈수록 나를 알고 싶어졌고 여러 루트를 찾아보다가 이번에 ‘성소수자가 꿈꾸는 무지개 다리’ 교육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교육 주제와 내용을 읽고 그동안의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을 것 같아 교육을 신청했다.
첫 주 언니네트워크 뀨뀨님의 교육에서 배우자의 죽음과 무연고 장례, 무지개상조 이야기를 듣고 제도 안팎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람답게 보내줄 수 있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러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내가 숨어지내는 사이에 우리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싸움과 나아지기 위한 노력 그리고 많은 상처의 시간을 보낸 것이 느껴졌다.
둘째 주 류민희 변호사님 초청 강의는 애인과 동거를 하고 있어서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아직 우리 둘 중 한 명이 죽은 경우, 남겨진 사람을 위한 보호장치가 없었는데 강의를 들으며 유언장으로 서로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유언장을 작성해 보니 생각보다 더 진중하게 작성할 수 있었고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를 정리하게 됐다. 주변 지인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되면 우리의 삶도 노년을 장담할 수 없다. 혹시 생기게 될 나로 인한 슬픔에서 현실적인 고통까지 더해주고 싶지 않기에 유언장은 항상 갱신하려고 한다.
교육을 받기 전 나는 나 또는 배우자, 친한 지인이 죽은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그리워하고 우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망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법적인 관계를 증명할 수 없는 나, 성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2주간의 교육을 들은 후 현재의 나는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현재에도 우리 둘 중 누군가의 죽음과 죽음 이후의 상황까지도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교육이 끝나고 소감을 쓰면서도 아쉬운 점은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당연히 우리의 권리를 누리고 우리가 보호될 수 있도록 세상이 좀 더 변화됐으면 좋겠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벌거벗은 Q' 참가자 / 민수
박재경
오랜만에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