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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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회원 인터뷰를 시작하는 사람의 인터뷰
“인터뷰 콘텐츠를 해 보고 싶어요.”
소식지팀에 합류한 뒤 첫 회의에서, 어떤 글을 써 보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식지팀에 들어왔다. 친구사이 소식지에서 가장 즐겨보던 글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글이었다. 이야기가 담긴 글은 칼럼과 인터뷰가 있는데, 내 경우는 인터뷰가 더 재미있었다. 대화체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좋기도 했고, 그 대화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상상해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평소 인터뷰 기사나 콘텐츠를 즐겨 보는 편이기도 해서, 직접 질문자가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고 정리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밝혔다.
인터뷰를 해보겠다고 하자 팀원들의 호응과 걱정을 동시에 받았다. 친구사이는 실제로 ‘커밍아웃 인터뷰’ 시리즈를 포함하여 오랜 기간 여러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해왔다. 친구사이 안과 밖에 들을 만한 이야기들은 끊임 없이 있고, 분명 가치가 있는 작업이다. 다만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열심히 준비하고 가도 실제 만남에서 인터뷰 대상자와의 상호작용이 원활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걱정 포인트였다. 이런저런 고민이 오가다가 과거에 진행된 적이 있는 친구사이 정회원 인터뷰를 다시 해 보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이 나왔다.
친구사이 소식지에 실린 ‘정회원 인터뷰’는 2012년 7월에 처음 시작되었다. 콘텐츠의 발행 빈도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2016년 7월까지 만 4년간 연재되었다. 걱정과 기대를 안은 채, 친구사이 회원 인터뷰를 다시 시작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 이어 오는 7월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6년 만에 재개되는 셈이다. 지금 현재 친구사이에 몸을 담고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을 생각이다. 아래의 셀프 인터뷰에서 계획을 좀 더 상세히 소개할 것이다. 인터뷰 연재의 프롤로그인 만큼, 다소 민망한 자문자답의 형식을 취해보았다.
누구를 인터뷰할 예정이신가요?
친구사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려고 합니다. 정회원으로 한정짓지는 않을 생각이고, 신입 회원 분들이나 최근에 친구사이에 오신 분들 위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정기모임에서 활동하는 회원은 물론이고, 소모임에서만 활동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생각입니다.
신입회원 분들 위주로 시작하는 이유는 요즘 들어오신 분들이 어떤 기대를 안고 친구사이에 오셨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아직 친구사이 내에서 접촉면이 넓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그런 점에서 인터뷰 대상과 공감대가 좀 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인 희망은 이 인터뷰가 효과적인 ‘온보딩(on-boarding)’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온보딩은 ‘배에 탄다’는 뜻인데, 주로 회사 조직에 신입 사원이 잘 정착하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뜻합니다. 사교적인 분들은 낯가림 없이 잘 어울리실 수도 있겠지만, 아직 이 곳이 낯선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놓으실 수 있도록 편안한 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어떤 질문을 던질 생각이세요?
우선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 것이고, 어떻게 친구사이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려고 합니다. 이 인터뷰의 기능 중 하나가 친구사이 바깥에서 커뮤니티를 찾고 있는 성소수자들을 초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성소수자 정체성의 자각 시점, 계기, 커밍아웃 여부와 범위, 그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질문하려고 합니다. 이런 질문도 고정된 것은 아니고, 인터뷰 대상자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몇 개의 기본적인 질문을 하고, 그 응답에 따라 추가로 궁금한 것들을 더 깊이 묻는 형태가 될 것 같아요.
무엇을 묻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안 물어볼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재미와 불편함의 경계가 사람마다 다른 점이 고민입니다. 이를테면 과거 소식지 인터뷰에는 연애 여부와 연애 썰을 묻는 질문이 많았어요. 친구사이가 게이들 위주의 단체고, 게이들의 이야기에 연애가 빠지면 일반인의 이야기와 큰 차이가 없겠다는 생각도 일견 듭니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범위 안에 반드시 누군가에 대한 정서적/성적 끌림이 포함된 것은 아니며, 이러한 끌림이 강한 사람일지라도 연애 여부와 경험에 대해 묻는 질문 자체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사전에 불편한 주제가 있는지를 미리 점검하는 과정 등을 마련해서, 인터뷰 대상자분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 보겠습니다.
‘친구사이 나오니 너무 좋아요’라는 일방적 간증글이 되지는 않을까요?
단체보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려고 합니다. 단체 홍보에 초점이 가 있다면 활동 중심의 소개글이 되는 것이 맞겠지요. 인터뷰의 중심은 사람이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가 잘 드러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가 친구사이를 어떻게 느끼는지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드러낼 생각이고요.
인터뷰를 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신청하나요?
구체적인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구상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구글 닥스로 신청을 받을 생각이고 사전 질문 몇 가지를 신청서에 포함할 예정입니다. 신청자가 없는 경우 제가 간곡하게 섭외 요청을 드릴지도 모릅니다…!
인터뷰어로 나선 플로우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오늘의 글이 인터뷰 연재의 프롤로그니까, 먼저 인터뷰어인 저에 대해서 일단 소개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초에 친구사이에 처음 나온 게이입니다. 소모임은 독서모임인 “책읽당”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책읽당에만 2년여 간 나갔었다가, 최근 들어 정기모임 활동을 시작했고 소식지팀에도 합류하며 활동 폭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습니다.
한국 나이로 33세고, 대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10대와 20대를 게이임을 인정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열심히 다녔던 영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많이 하는 직장에 들어가서 20대 후반을 보내며 이렇게 살다가는 내 존재가 부서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이 힘드니 본능적인 욕구(?)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내가 남자에게 끌린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질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만 서른이 되는 해인 2020년에 새해 결심으로 친구사이에 나왔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진 해에 데뷔를 했음에도, 책읽당에서 소풍도 가고 엠티도 가고 즐겁게 생활했습니다. 데뷔 이전과 이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후련합니다.
일상에서 게이임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커밍아웃을 한 사람도 많지 않고, 여전히 많은 친구들은 제가 이성애자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화끈하게 다 오픈해버리는 분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나는 나만의 속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조금씩 간을 봐가며(?) 커밍아웃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님께는 아마 커밍아웃을 안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서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관계가 아니기도 하고, 나의 성적 지향에 대해 그들의 승인을 받아야 할 필요를 굳이 느끼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이 사실이 부모님의 노년에 미치게 될 충격은 훨씬 크다고 여깁니다. 그 결과 어정쩡하게 “결혼 생각 없는 아들” 정도의 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수다와 독서와 산책과 러닝을 좋아합니다. MBTI는 ESFP고요. 좋아하는 영화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입니다. 음악은 차트 top100 위주로 듣는 대중 취향입니다. 보이그룹으로 세븐틴과 아스트로를 눈여겨 보고 있고요... 남들이 좋다는 영화, 음악은 다 한번쯤 보고 들어봅니다. 퀄리티 있는 수다를 떨기 위해 책을 읽고요. 따뜻하면서도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둘 모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인터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