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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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ㅈㄴㄸㅌㅈㅅ EP4:
탈락, 그리고 구혼 은퇴 선언
주재원 선발에서 최종 탈락했다. 기나긴 도전의 마무리는 탈락에 대한 원망보다는 완주의 소감으로 꾸리고자 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이 나라에서 외국 바이어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해외주재원은 흔히들 승진의 꽃이라 불리운다. 회사에 욕심이 있는 나에겐 주재원 공모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좋지 않은 예감은 시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주재원에 지원한다고 하면 첫 질문은 바로 결혼 유무였기 때문이다. 가정을 가진 직원이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하고, 자녀교육비 지원 등 제도적으로도 기혼자 중심으로 짜여 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미혼인 지원자에게 결혼 의사를 물어보는 것 역시, 결혼/출산이 하나의 스펙으로 지원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압박과 함께, '가임기' 자원으로서 언젠가 사회적으로 '제 몫'을 해낼 것이라는 이른바 충성도 테스트와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게 된 이유는 시대가 도왔기 때문이었다. 외벌이론 자녀양육과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탓에 주재원 지원자 수가 급감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논하는 시대에, 일방이 경제활동을 그만두고 배우자를 따라 해외로 나가는 해외주재원 생활의 인기가 시들해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주재원 공모 결과 발표에서 기혼자의 압도적인 승리를 보며, 오히려 그들의 가치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 시대에 마치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바람직한 인재상이 된 것이다.
물론 이 세상 모든 인사가 그러하듯 탈락의 이유가 결혼 유무가 전부였다고 말할 순 없다. 두드러진 결격 사유도 없지만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낸 것도 아니기에, 아쉽게도 다음을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명 사회가 추구하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동질성의 밖에 존재인 내가 느끼는 벽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다.
구혼 포기 선언을 하고자 한다. 이제껏 결혼하고 싶은 청년으로 자리매김하며 정해진 트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발버둥친 것에 대한 은퇴이자, 동질성이라는 허상에서의 탈퇴이다. 아쉽게도 내년도 전략은 눈치싸움이 될 것이다. 기피 지역을 지원하는 것이다. 합격자 뒤에서 박수를 치며 고민은 끝없이 이어진다. 메인에서 있지 못하면,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