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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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27
: 책읽당 맛보기
지난 3월 정기모임에서 친구사이 소모임 지보이스의 소개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지보이스 맛보기”. 오래도록 함께 한 소모임을 불쑥 소개하는 것이 새삼스러우면서도 온당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월에 힘입어 익숙하다 느낄 뿐 막상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보이스 맛보기”의 백미는 2019년 소월아트홀에서 선보인 지보이스 정기공연 영상이었습니다. 무대를 꽉 채운 공연과 관객의 뜨거운 환호는 코로나가 우리 삶에서 무엇을 앗아갔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워하는 웃음이 따뜻하게 사정전을 채운 그 순간에 오직 저만이 불안한 마음을 함께 품었을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 책읽당의 “맛보기” 시간인데 어떡하지? 합창은 처음부터 보임이 전제된 사회적 활동이지만, 독서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개인적 경험인데 어떻게 해야 지보이스만큼 우리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더구나 사정전이 아닌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영예로운 무지개인권상 시상식에 앞서 책읽당을 소개하려니 한층 더 부담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혹시라도 지겨운 말로 회원들을 피로하게 하면 시상식에까지 악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차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책모임일 뿐인데, 우리 ‘책읽당’이 참 바쁘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활동을 시작한 2017년 이후로 한정하여도 질병의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성소수자 이슈를 환기한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 김현 시인을 비롯하여 한국 퀴어문학의 대중화를 이끈 박상영, 김봉곤, 김병운, 정유한, 박선우 작가를 빠짐없이 모시고 대담하였다는 사실은 자랑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또 평소에는 그저 친근한 형(동생)의 모습만 보이다가, 어엿한 생활인으로서 자기 분야에서 오래도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나눠온 ‘샘이 나는 세미나’. 익명에 기대어 악마적 심성과 재능을 뽐낸 과감한 글이 연속하여 쏟아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릴레이 글쓰기’ 등을 정리하며 우리 생각보다 자랑할 만한 즐거운 생활을 천연덕스레 잘하고 있었구나, 자부심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사업인 문집 발간과 낭독회를 더하니 부족함 없이 친구사이 회원들에게 책읽당의 ‘맛’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녹화라고 해야 할 2017년 서소문스테이지에서 벌인 낭독회 영상은 세월에 따른 풍화가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참 앳된 우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게이로서 내가 어떠한 삶을 만들어왔는지 내면에서 빚은 글을 사회적 목소리로 담아내는 설렘과 환희가 뚜렷하였습니다. 새로 자리한 친구사이 회원들에게도 그 감흥이 닿기를 바랐습니다.
책읽당의 6월 모임은 6월 4일(토)과 18일(토)에 계획되어 있습니다. 4일에는 하진님의 발제로 조현병을 다룬 『나는 자주 죽고 싶었고, 가끔 정말 살고 싶었다』를 함께 읽습니다. 24일 도서는 발제자인 모짜님과 협의 중에 있습니다. 5일에 확정 공지하겠습니다. 책읽당 참여 문의는 7942bookparty@gmail.com으로 메일 부탁드립니다. 다시 뵙겠습니다!
책읽당 총재 / 공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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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토끼 같은 자식도, 불태울 젊음도 없는 나는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