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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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전에 친구사이가 절 기용했습니다. 친구사이에는 3개월 신입 상근활동가 수습기간이 있습니다. 이 동안 상근활동가는 적응에 필요한 교육들을 받습니다. 수습을 마치고, 이제는 정직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기용입니다. 오늘은 자기소개를 좀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20대 초반에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성소수자 동아리를 만들었고, 지금은 해산한 대학 성소수자 모임 연대체인 QUV에서도 활동했습니다. QUV를 기반으로, 성소수자 인권 연대체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했었습니다. QUV에서 만난 동료들과 청년 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을 만들었고, 지금도 친구사이 상근활동을 하면서 다움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제 20대 삶의 절반은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친구사이 상근활동까지, 이렇게만 보면 전형적인 운동권같은 느낌일 것도 같습니다.
근데 저는 사실 겁쟁이입니다. 철두철미하게 계획적인 사람은 전혀 아니지만, 납득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이 세상이 납득할 수 없어서 납득할 수 있게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예측가능성도 중요해서 제가 살아왔던 경험의 범주를 쉽사리 넘어서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보적인 사람처럼 보여도, 사실은 겁이 많고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찜방이나 다크룸 같은 곳도 못 들어갑니다..)
저는 혼자 할 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대단히 가진 것도 없어서 항상 동료와 친구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상근활동가라고 뽑아놨더니 사실 소심하고 혼자서는 장점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니 실망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경험한 인권운동에서는 저 같은 사람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제가 잘하는 게 있었어요.
인권활동가는 낙관과 비관과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알아서 나아질 거라는 낙관과 싸워야 하고, 세상은 바뀌지 않을 거라는 비관과 싸워야 합니다. 대신 우리가 함께 움직이면 세상이 변화할 거라는 확신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것, 그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세상이 납득 가능하게 변화할 거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저는 친구사이가 세상을 변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사람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 변화의 시도들은 언제나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그 의지가 이어져 세상을 바꿔왔습니다.
제 꿈은 그 변화의 연결고리가 되는 인권활동가입니다. 더 많은 게이들과, 성소수자들과, 한반도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을 만나고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연결하고 싶습니다. 그 어떤 단체들보다도, 커뮤니티 단체를 표방하는 친구사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더럽다고 낙인찍히던 게이들이 여성, 장애인, 난민, 약물사용자, 성노동자 등 더 다양한 사람들과 가장 잘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친구사이가 만들어나갈 민주주의는, 과거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을 넘어, 소수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살아가고 세상을 바꾸는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저는 친구사이가 격려가 모이는 단체였으면 좋겠습니다. 상근활동가들에게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변화를 선동하는 단체이길 바랍니다. 저는 그 격려로부터 돌봄도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사이에 놀러오는 ‘친구’들이, 어떤 용기를 얻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외모와 매력으로 용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지지와 격려 속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단체.
그리고 변화의 흐름에도 지독히 얽히길 바랍니다. 격려가 용기가 되고, 그 용기가 변화가 될 수 있는 단체. 저는 친구사이가 그런 단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격려 없이, 세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기용
와 글이 멋지면서도 맛있는 느낌...!! 기용님 응원합니다 저두 친구사이에 격려를 보탤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