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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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차별금지/평등법 제정 촉구 비상시국회의 및 비상시국선언
2022년 4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비로소 차별금지법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했습니다. 2007년 차별금지법안이 처음 발의된지 15년만의 일이자, 두 명의 인권활동가가 11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간지 16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틀 뒤인 28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및 비상시국선언"이 개최되었습니다. 이날 현장의 공기를 사진과 글을 통해 만나보시겠습니다.
먼저 오전 10시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회의가 열렸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박래군 공동대표의 사회로 회의가 시작되었고, 희망을만드는법의 조혜인 변호사께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경과를 보고해주셨습니다.
단식 18일차에 접어든 두 명의 인권활동가, 이종걸님과 미류님의 모습입니다.
11시 차별금지/평등법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준비된 비상시국선언문(안)에 대한 논의와 승인 절차가 진행되었습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께서, 원안에 더해 "4월 임시국회가 거대양당의 정쟁으로 종결"된 사실, 더불어 "지방선거 전인 5월 임시국회와 본회의 때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문안의 삽입을 요청하셨고, 현장에서 문안 추가가 승인되었습니다.
이윽고 11시부터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기자회견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유튜브 라이브로도 송출되었으며, 위 링크를 통해 현장의 발언을 다시 경청하실 수 있습니다. 김민문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의 사회로, 총 8명의 발언과 2명의 단식자 발언으로 구성된 이날 기자회견의 발언들을 한분 한분씩 살펴보겠습니다.
"평등은 밥입니다. 평등은 일입니다. 평등은 쉼이고 잠입니다." (김민문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사회자)
"전장연은 장애인이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할 기회를 가지고 장애인 거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탈시설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시민의 권리를 21년 외치고 있습니다. […] 출근길에 지하철 타는 것이 비장애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진대, 장애인이 출근길에 지하철 타는 것은 신성한 일자리, 컨베이어 벨트가 끊기듯,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그를 따르고자 하는 사람은 혐오와 비난과 온갖 욕설로 장애인들을 지하철에서 추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
저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람의 관계를 바꾸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관계를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존엄성을 쟁취하는 응당한 시작은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요즘 매일매일 성소수자 편지 행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말이 편지 행동이지, 사실은 커밍아웃 행동입니다. […] 매일매일 우리가 누구인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얼굴과 이름, 사는 동네와 정체성까지 모조리 다 드러내면서, 실질적으로 우리가 이 사회의 구성원이고 이웃이라는 것을 존재를 통해서 계속 증명하고 있습니다. […] 이 행동은 우리에게 아주 힘든 결정입니다. […]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에게는 내가 누구인지 드러내는 것부터 가로막힙니다. 드러내는 순간 온갖 욕설은 기본, 폭력과 차별에 시달려야 하는 세상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세상의 장벽을 꾸역꾸역 밀어내고 끝끝내 나는 누구다, 게이다, 동성애자다, 바이섹슈얼이다, 트랜스젠더다, 레즈비언이다, HIV 감염인이다 말하는 것, 그 어렵게 토해내는 외침의 무게를 아십니까?" (소성욱,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저도 90년대 중반 때 다리를 다쳐서 장애인 아닌 장애인으로 6개월 정도 제가 휠체어를 타고, 목발을 짚고 생활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진짜 택시를 타려고 하면 택시가 제 앞에 서려다가 그냥 지나가고, 버스를 타기에도 그렇고 그래서 버스 정거장 다섯 정거장을 매일 목발을 짚고 걸어다니고, 그리고 택시를 타려 그러면 첫 번째 택시를 손님이 여자이면 그날 하루 운이 나쁘다고 궁시렁대면서 안 태워주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제가 살면서 겪었던 차별들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또 연예인으로서, 제가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이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방송에서 당했던 차별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앞에서는 굉장히 당당했고, 여러분이 보시기에 너무 유쾌한 삶을 살았지만, 뒤에서는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고, […] 나로 인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다 비수로 돼서 돌아왔을 때, 저는 활동 이외에 집에 가면 입을 열지 않았어요.
그게 너무 좀, 지금까지도 굉장히 버릇이 돼서, 방송에서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저와 평소의 제가 많이 달라졌어요. 저를 개인적으로 만나면 하리수씨 방송하고 다르게 너무 조용하시네요, 할 정도로 말을 안하고 살아요. 그게 바로 차별에 제가 대처하는 방법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리수, 연예인)
"노동 현장은 우리 사회에 있는 모든 차별이 집약되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별에 따른 차별, 연령에 따른 차별, 외모에 따른 차별, 국적에 따른 차별, 모든 것이 노동현장에서는 차별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 어느 누구도 완벽한 다수는 없습니다. 정규직인 여성은 다수입니까, 소수입니까? 어느 공간에서는 자신이 다수일 수 있지만, 어느 공간에서는 모두가 소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차별금지/평등법을 제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다수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열심히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인권활동가들은 보통 후면에 있는데, 인권활동가들이 이렇게 전면에 나서서 단식하고 어쩌고 할 때는 세상이 그만큼 위태롭다는 걸 말해주는 거거든요. […]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 묻습니다. 저와 같은 인권활동가들은 각자도생의 반대말을 정치라 여깁니다. 정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한 삶의 양식과 제도들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출발점이자 토대가 되는 기본법조차 만들지 못하는 정치는, 시민들에게 정치의 죽음을 고하고 있습니다.
시민 사이에 위계를 나누고, 인권의 가치와 명분마저 걷어치우는 이익 추구와 당파적 경합은 정치의 죽음으로 가는 길일 뿐입니다. 정치의 죽음으로 가는 길에서 제각기 노잣돈을 아무리 챙긴다 한들, 그 노잣돈 어디에 쓰겠습니까? 정치의 소생을 위한 길로 노정을 바꾸십시오. 그 이정표가 되는 인권의 가치는, 아무리 나눠 써도 채워지고 넘쳐나는 정치의 자산이 될 것입니다." (류은숙,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
"우리가 눈떠보니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정작 선진국의 중요한 법적 토대, 차별금지법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 평등이 생존이고 평등이 밥입니다. 한마디로 평등이 민생의 기초입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최우선 민생 입법입니다. 국회가 말합니다. 이제는 민생 입법 차례라고. 민주당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이 최우선 민생 과제이자 민생 입법 과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가가 더 이상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존엄과 평등의 편에 서겠다는, 약자와 소수자의 편에 서겠다는 결단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 결단과 선언은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의 존엄, 모두의 평등, 모두의 자유를 위한 것입니다. 이것은 헌법의 실질화이자 헌법의 구체화입니다. 헌법의 발전이고 글로벌 스탠더드로의 도약입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되면서 가장 공들였던 법안이 차별금지법, 평등법이었습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이 문제로 한 개인의 삶, 한 국가, 전 세계, 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실 이 자리에 오면서 예전에 성폭력특별법을 만들 때, 호주제 폐지를 원할 때, 국회가 정치인들이 했던 이야기가 무엇인가 하면, 이 법이 만들어지면 사회는 굉장히 혼란에 빠질 거다. […] 무르익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들이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법이 만능이냐, 이것이 국회에서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 합의 수준이 이르지 않았다, 조급하다, 저는 너무나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저는 […] 우리 힘의 관계 속에서 정치인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마음을 열어주세요, 이런 간청의 형식이 참 저는 못마땅합니다. 우리는 권리로 요구해야 하고 주장해야 되고, 이것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 국민의 권리로 쓴소리를 말해야 하고, 이름도 말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한국 사회가 차별금지법을 이번에 만들어내지 못하면, 저는 향후 또 15년이 갈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에 꼭 제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영애, 제8대 국가인권위원장)
"최근의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국민의 대다수가 이 법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특별히 기독교의 반발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종교계의 목소리로 지역 목사님들의 거센 반대로 차별금지법 만들기에 주저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표가 떨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서 두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첫 번째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과대표되어있다는 사실을, 저는 목사로서, 그리고 평생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의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정치인에게 정말 확실하게 말합니다. 현장에서 목회를 하는 사람으로서 교인 대다수는, […] 이 법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
두 번째는요, 여러분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저와 같은 목사들, 저와 같은 교인들 표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특히 다수당을 이루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게 저는 말합니다. 차별금지법을 제정 안한다고 해서 보수적인 기독교 표가 여러분에게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절대 안 갑니다. 오히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시면, 저 같은 사람들이 망설이지 않고 표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 사실이 드러날 것입니다. […] 이제 정치권의 종교 탓을 그만 멈출 때가 되었습니다." (홍인식, NCCK인권센터 이사장)
"지금 18일째 곡기를 끊고 있지만, 사실 이 곡기만으로 삶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평등을 위해 미류 활동가와 같이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뜻깊고, 법을 만드는 투쟁에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과 같이 인간의 삶을 존중하는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당당합니다." (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우리는 이미 평등이 밥이라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서 다음 싸움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달리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단식투쟁이라는 걸 하게 돼서, 걱정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사실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 평등이 밥이라는 걸 아는 수많은 시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우리가 이번 봄에 꼭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꼭 평등의 봄, 쟁취합시다. 고맙습니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이윽고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인권과 존엄이 무너지는 한국사회, 국회는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으로 시대적 사명을 다하라”의 낭독이 진행되었습니다. 선언문 낭독은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 차별금지법제정 이주연대 정혜실 님께서 진행해주셨습니다.
"지난 4월 11일, 모든 사람이 고르게 존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또 다시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하고, 미류와 이종걸 두 명의 인권활동가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 곡기를 끊은지 보름이 지난 4월의 끝에서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청회 계획이 통과되었다. 시민들이 함께 싸워온 힘으로 15년만에야 비로소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는 거대양당의 정쟁으로 종료되었다. 지방선거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5월 임시국회와 본회의를 개최해서 통과시켜야만 한다. 이제 진짜 국회가 제정을 해야 할 시간이다. 대선 패배 이후 5대 개혁과제의 하나로 ‘모두를 위한 평등법 제정’을 약속했던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을 약속한 국민의힘은 이제 이 사회에 인권과 존엄이 뿌리내리도록 차별금지법 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라."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사회 원로 및 각계 인사 비상시국선언 참가자 813명 일동)
참가자들의 사진 촬영을 끝으로 이날 비상시국선언 기자회견은 마무리되었습니다.
국내 유수의 사회운동단체가 두루 참가한 발언자 명단과 그들의 주옥같은 발언을 들으며, 15년이라는 참으로 긴 세월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의 내용이 차곡차곡 축적되어왔다는 것이 새삼 환기되었습니다. 곡기를 끊은 두 분 활동가의 결의, 그로부터 18일만에 이 자리에 함께 모인 많은 이들은 그 15년간의 노력에 대한 결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러 발언자께서 말씀하셨듯이, 누구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그 모두 안에 있는 누군가를 뒤에 버려두지 않기 위해, 인간을 차별하지 말자는 대원칙을 천명하는 이 상식적인 내용의 법이 하루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더 큰 관심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 법안을 위한 15년, 한 밥상을 위한 18일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닙니다. 발언 중간에 울컥하신 이종걸 활동가, 목소리가 눈에 띄게 힘이 빠지신 미류 활동가께서, 애초에 그들이 짊어지지 않아도 되었을 짐을 하루빨리 벗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한 때입니다. 차별금지법이 하루속히 국회를 통과하여, 두 분이 부디 하루라도 빨리 건강한 몸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