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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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4]
제17회 무지개인권상 후기와 수상소감
지난 5월 27일, 서울 낙원상가 엔피오피아홀에서 <제17회 무지개인권상>이 개최되었습니다. 제17회 무지개인권상은 2022년 성소수자 인권 개선에 기여한 후보들 중 선정하였습니다. 콘텐츠 부문은 <켐섹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국 상황에 대한 보고서>가, 개인 및 단체 부문은 <퀴어여성네트워크>가 각각 수상했습니다. 인권상 선정은 친구사이 전직 대표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만장일치로 진행되는데, 올해도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고심이 많았습니다.
활동스케치를 통해서 친구사이 선정위원회의 선정의 변을 다시 한 번 공유드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수상자들의 수감소상을 읽어보시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 커뮤니티 내에 드러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드러내고, 지치지 않고 투쟁하여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드러내 인정받은 일들의 의미를 짚으면서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나아갈 방향도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큰 웃음과 따듯함이 공존했던 무지개인권상, 내년에도 기쁨을 나누는 자리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시 한 번 수상자들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이번 제17회 무지개인권상은 잭디 코리아가 후원해주셨고, 직접 매니저께서 시상을 맡아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시상을 함께 해주신 전직 대표이자 선정위원회의 신정한님, 그리고 수상소감을 나눠주신 나미푸, 타리, 나기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아래 수상소감들을 공유드립니다.
제17회 무지개인권상 컨텐츠 부문
<켐섹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둘러싼 한국 상황에 대한 보고서>
수상소감
<켐섹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둘러싼 한국 상황에 대한 보고서>는 켐섹스(Chemsex)를 하는 게이남성의 위치에서 약물 사용의 경험과 맥락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2015년부터 모임을 시작한 연구모임POP는 주로 게이남성이 약물을 처음 접하는 상황, 다시 약물을 찾게 되는 이유, 약물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주목하였습니다. 약물 자체가 화학적인 작용을 일으키고 몸에 각인되고 갈망을 일으키지만 그것은 게이남성으로서 성적 쾌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가지 장벽을 넘어서게 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그 장벽은 사회적인 차별과 내적인 낙인, 커뮤니티 안의 위계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또한 약물 사용은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 되고, 사용하는 방법이나 양, 빈도, 개인들의 상태에 따라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삶에 중대한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국가는 사용자를 처벌하고 악마화하면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할 뿐입니다. 게이 데이팅 어플에 경찰들이 상주하면서 함정수사를 하며 실적을 올리고 커뮤니티를 파괴해왔습니다. 윤석렬 정권은 아예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고, 경찰청장은 테러범에 비유했습니다. KNN을 비롯해 일부언론은 약물 사용자와 HIV감염인, 게이남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버무려 조작된 방송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쟁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죽이는 일이 아니라 살리는 일에 세금을 쓰고 공권력을 봉사하게 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 커뮤니티의 일부인 켐섹스와 거기에 참여하는 이들을 누가 어떻게 케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기 위해서 실제 사용자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각색하고, 이렇게 펴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많은 부담과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출연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게이 남성이라는 이유로, 피엘이라는 이유로 이 마약과의 전쟁 시기에서 형사소송절차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함은 물론, 근본적으로 켐섹스를 둘러싸고 만들어지고 있는 여러 이슈들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해나가야 하는 때입니다.
우리는 켐섹스에 참여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출현할 권리”를 가진 것으로 위치짓고 공적인 영역에 꺼냈습니다. 무지개인권상 수상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출현하는데 조명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 존재해왔고, 이렇게 출현한 약물 사용자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약물 사용으로 관계가 단절되거나 처벌을 받거나 건강이 나빠지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약물 사용을 근절하거나 약물 사용자를 없애려고 하는 것은 전혀 현실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어떻게 이 물질을 관리하고, 어떻게 약물사용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관계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을지 모색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약물 사용자를 위해서 우리 커뮤니티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으고, 우리 커뮤니티 구성원이 전문가가 되고,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지지와 지원을 제공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이 보고서가 그 길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연구모임POP는 약물로 인해 자살을 하거나,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많은 친구들을 목격해왔습니다. 불법화된 존재로서, 사회적인 낙인 속에서, 본인 스스로의 자괴감 속에서,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을 수 많은 켐섹스를 하는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우리가 사회와 커뮤니티가 켐섹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약물 사용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수많은 시간 동안 진행되어온 인권운동, 특히 HIV/AIDS 운동으로부터 배운 것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HIV 감염인이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미검출이 됐다고 해도 차별과 낙인이 강고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감염인이 약을 열심히 먹는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켐섹스를 하는 사람이 처한 어려움도 그렇습니다. 약물 사용자가 스스로 건강을 돌보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살아갈 이유를 곁에 있는 사람과 사회가 함께 만들어내야만 합니다. 그렇기에, 이 보고서를 통해서 사용자의 삶과 이야기를 커뮤니티에 전달하고, 정당한 개입을 요구합니다.
끝으로, 수상의 영광을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신 박재경, 이승현님, 편집디자인을 해주신 워크룸 김형진 실장님께 돌립니다. 지금은 여기에 없지만 연구모임POP가 켐섹스 이슈에 접근해나가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주었고 지지해준 세 분, 데이비드 스튜어트님, 임찬혁님, 이도진님께도 인사를 전합니다.
제17회 무지개인권상 개인 및 단체 부문
<퀴어여성네트워크>
수상소감
코로나로 인해 공공체육시설의 대관이 전면 중단되고, 다수가 모이는 행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퀴어여성게임즈도 긴 시간 열리지 못했습니다. 2022년에는 시설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지만 코로나 3년동안 미뤄진 모든 시장배, 구청장배 농구대회 배드민턴대회 등 공적 체육대회로 인해 대관장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순간 이건 또 교묘하게 다른 이유를 대는 대관차별인가 혼란에 빠질 정도로 가능한 체육관이 없었습니다. 그런 공적인 체육대회가 열리기 어려운 정도의 작은,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게 해준 체육관을 다행스럽게도 찾아서 2022년 퀴어여성게임즈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몸들이 보이고, 부딪히는 현장, 그 자체가 퀴어여성게임즈의 의미이자 목적이였기에 2022년은 어떤 규모, 어떤 형태든 일단 개최한다를 목표로 했던 것 같습니다. 퀴어여성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퀴어여성게임즈를 시작했을 때의 다짐만큼 더 많은 퀴어가 연루되는 행사로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응원이라고 생각하고 귀한 상을 주신 것 감사합니다.
특히 이 상은 "헌법 제11조 제1항,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 비추어 ‘기본권의 수범자인 국가, 지방자치단체, 기타 공법인이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위는 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라는 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동대문구의 퀴어여성네트워크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한 손해를 증명하기 위해 애쓴 변호인단 여러분께 바치고 싶습니다. 아마 이번에 무지개인권상을 받은 까닭도 이 판결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변호인단 조혜인, 류민희, 장서연, 백소윤, 한가람 님께 감사합니다. 퀴어여성네트워크의 싸움을 쭉 같이 해준 성소수자인권단체 동료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보냅니다.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기용
다들 묵묵히 길을 걷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망하지 말고 아프지 말고 그렇게 묵묵히 걸어갑시다.
옆에서 응원만 하고 싶은 1인. 호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