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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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3]
2022 성소수자 추모의 공간,
KISS & CRY
작년 한해 참으로 많은 성소수자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에서는 그동안 유명을 달리한 성소수자들과, 이성애·시스젠더 중심 사회에서 그들을 제대로 추모할 수 없었던 우리들을 위한 추모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2022년 2월 25일 종로3가 낙원상가 내 5층 청어람홀에서 개최된 '2022 성소수자 추모의 공간 KISS & CRY'에는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을 방문해 주었습니다.
KISS & CRY는 본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기 전과 후에 대기하면서 마음을 다지고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곳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이처럼 이날 행사는 동료 성소수자들의 죽음을 단지 슬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 살아나갈 힘을 얻는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청어람홀 무대 앞에는 무명의 성소수자들을 위한 영정사진과 헌화를 할 수 있는 꽃들이 준비되었습니다.
추모공간의 표제에 걸맞게 모처럼 얼굴을 보는 성소수자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월도 배치되었습니다.
추모공간에 포토월을 놓는 기발한 발상은 퀴어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대 오른편에는 각 단체들이 꾸린 고인이 된 성소수자들의 사진과 기록물, 그들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무대 왼편으로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하는 김민수 기록활동가의 사진이 전시되었습니다.
더불어 사전에 취합된 성소수자 고인을 향한 편지들이 전시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써서 붙인 편지들 또한 나란히 자리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 한시간 동안은 추모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사회를 맡아주신 서울인권영화제의 고운님과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의 소주님입니다.
이후 사진에 답지한 성소수자 동료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일부에 대한 소개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영상 상영이 이어졌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길벗님이 자신의 사연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였습니다.
첫번째 공연으로 전남 구례에서 올라오신 수수님이 무대를 꾸며주셨습니다.
'저 하늘의 구름 따라'와 '넘어가세' 두 곡을 불러주셨습니다.
노래하시기 전 "우리가 특별히 착하거나 로맨틱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 무척 와닿았습니다.
다음으로 드랙퀸 허리케인 김치님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뮤지컬 <렌트>의 삽입곡 'I'll cover you'를 직접 부르셨고, 블랙핑크의 '마지막처럼' 드랙쇼를 선보였습니다.
"너 뭔데 자꾸 생각나"라는 가사가 새롭게 와닿기는 처음이었다는 반응이 기억납니다.
이어서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의 타리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큰 울림을 주었던 이날의 발언 중 일부 내용과 전문의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음으로 언니네트워크 소모임인 비혼여성코러스 아는언니들의 합창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저기 무지개가 떠 있어'를 불러주셨습니다.
이윽고 친구사이 소모임인 게이코러스 지보이스의 합창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를 불러주셨습니다.
끝으로 아는언니들과 지보이스의 합동공연 '더 로즈'가 울려퍼졌습니다.
가사가 행사 막바지에 뭉클함을 더해주었습니다.
아픔을 두려워하면 배울 수 없어요 현실을 피하려 하면 기회는 떠나죠 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받을 수도 없는 것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삶 또한 알 수 없죠 |
성소수자들은 종종 동료의 죽음 앞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상황이 참담할 정도로 취약함을 알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때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표나게 어루만지고 위로받을 수 있는 별도의 추모와 애도의 공간이 꼭 필요한지 모릅니다. 그러한 경험을 통해 성소수자 스스로, 또 서로가 어엿한 인간임을 확인하고 그 다음의 삶으로 나아가는 일은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부디 다음에는 동료의 죽음을 경유하지 않고도, 기쁜 삶 가운데 서로를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기를 기대해봅니다.
[140호][커버스토리 '서울학생인권조례 제정 10주년' #1] 박재경님·이종걸님 인터뷰 - 1. 모든 성소수자에겐 청소년 시절이 있다
2022-03-02 10:24
기간 :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