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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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2]
2020년 10월의 친구사이 정기모임
친구사이 정기모임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친구사이 사무실에 모여 친구사이의 운영과 활동 내용들을 보고하고, 다양한 성소수자 인권 이슈들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기모임에서 인권 이슈들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가진 뒤 종로 포차거리와 업소들을 돌며 전단을 돌리고 서명을 받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고, 또 어떤 때에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듯 안한 듯' 메이크업 강좌, 셀카 이쁘게 찍는 법(?) 등 회원들의 일상적 욕구들을 바탕으로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정기모임에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30일에 열렸던 친구사이 20주년 행사 역시 8월의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정기모임 일정에 맞춰 종로 포차거리 일대에서 진행을 할 정도로, 친구사이에서 갖는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이처럼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이 정기모임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친구사이의 활동과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중요한 이슈들의 공유도 있지만, 같은 정체성을 지닌 이들끼리 정기적으로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나누며 일상적 유대를 쌓는 경험을 비롯해 정기모임과 이어지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성소수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또 이렇게 모인 힘으로 또 사회적 변화를 위한 활동에 참여도 하며 친구사이를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의 근간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전례없는 전지구적 위기의 상황을 마주하고, 서로의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두고 흩어지자는 새로운 관계 맺기 구호 속에서, 단체 초창기 월례모임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이어 온 정기모임 역시 부득이하게 취소가 되기도 했고, 유튜브 채널을 통한 온라인 중계로 대체되거나 혹은 시간을 나눠 2부제로 진행하는 등, 정기모임의 운영방식과 풍경들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기모임 장소인 사정전을 가득 메운 회원들의 시끌벅적한 수다소리와 웃음소리 대신, 거리를 두고 놓인 의자와 마스크 너머로 서로 반가운 마음을 주고받는 눈빛들이 오가는 생경한 풍경을 보며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의 정기모임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됨에 따라 기존의 운영시간인 저녁 7시 30분에 오프라인에서 정기모임을 진행을 할 수 있었는데요. 그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아쉬움을 증명해주듯 많은 회원분들이 정기모임에 참석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정기모임에서 진행된 모둠별 토크 프로그램에선 각자 자신의 소개를 하며 단체 활동에 대해 갖고 있었던 궁금증들을 질문하고, 또 짧게라도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예전의 정기모임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의 10월의 정기모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친구사이는 11월 정기총회와 송년회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예년과는 달라질 총회와 송년회의 풍경들을 미리 그려보면서, 또 우리가 어떻게 모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2021년 새로이 시작될 정기모임은 위기 속에서 더욱 고립되기 쉬울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많은 성소수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 또 서로의 안전을 위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모일 수 있는 법을 함께 익혀 나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또 노력하겠습니다.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