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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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를 위한
46일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집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단식농성 39일차이던 2020년 5월 19일, 이종걸 활동가가 의료진의 강력한 권고로 단식을 중단하였습니다. 이윽고 5월 26일, 단식 46일차이던 미류 활동가가 단식 중단을 선언하였습니다. 이날 11시에 기자회견이 있었고, 저녁 7시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를 위한 46일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비감한 마음으로 서로의 존재와 의지를 확인하였던 이 날의 현장을 각 발언자의 발언과 사진으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 차별금지법 제정 쟁취를 위한 46일 농성&단식투쟁 마무리 집회 현장 중계 (2022.5.26.)
"이 정치가, 그만큼은 또 되지 않겠나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가 확인한 것은, 아마 단식하지 않았으면 확인 못했을 것 같은데, 정말 바닥이구나, 이 정도 수준이었구나, 너무 한심한 현실만 목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그리고 우린 그만큼의 용기를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46일차에, 아, 이만큼이었구나 확인하고, 그럼 이 수준에 맞춰서 바닥부터 우리 가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농성 정리하지만, 저희 투쟁이 멈추는 것은 아니죠. 계속 우리는 갈 겁니다, 이 수준에 맞춰서, 다시 거기부터 쌓아올려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 국회앞 단식농성 공동상황실장 지오)
"내일까지가 제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입니다. 다음에는 다른 분이, 저보다 더 훌륭한 분이 민변 회장직을 맡으셔서 더 열심히 싸울 텐데요. 제가 참… 좀 못해가지고, 좀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이루어내지 못하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공동대표직을 내려놓게 되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고, 정말 함께 투쟁해온 여러 동지 여러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
이번에 정말 우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결코 민주개혁 세력이 아니고, 국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민주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그런 정당도 아니고, 단지 그 혐오세력에 무기력한 건지 아니면 자기들 스스로가 혐오세력인지는 모르나, 더불어민주당의 민낯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더불어민주당을 버려야 합니다. 결코 민주개혁·진보 세력이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이 아님을, 이번 투쟁을 통해 낱낱이 우리는 그 민낯을 보았고, 새롭게 어떤 정당이 아닌 우리 주권자 국민들이 나서서 우리의 힘으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나갈 것입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도형)
"4월 11일부터 시작된 평등텐트촌 운영팀을 함께 해왔는데요, 긴 시간처럼 느껴졌던 시간들이 지금 생각해보니까 뭔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습니다. 아마 오늘 집회에 함께 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저는 여러분이 다 보이는데 국회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국회는 버틴다 해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는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함께 모인 우리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다슬)
"미류와 종걸의 건강상태가 많이 걱정되실 텐데요. 제 생각엔 괜찮기도 하고, 안 괜찮기도 합니다. 단식을 하는 기간에 국회랑 정치가 벽처럼 막막하게 여겨지는 순간들이 굉장히 많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곁에서 본 저는 매번 그런 순간들마다 내가 뭘 더 해야 되지, 밥을 안먹는 일만이 아니라 무엇을 더 해야되지-를 아주 깊이 고민하는 시간들을 함께 했었고, 그 와중에도 건강을 지키는 게 너무나 중요한 투쟁이라는 걸 알아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알아서, 각자의 건강을, 서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었어요." (전 움직이는청소년센터 EXIT 센터장 윤경)
"오늘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왜 그동안 더 많이 오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많이 올 필요가 없게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 제가 되게 오랫동안 함께 했던 극단의 제목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굉장히 안에서 분노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수 이주영)
"계단에 올라 현관 앞에 서서 살며시 문을 당겨본다
잠긴 문 앞에 놓인 우유를 들고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마신다
어느 집 어떤 아이도 지금 나처럼 울고 있을까
몽글거리는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게 엄마가 주는 선물일까
멀어진 친구가 미운 날이야, 우리 마음이 다르다 해도
뒷모습을 바라보는 건 슬퍼, 슬퍼, 외로워
그런 채로 사는 게 너를 만나 받은 선물일까
몽글거리는 외로움을 안고 사는 게 네가 주는 선물일까"
(이주영, <선물> : 극단 목요일오후한시, 연극 <외로움도 반짝이면 별이 된다> 주제가)
"나는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고 있어요
나는 내가 어디까지 가고 싶은지도 알고 있어요
나에게는 튼튼한 자동차가 필요해요
작은 마이크가 필요해요
이야기를 가진 당신이 필요해요
울고 있는 당신이 필요해요
나는 스피커를 메고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을 얘기해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전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 […]
나에게는 얼어붙은 입술이 필요해요
눈을 부릅뜬 사람이 필요해요
울타리가 될 당신이 필요해요
밀어놓지 않을 당신이 필요해요"
(이주영, <당신이 필요해요>)
"지금 말고 나중에, 그 인생 그거 나중에 살아
지금 그거 살 때가 아니야
너 말고 살겠단 인생 줄 선 거 안 보여?
조용히 없는 듯 살아
이 시국에 지금 김칫국 마셔?
곰국 끓여놓고 자조 모임 나갈 판에
너 말고 살겠단 인생 줄 선 거 안 보여?
조용히 없는 듯 살아
나중에 해 나중에?
그 말 같지도 않은 말 나중에 해
나중에 해 나중에?
나중에 같은 소리 나중에 해"
(이주영·한낱 : 빅·이·슈, <사회적 합의를 위한 필수 비트>)
"사실 차별금지법은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굉장히 심각하죠. 최근에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뿐만 아니라, 능력주의란 이름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혐오도 너무나 많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서 불안정노동 철폐를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한 줄 성명이라고 하는 것을 모아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 중에 몇 가지를 제가 잠깐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
'보이지 않는 벽을 두고, 한 공간에서 숨쉬며 나 스스로가 보이지 않는 위축감에 사로잡혀, 나를 낮추며, 누구도 하지 않는 일도 솔선수범해서 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김혜진)
"저는 정치를 얘기할 때 정치꾼과 정치인으로 나눕니다. 저 국회에 정치인은 과연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15년, 참 길죠. 저희들, 언론에서 많이 들어서 알 것입니다. 21년간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 장애인 탈시설 투쟁, 저 지금 여기 오기 전에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 집 앞에서 결의대회 하고, 이준석이 서민들만 귀찮게 한다고 해서 오늘 강남대로를 막고, 과연 강남 시민들은 약자들의 아픔을, 서민들의 아픔을 얼마나 이해하는지를, 한번 노상에서 외쳤습니다. 역시 욕하고 가는 사람들 많더라고요. 저는 21년동안 장애인들이 외쳤던 그 함성, 21년이 지난 뒤에도 어떻게 보면 앵무새처럼 똑같이 외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권달주)
"국회 앞에서 보낸 46일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한 타이밍이었습니다. 4월 7일, 윤석열 당선인이 차린 인수위 앞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이주장애, 사이버성폭력 대응 단체들이 처음으로 다 모여서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혐오선동 정치에 맞서 1,500명 집회를 했습니다. 4월 12일 무려 4년간 누적되어온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인에 의한 성폭력 2차 피해를 이제는 해결하고, 책임자들을 공천 배제하라고 더불어민주당에 요구서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4월 11일 차별금지법 제정 단식농성이 시작됐습니다.
대통령 선거 직후 이제 정말 인권 기반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국회 바로 앞에 우리가 공부를 차린 것이었습니다. 평등텐트촌은 과제들을 모으는 베이스캠프였습니다. 전국의 불평등과 차별과 폭력들이 매일 생생히 보고되었습니다. 시국에 대해, 어제·오늘·내일의 타임라인에 대해 논의하는 터전이었습니다. 정치가 사람, 사람, 삶과 얼마나 붙어있는지 증언하는 무대였습니다. 567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현장 연대 단체는 국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철회 기자회견을 하고 이 평등텐트촌에 모였고, 김지은님은 여전히 답변 없고 반성 없는 국회 앞에 4년만에 처음으로 올 수 있었던 것도 이 천막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주류 정치꾼들은 이 타이밍을 놓았고, 잡지 않았습니다. 외면하고 회피했습니다. 그 시간에 검수완박에 몰입했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 완화에 입을 모았습니다. 검찰의 표적 수사, 보복 수사의 대상이 자신이 될 거라는 시점으로 피해자화하면서 몰두했고,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일 거라며 피해자화했습니다. 당내 성폭력·성희롱 사건 처리를 내부 총질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성폭력·성희롱으로 징계받을 수도 있는 사람의 위치에 자신을 두고 피해자화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권력형 성폭력을 거의 밈처럼 삼고, 그 결과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는 말도 안되는 선동을 하고, 무고죄 강화로 위협하면서, 전국 지방선거에서 지금은 정책 답변에 무응답하며 막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국회를 하루하루 목도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혜정)
"저희가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하면서, 쟤네가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거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46일, 길게는 1년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긴 시간 시민분들께서 싸워주셔서, 미류님도 종걸님도 단식을 해보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저희가 함께 확인했던 연대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류님이 오늘 아까 마지막 발언하시면서, 미안해할 사람은 미안해하지 않고,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시민들이 계속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고 하셨는데요. 그게 비단 이번 농성 때만의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가 유세단도 다녀보고, 평등버스도 가보고, 되게 많은 시민들을 만나면, 열심히 같이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세요. 그런데 차별금지법처럼 시민들이 함께 더 싸우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법이 있나, 그런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 국회앞 단식농성 공동상황실장 장예정)
"싸움은 이기기 위해서도 하지만, 싸움을 위해서 싸움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뚜벅뚜벅 진실을 향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더 알고 싶어서, 그렇게 우리가 싸움을 걸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싸움을 우리가 46일간 국회 앞에서 함께 했다, 함께 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자신감을 잃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싸우고 계속 지고, 또 싸우고 계속 싸우고 계속 지고, 그래서 결국은 이기는 것이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될 이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에 상관없이, 함께 했던 이 순간들과 기억들을 우리 잘 기억하면서, 끝까지 투쟁으로 쟁취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들 고생많으셨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 국회앞 단식농성 공동상황실장 이진희)
"우리는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해 겨울바다 끝난 곳에서
외로이 앉아 고개를 젖히고
그저 노래만 불렀다 […]
그의 뜻은 아니었지만
기름배에 쉬어가면서
파도에 부대끼다 피를 흘리며
덧없는 세상사 바라보네
오늘 밤 그 누구라도
별 하나 볼 수 있다면
그러면 착한 시인 하나 불러
다시 여기 오게 하리라"
(4.16합창단 : 가곡 <동백섬>)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4.16합창단 : 한영애, <조율>)
"내 작은 목소리로 다른 이들을 노래하고
너와 나의 목소리로 세상을 노래하면
언젠간 이룰 거야 노래만큼 좋은 세상
우리 모두의 힘으로 우리가 만들 세상"
(4.16합창단 : 꽃다지, <노래만큼 좋은 세상>)
"때로는 그대의 따끔한 말이 싫기도 했어
하지만 그건 그만큼의 후더운 사랑
나역시 그대가 지쳤을 때에 힘이 되고파
우리 한결같은 동지로 살자"
(4.16합창단 : 우리나라, <한결같이>)
"오늘 곰곰이 얘기 들어보면서 느꼈던 건, 사실 40여일간 저희가 투쟁해오면서 얻은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신 것 같아요. […] 우리가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과 같이 싸웠는지 […] 이야기해주신 것 같아요. […] 우리가 얻은 것은 정말 큰 용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2년 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 계속 활동하면서, 평등버스, 그리고 10만행동, 평등의 이어말하기, 평등길, 그리고 차만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는데,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계속 큰 용기를 얻었거든요.
저는 이번 투쟁을 해보면서, […] 단단하고 깊고 넓게 그 힘들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현장에서, 이 단식투쟁을 하면서 얻고자 했던 것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다양한 얼굴이 이 현장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40여일간의 그 투쟁 속에서 저는 그런 얼굴들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그런 얼굴들을 통해서 우리가 후회없이 잘 싸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저는 인권운동을 접하면서 많이 고민하게 됐던 게, 사실 소위 말하는 투쟁의 방식, 운동권의 투쟁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게 없지 않아 있고,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우리 사회에 말을 걸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이번엔]좀 단식 한번 해야 되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단식이라도 좀 해야 말을 할 수 있지 않겠나, […] [그리고]그 자리에 나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곁을 계속 내어주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현장에 와주셨다는 것. […]
문화제에 오셨던 많은 분들이 기억나지만, 저희 단식농성장에 상담을 하시면서 처음 발을 디디시고, 문화제 때 노래를 하시고 자기 이야기를 자유롭게 꺼낸 한 분이 계속 생각에 남아요. 우리 농성장은 그런 농성장이었거든요. 그런 용기를 만들어주고 용기있는 사람들이 이 현장에 왔고, 평등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평등을 얻기 위해 싸울 수 있다는 용기, 그리고 내가 그 현장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한 가지라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어가는 농성장이었다는 것,"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39일차 단식자 이종걸)
"평등이 밥이라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밥 먹는 일을 미룰 수 없듯이, 평등도 미룰 수 없었습니다. 국회에 숟가락만 들고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지 않았습니다.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한 달 하고도 보름, 그리고 하루가 지난 오늘, 단식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한 달이 채 되기 전에도 퇴로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니냐, 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우리가 퇴로를 찾고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하나요.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하는 건 국민의힘 아닙니까. 대통령씩이나 당선시켜 놓고도 혐오와 차별 정당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야말로 출구전략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퇴로는 더불어민주당이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차별금지법 제정한다고도 못하고, 안한다고도 못하는 저들이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기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엉뚱한 길로 빠져서 헤매는데 제 길 찾아가려면 자기들이 퇴로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우리는 퇴로를 찾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차별당하고도 차별당했다고 말할 데가 없어서 혼자 숨죽여야 했던, 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만 같았던 그 시간을 우리는 이미 지나왔습니다. 누군가 강해서 우리를 구해줬던 게 아닙니다. 우리의 취약함을 누군가가 연결될 수 있는 자리로 내어준 용기 덕분입니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우리가 서로를 지키고 살려왔습니다. 우리는 오직 평등으로 전진할 뿐입니다.
우리는 출구 전략을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를 지우고 우리를 나중으로 미뤘던 그 광장을 우리는 한 번도 떠나지 않았고,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지워질 또 누군가를 기다리며, 기꺼이 동료 시민 되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두려움을 환대로 기어이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광장은 모든 곳이 입구이고 출구입니다. 이 광장을 흘러넘칠 평등을 누구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
종걸이랑 저랑요, 함께 구호 한번 같이 외치고 가자고 했는데요. 저 멀리 부산에서 김진숙 동지가 늘 함께 외쳤던 구호입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46일차 단식자 미류)
끝으로 단식자 두 분의 건강 회복과 보식 투쟁, 그리고 그간의 농성장 운영에 소요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긴급모금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동안 두분의 싸움을 가슴 졸이며 지켜봐 주신 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을 당부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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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토끼 같은 자식도, 불태울 젊음도 없는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