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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호][커버스토리 '건전한 퀴퍼' #2] 가상 시민위원회 회의록 : 서울가족문화바로세우기축제 서울광장 사용 신고의 건
2022-07-30 오후 15: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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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 

[커버스토리 '건전한 퀴퍼' #2]

가상 시민위원회 회의록

: 서울가족문화바로세우기축제 서울광장 사용 신고의 건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한달 전인 2022년 6월 15일, 서울시의 제4회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두고 온갖 혐오의 언사들이 오갔고, 당시의 대화 내용이 속기록에 그대로 공개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친구사이 소식지팀에서는 그들이 말하는 "건전한 퀴퍼"가 과연 무엇인지를 한번 상상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완주에 성공한 올해 퀴퍼를 기억하시면서, 소식지팀원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건전함'을 즐거이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속기록의 내용은 이곳에서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 글은 "건전한 퀴어퍼레이드"를 숙고하며 작성한 미러링 형식의 글이며, 가상의 시민위원회 회의록입니다.  
2022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심의한 제4회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2022.6.15.)를 패러디하였고,

상당수 표현을 이 회의의 최종 속기록에서 차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서울가족문화바로세우기축제 서울광장 사용 신고의 건

 

 

 

위원장 : 다음 심의 안건은, 2XXX년 서울가족문화바로세우기축제 서울광장 사용신고의 건입니다. 이 건에 대해서 A과장님 보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A과장 축제 관련 상세 보고(생략))

 

B위원 : 먼저... 저분들이 축제 기간을 2주나 신청한 건 혹시나 우리가 기간을 줄여서 조건부 승인을 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일까요? 

 

A과장 : 의도를 추측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최근 몇 년간 2주까지는 한 적이 없어서 며칠 깎일 거라는 예측은 하고 있을 겁니다. 

 

C위원 : 이게 그러니까 요즘 말하는 패밀리 축제, 가족축제잖아요? 패밀리 축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지 말고, 일반적인 축제라고 보자고요. 그럴 경우에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가질 만한 뭐, 한두 개가 아니죠. 그러니까,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좀 그렇습니다만 가족을 만들려면 아이를 낳아야 하잖아요. 아이를 낳기 위한 남녀 간 성 접촉에 대한 묘사라든가 그런 거는... 안 되는 거잖아요. 

 

D위원 : 그런 뭐 음란한 묘사를 막을 방법이 있습니까? 광장에서? 

 

A과장 : 사전에 하지 말라는 경고를 주죠. 그런, 공공의 상식에 어긋나는 거라든가 청소년의 건전한 발달에 유해한 이성간 성행위 묘사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전에 지침을 내리고 약속을 받습니다. 

 

D위원 : 사전에만 약속 받나요? 현장에서 만약 남녀 간에 붙어서 과다하게 노출하고 그런 거는... 지금 문제가 되는 게...

 

A과장 : 현장에서도 계도를 하지요. 그런데 이게 또 인권 문제로 들고 나오면...

 

B위원 : 예민해지긴 하죠. 기자들 벌써 전화 많이 오던데. 특히 저쪽에 좀 우호적인 신문사 기자들은 거의 활동가들입니다. 대학에서 요즘 가족주의니 가정단위 번식주의니 해서 수업도 많이 열리고 그런 영향 받은 젊은 기자들이 많아져서. 

 

C위원 : 이거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광장 사용이야 어쨌든 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하니까 막을 수는 없다 쳐요. 그런데 국민 정서법상 남녀가 서로 한 사람하고 평생 같이 살고... 심지어 성 접촉을 통해 아이를 두명 세명씩 낳고 사는 그런 게 솔직히 좀 아니잖아요. 이런 걸 하겠다고 모여서 인권이니 평등이니 이야기하는데, 제 주변에 건전하게 자기 일 하면서 열심히 사는 일반 동성애자 시민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불편해요. 이렇게 행사를 하면 반대 집회도 당연히 있는 거고. 

 

D위원 : 그런데 이 회의록 공개되나요? 이름도 나오고? 

 

A과장 : 공개됩니다. 실명은 안 나오고요. 

 

C위원 : 다행이네요. 실명 나왔다간 저도 문자폭탄을... (모든 위원 웃음) 그래서 어쨌든, 제 생각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이 광장은 참 깨끗했으면 좋겠고, 맑았으면 좋겠고, 누구의 눈으로 봐도 좋은 세상이었으면 좋겠는데. 자기들끼리 알음알음 뭐 저기 어디 뭐 작은 교회 같은 데서 모이고, 이러던 게 어느 순간 조금씩 허락을 해주니까 광장으로 나오고 온 세상의 축제인 것처럼 되는 게 굉장히 불편해요. 언론에서도 미화하고, 정권에 따라서는 또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하고. 그래봤자 결국 이성애고 이성간 문란한 성 접촉이거든요. 여론조사 해 봐도 정말로 소수고. 남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아야지, 어떻게 다른 성별끼리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할 수가 있습니까? 그것도 대낮에 시민들 지나다니는 데서 대놓고... 

 

위원장 : 위원님, 그 지금은... 

 

C위원 : 네네 마무리 하겠습니다. 여하간 이런 게 우리나라의 문화, 시청의 문화, 광장의 문화로 자리잡는 거는 저는 뭐 반대 입장이기 때문에, 강한 제재가 들어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D위원 : 아니 말씀하신대로 개별 교회에서 모여서, 좀 큰 교회 같은 데서 하는 게 성격상 맞을 것 같기는 한데...... 

 

 

 

KakaoTalk_Photo_2022-07-30-13-24-03.jpeg

 

(사진출처: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 사진으로 본 서울, https://data.si.re.kr/node/64867)

 


B위원 : 물론 뭐, 어쨌든 지금 뭐 저분들의 성적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맞냐 틀리냐를 얘기할 건 아닌 것 같고요. 일단 집회는 서울광장으로 신청한 거니까 다른 데서 하게끔 할 수도 없는 상황이죠? 서울광장을 해줄 거냐 말 거냐만 보는 거죠? 

 

A과장 : 맞습니다. 서울광장에 한해서 수리 여부를 심의해야 합니다.

 

C위원 : 뭐든 처음이 어렵지, 이번에 안 받아주면 내년부턴 편할 수도 있습니다.

 

D위원 : 행사가 광장 조성 목적에 반하면 불수리도 할 수 있는 거죠? 

 

A과장 : 원칙상 그렇습니다. 그런데... 

 

B위원 : 이게 아예 불수리를 하기엔... 제 생각엔 기간을 좀 줄이는 게 좋겠어요. 이게 2주 동안은 좀 과하고. 저 패밀리 축제라는 게 과연 2주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싶기는 합니다. 욕심이 좀 과한 것 같고. C위원님 아까 좀 세게 말씀 주셨지만 사실 일반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시민들의 우려도 고려해야 하고요. 이런 것들 반영해서 가야 하지 않나 싶네요. 아예 안 된다고 막으면 우리가 검열을 하는 거고, 괜히 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뭐 다른 성별끼리 살면서 아이 낳는 게 불법은 아니니까요.

 

D위원 : 뭐 만약 허가를, 아니 신청 수리를 해준다고 하면... 어쨌든 저는 우려가 되는 게 당일 상황이에요. 당일 행동에 대해서, 뭐 애들 못 보여 줄 그런 노출이나 음란한 행동들, 하지 말라고 경고를 확실히 주는 것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파는 물건 같은 것도요. 단체별로 판매대 차려서 그 성인용품이나 음란 용품, 여남 성기결합 모형 같은 거 팔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A과장 : E팀장이 담당인데 오늘 좀 늦으신다고. 오셨나? 아 뒤에 계셨구나. 

 

E팀장 : 담당 팀장입니다. 건강식품으로 분류된 품목들까지는 제한적으로 판매가 가능하고요. 여남 성기결합 모형은 몇 년 전에는 인기도 많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문제가 좀 됐었는데 요새는 많이 안 파는 분위깁니다. 처음엔 신선했는데 이게 너무 뭐, 모양이라든가 크기라든가 이런 게 실제와는 다르게 비현실적인.......(다수 위원 웃음) 어쨌든 제재는 해야죠. 

 

D위원 : 어쨌든 그런 노출과 물건 판매도 광장 조성 목적과 맞지 않다고 보는 거거든요. 서울시민들이 다 같이 이용해야 하는 공간인데, 어떤 특정 소수자나 집단에게 이렇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 건 광장의 취지와 맞지 않죠. 반대 여론이 훨씬 더 많은 거로 알고 있거든요. 반대 집회도 있는데, 그런 갈등과 사회 혼란을 생각했을 때 안 받아주는 게 제일 좋고, 받아주더라도 짧게 해서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C위원 : 저는 또 좀 생각이, 이게 축제 명칭도 찜찜한 게 있습니다. 서울...가족축제? 아 가족문화...바로세우기 축제인데, 아 길어라. (웃음) 어쨌든 서울이라는 게 들어가 있는 것도 좀 바꿨으면 좋겠어요. 서울시가 인정하거나 후원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사실 서울시민들 대부분 그런 거 안 하고도 잘 살거든요. 가족이니 이성애자니 하면 불편한 마음 드는 게 대다수고. 다른 나라에서 하니까 우리나라는 왜 못하냐 이러면서 거리로 뛰쳐나온 건데, 앞에 서울이라는 건 아무튼 뺐으면 좋겠어요. 그들만의 문화축제로 갔으면 하고, 사실 저게 왜 문화인지도 모르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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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위원 : 네 어쨌든 저도 뭐 이해는 안 되지만, 우리 생각을 너무 과하게 담기보다는 최대한 기계적으로 심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자의 가치관은 일단 제쳐두고. 저도 주말 포함한 2-3일 정도로 줄여서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D위원 : 그리고 행동을 어떻게 어떻게 얌전하게 잘 해라, 이런 부가조건을 강하게 넣어서. 

 

위원장 : 대체로 의견이 모인 것 같네요. 정리해주신대로 신청한 기간의 첫 주말 포함해서 이틀로 하고, 청소년 유해물이나 음란물 전시 판매 하지 않도록, 

 

C위원 : 상의 탈의도요. 

 

위원장 : 상의 탈의? 아 하지 말라고요. 노출 제한으로. 예예. 이렇게 조건부 승인으로 하고, 만약 위반하면 내년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서울가족문화바로세우기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신고 건에 대해서는 이렇게 수정가결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없으시죠? 

 

다수 위원 : 네.

 

( 의사 봉 3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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