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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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36
: 지보이스 20주년 기념 공연 ‘노래 노래 노래’를 마치고
우여곡절 맞이한 지보이스의 20주년, 올해는 기념 앨범 발매도 하고, 후원주점도 진행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정기공연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려 내야 할지… 첫 정기공연 회의 이후로 계속해서 고민을 해왔습니다. 단체의 20주년이지만, 모든 인원들이 20년간 함께 한 건 아니고, 새로 올해 참가한 단원도 많이 있으며, 각자가 지보이스와 함께한 시간들이 다른데, 어떻게 20주년이라는 공연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그린 그림들이 모두가 해답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그동안 부른 노래들과 그로 인한 만남들을 생각하고, 그 과정들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공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노래를 모두 부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노래들은 최대한 넣어보자!”라는 음악감독님의 의견으로 올해는 21곡이라는 엄청난 수의 노래들을 하게 되었는데, 역시 제목 따라 공연 간다고… 연습 때는 수많은 곡들의 지옥이었습니다.
그렇게 지옥의 공연 준비 이후 시작한 공연 오프닝! 아이브의 <애프터라이크>와 <I will survive>, <난 괜찮아>, <Can’t get you out of head> 무려 4곡을 믹스업한 노래에 2023년을 살고 있는 지보이스의 모습들을 담은 개사까지 합쳐져 아주 화려한 오프닝을 장식했습니다.
올해는 무려 5부의 구성이었는데, 1부(그 봄 함께하던 동무들이)에서는 문득 지보이스를 그리워하는 단원들, 함께하는 합창을 사랑하는 단원들의 모습들을 생각했습니다. 그중 기억에 가장 남는 곡은 <무지무지 무지개>였습니다. 우리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기 위해 커밍아웃을 했지만, 자긍심과 동시에 바르게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합니다. 우리 모두 사랑을 하고 받고 살고 싶을 뿐인데!
이후 2부(어떻게 말할까요), 3부(들어봐 나의 소망을, 나의 선택을)에서는 지보이스가 20년 동안 연대활동을 하며 만난 사람들과, 우리가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만나기 전의 모습까지 그려보았습니다. 공연 후기 찾아보던 중 저희가 보낸 노래들을 잘 받으셨구나 하는 글들이 보여서,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공연 중간에는 단원들의 이야기로 사회를 대신하였는데, 첫 타자는 단장과 신입단원인 슈가! 이 수많은 대중 앞에서 당당하게 FTM 게이라고 말하고, 우리에게 형이라고 부르겠다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아 제 대사는 놓치고 말았습니다(민망). 신입단원들이 지보이스에 점점 스며드는 모습이 올해 저에게 특히 더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이십 년, 성인이 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체와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상상해 보지 않았습니다. 지보이스의 코러스보이(현 음악감독)님은 20년을 함께 했는데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노래를 불러왔습니다. 상처를 주고받는 것은 모두가 피곤해하고 싫어하는 일이겠지만, 우리는 관계를 맺어오면서 누군가와 그렇게 되어버리곤 합니다. 그리고 마음에 구멍을 남기고 떠난 친구들, 어쩔 수 없이 함께 할 수 없는 친구들까지, 모든 관계를 생각하면 우리는 이 피로한 과정을 왜 이렇게나 오래 지속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4부(아 너의 목소리 들리지 않으니), 5부(우리는 종로의 기적이야)의 노래 속에서, 그리운 마음을 이야기했고, 그리고 다시 우리를 찾아준 친구들(휴식단원, OB) 덕분에 기꺼이 마음을 내준다면 그래도 우리는 다시 노래를 나누고 감정을 나눌 준비가 모두 되어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노래와 수많은 시간들이 가끔은 무의미하고 스쳐 지나갈 뿐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것, 노래와 커뮤니티와 함께한 시간들의 의미를 계속해서 찾아가다 보면 더 행복한 삶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20년 동안 함께 노래하고 노래를 들어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공연이 무대의 단원뿐만 아니라 보는 분들에게도 큰 영감으로 다가갔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차별의 시간은 길었고 지금도 여전하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그리 무의미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계속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지보이스 정기공연 상영회 일정
2023 프라이드 엑스포에서 지보이스 공연 실황이 공개됩니다.
공연을 못 보셨거나, 다시 한번 보시고 싶은 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프라이드 엑스포도 보고 지보이스 공연실황도 보고
단원들과 간단한 GV도 진행된다는 소식?!
퀴어력 충전! 극장에서 만나요!
▶장소 : 메가박스 아트나인 9관 (이수역)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 89 골든시네마타워 12층
▶시간 : 1회차 14:00 2회차 16:30 (러닝타임 2시간)
▶예매 : 이벤터스 전석 1만원(예매오픈 10/19 오후2시)
https://event-us.kr/gvoiceseoul/event/72907
(사진 : 터울)
지보이스 단장 / 상필
[160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36 : ⟪잘하면 유쾌한 할머니가 되겠어ㅡ트랜스젠더 박에디 이야기⟫ 박에디 작가 초청 모임 후기
2023-11-02 13:06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