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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칼럼] 유니콘을 찾습니다 EP2 : 세상을 바꾸는 쉬운 길
2020-06-02 오전 01: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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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 

 

[칼럼]

유니콘을 찾습니다 EP2 :

세상을 바꾸는 쉬운 길

 

 

거대한 모험의 시작은 초라했다. 작년 여름,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소명을 받았지만, 허울 좋은 구호만 있을 뿐, 이를 실천할 재원이나 제도는 없었다. 정체불명의 나라님의 말 한마디가, 회장님의 명이 되었다면, 의례 뭔가 시작부터 현질템이 있어야 할 테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본격적인 재원투입의 설득에는 실패하여, 그 결과 몸으로 때우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좋은 일'이 사실 우리가 처음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전철들이 우리들 앞에 있었다. 'IMF 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무역전쟁' 등 큰 악재들이 닥쳤거나, '취업난', '공기업 지방 이전', '경력단절 여성지원', '주 52시간 근무제' 등 정부 시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나둘씩 회사에서 "어명"들이 떨어졌지만, 그 생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좋은 일이 모두 돈을 벌어다 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었다.

 

회사는 본디 돈을 버는 곳이다. 회사는 매출과 자산으로 구성된 재무제표로 1년간의 활동을 발표하고, 그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주가로 표기된다. 벌어들인 돈만 중요한 게 아니다. 요즘 스타트업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1조 원의 기업가치’와 같이, 미래의 가설과 주장을 숫자로 보여주는 것도 기업에는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이 유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 판에는 어떻게든 '돈을 잘 벌거나 앞으로 돈을 잘 벌 것 같은 사람'이 승자이다.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에게도 중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자신이 행한 노동의 가치와 능력을 명료하게 환산해주며,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주는 것이 바로 이 '월급'이다. 가뜩이나 받은 만큼 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커진 요즘 세상에선, 돈 되는 일 외의 것들은, 또 다른 '갑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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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을 하는 부서에 선택지는 몇 개 없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평가와 보상이 있다.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수립하여 월급을 결정하는 요소로 반영하여 채찍질하거나, 아니면 우수한 인원을 대상으로 '금일봉'을 통해 포상하는 방안으로 당근을 주는 것이다. 치사하지만 효과적이다.

 

임직원 역시, '돈 안 되는 일'에 대해서는 '당근과 채찍'을 제일 먼저 확인한다. 이는 회사에서 이 정책을 얼마나 밀어주고 있는 여부를 확인 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가의 요소에는 이미 '매출'과 '이익' 및 '비용 절감' 등 돈에 관련한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항목별 가중치 조절을 통해 회사의 방향을 전달하는 역활을 오랜 시간 해온 터라, 경쟁이 치열하다. 그 자리에 들어가기 위해선, 정부나 여론 등 외부적 요인이 있거나, CEO의 강한 결단력, 아니면 도입 필요성을 증명할 결과물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중에서도 매우 큰 역할을 한다. 법인세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와 정부 입찰 자격 반영 등을 통해 참여기업에 당근과 채찍을 선물한다. 문제는 나랏님은 언젠가는 바뀌기에, 임직원들은 마음속엔 '이전의 것들과 무엇이 다른가, 좀만 참으면 지나간다'라는 식의 마인드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잠시 '체험판'을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설사 하더라도, 돈이 되지 않는 일의 연속이라는 피로감은 있을 뿐, 정작 그 일에 대한 불만은 없다.

 

나랏님이 바뀌고 나서도 살아남는 법은, 돈으로 환산되거나 아니면 '기여'가 되는 것이다. 모든 사업 보고서 말미에는 항상 '기여'라는 말을 쓴다. '신사업 모색을 통한 매출 성장에 기여' 등과 같이, 유명 컨설팅 리포트를 찾아서 혹은 컨설팅 의뢰를 통해 '(설사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이것은 돈이 되는 사업이다'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보고를 마무리한다. 이렇게라도 회사의 이익과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면, 또 다른 '횡령'으로 치부될 뿐이다.

 

좋은 세상 만들기는 어쩌면 쉬울 수도 있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회사는 평가에 반영하면 된다. 그 내용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정부와 회사, 회사와 임직원 간의 '당근과 채찍'의 상호작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변화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입증했다. '블라인드 면접', '장애인 고용 할당제', '여성 임원 할당제' 등 만족스럽진 않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아직 우리 문제에 '사회적 합의'를 기다린다는 정부는, 지금 무슨 계산기를 두드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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