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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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3]
2022년 네 번째 ‘놀러와’
-‘요가하러 놀러와’ 후기
지난 6월 25일 토요일 오후 두 시, 종로 3가 친구사이 사무실의 풍경을 다시 돌아봅니다. 오후 일곱 시에 예정된 정기모임보다 훨씬 이른 시간,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 둘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기로와 경민은 사정전의 책상을 치우고, 바닥을 닦고, 음악을 재생할 노트북을 설치합니다. 그리고 창고에 오랜 시간 돌돌 말려져 주름진 운동 매트가 말끔히 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바닥에 겹쳐 펴놓습니다.
잠시 후 더위와 습기를 뚫고 땀에 젖어 3층 계단을 올라온 카노와 완야. 양손에는 막 구입해온 운동 매트 여러 개가 들려있습니다. 미리 펴놓은 매트와 함께 적당한 간격으로 열 자리를 배치합니다. 곧 오늘의 선생님인 종달 님도 도착하고, 이어서 네 다섯 명의 친구들이 가벼운 복장으로 마저 등장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서로 어색하고 반가운 인사를 나눴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진행하는 회원지원 프로그램 ‘놀러와’를 진행하는 날입니다. 여러 이유로 버거운 날을 보내던 ‘놀러와’ 팀. 이번 달은 조금 쉬어가자는 것에 생각을 모았습니다. 야외 활동 위주였던 기존과는 다르게, 외부 강사 님을 초빙하는 실내 활동을 선택합니다. ‘쉬어가기’가 간절했던 우리는 만장일치로 요가를 해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안 하던 것을 시도하는 것은 역시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편견 없는 선생님을 물색하고 연락하기, 필요한 도구를 부담 없이 마련하기, 공간 수용 인원을 가늠하기, 조금은 낯선 요가에 대한 문턱 낮추기, 이 모든 것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쉬어가자는 생각이 민망할 정도로 유독 더 분주하고 혼란한 준비 과정입니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기존 행사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신청률입니다. 근 1년 간의 ‘놀러와’ 중 처음으로 신입 회원 유입이 없습니다. 다행히 낯익은 기존 회원들의 참여로 정원을 달성해 무사히 요가를 시작합니다.
“아도무카스바나사나”
“발라사나”
“사바아사나”
“나마스떼”
부드럽고 차분한 강사님의 목소리가 낯선 언어를 매력적으로 전달합니다. 이와 동시에 요가가 익숙치않은 참가자들의 “아이구⋯”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저 또한 요가가 처음이었기에 후들후들⋯ 떨면서 한 시간 반을 버텼을 뿐 기억나는 동작이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지도를 집중해서 따라했더니 확실히 기억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기억하는 한) 살면서 처음으로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뱉으며 내 몸의 움직임을 바라봤습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친구사이 사무실의 바닥에 몸을 밀착해 누웠습니다. 누군가 창문 위에 컬러 테이프로 만든 격자무늬의 비스듬함을 관찰했습니다. 페인트 조각이 떨어진 낡은 천장을 바라보고, 벽에 붙은 지보이스 정기공연 포스터들을 보면서 어떤 얼굴들을 떠올렸습니다. 상근자의 키보드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공간에서 함께 요가를 하는 친구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놀러와’ 요가가 끝난 후 저녁 일곱 시, 같은 공간에서 친구사이 6월 정기모임이 이어집니다. 오늘은 궁금했고 보고 싶었던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낯을 가리는 평소와 다르게 오늘은 조금 용기를 내서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짧은 요가를 통해 배운 것은 ‘다시 보기’입니다. 지겹다고 생각했던 뒤풀이 장소인 치킨뱅이 지하와 친구사이 사정전에 평소보다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 공간을 거쳐간 사람들, 지금 함께 있는 사람들, 또 새로운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 더 생각한 날이었습니다.
※‘놀러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가볍게 ‘친구사이’에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지향합니다. 주로 친구사이 정기모임 날 낮에 진행합니다. 이 글을 읽으셨다면 다음 ‘놀러와’에서 만나요.
※‘놀러와’ 2022년 7월, 8월은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친구사이 워크숍’으로 인해 쉬어갑니다.
친구사이 정회원, 놀러와 팀원 / 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