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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칼럼] 유니콘을 찾습니다 EP3 : 12사도와 기적
2020-08-03 오전 09: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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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7월 

[칼럼]

유니콘을 찾습니다 EP3 :

12사도와 기적

 

 

그의 곁엔 12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와 함께 순교한 자, 천수를 누리며 그의 이름을 기억한 자, 그를 배신한 자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그들을 따랐다. 말씀의 따르는 그들의 사명은, 다른 모든 이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먼 훗날 우리는 그들을 12사도라 불렀다.

 

우리에겐 믿음뿐이었다. 사기업의 일개 신생 사회공헌팀의 입장에서, 회장님의 말씀을 임직원 모두가 믿게 하기 위한 미약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건 오직 믿음뿐이었다. 지금 걷기 시작한 길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해줄 사람도 없는 시점에서 이 길이 맞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 뿐이었다.

 

회사의 자본은 주주의 것이었다. 제아무리 윗분의 지시라고 하지만 많은 자본과 재원을 투자하기에는 확신이 필요했다. 실패를 대비한 백업플랜과, 그 누가 봐도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했다. 하지만 4차산업으로의 전환을 두고 수많은 기업이 없어지고 생겨나며 생존의 기로에 선 이때에 그 누구보다도 자원분배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또 다른 제자를 찾아갔다. 바로 수제자 요한이었다. 회장이 최측근이었던 그는 윗분의 말씀으로 여러 가지 홍보물을 만들며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었지만, 주변의 의심은 거둬지지 않아 보였다. 그는 입버릇처럼 우리에게 말하곤 했다.

 

"이 길이야말로, 우리가 미래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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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게 필요한 건, 작은 기적이었다. 빵 일곱 개로 4,000명을 먹인 그처럼 이 길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수많은 서류와 논문보다는, 단 하나의 사례가 필요했다.

 

핍박이 거세질수록 이에 대한 열망은 커져만 갔다. 실행조직으로서, 일반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회공헌을 홍보하며, 이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개 5~10분 정도였다. 거리의 컬러테라피보다도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거리가 먼 외국 사례나 예측치는 크게 와닿진 않았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단 하나의 사례를 찾기 위해 집중했고 마침내 우리는 자그마한 기적을 만들어 냈다. 자그마한 성과에 여러 의미를 부여하긴 했지만, 외부의 우려를 잠재우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기적을 만들기 위해 선택받지 못한 수많은 사례를 두고 방향에 맞게 걷고 있는지 몇 번이고 살펴보았지만,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했다.

 

만약 누군가가 성소수자차별금지를 회사에 도입하는 것을 두고 우수사례를 찾는다면 마음이 편치 못할 것 같다. 그를 찾기 위해 후순위로 밀려나는 많은 사례와, 이를 보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주객이 전도되어, 우수사례가 믿음보다 더 앞섰던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우리는 12사도가 될 것이라 믿는다, 만약 이 믿음이 성공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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