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전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난 혜택받은 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애인과 손을 잡고 거리를 다니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왜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요?"라고 물으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난 동성애자예요"라고 대답함과 동시에 ”법적으로는 미혼이지만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있어요“라고 대답하고...
내가 동성애자라고 밝히고 나서도 변함없이 대해주며 소수의 인권에 목소리를 보태주고 있는 많은 사람들, 나의 까다롭고 괴팍한 성격을 알면서도 이해하고 내 주위를 지켜주고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많은 게이 동지들, 내가 베풀고 나눠준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난,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다.
지난주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말 바쁜 시간이었다.
금요일에는 대학 동아리 모임, 토요일에는 어머님이 집에 다녀가셨고 저녁에는 애인 회사 후배와 게이바에서 술마시기, 일요일에는 대학친구를 비롯한 후배 부부들과 부부동반 모임(물론 우리 커플만 게이커플이다),
이성애자 커플들과 부부동반 모임을 하는 우리 커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게다.
사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하고 약간의 쑥쓰러움도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초기반응일 뿐이다. 지내다 보면 여느 모임과 마찬가지고 자연스러워진다.
물론 호칭에 대한 문제로 처음에는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는 시회적으로 통용되는 호칭이 있지만 동성애자 커플과 이성애자 커플이 만나다 보면 호칭에 혼란이 온다. 그래서 우린 우리끼리의 호칭이 따로 있다.
내 남자친구 부부를 만났을 때 : 친구는 내 애인더러 형님이라 부르고 와이프는 00씨라고 부른다.
내 여자친구 부부를 만났을 때 : 친구는 내 애인더러 00씨, 친구 남편은 형님, 혹은 00씨라고 부른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제도 두 쌍의 이성애자 커플과 한 쌍의 동성애자 커플이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둘이 살아가는 이야기 등 여는 부부동반 모임에서와 같은 얘기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 커플이 모두 술을 좋아해서 어제가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국동에서 소주를 마시다가 결국은 우리집에 와서 맥주를 마시고 청주에서 올라온 친구 부부는 오늘 새벽에 청주로 내려갔다. 덕분에 난 새벽에 일어나서 콩나물국을 끓여야했다.
세상 사는게 뜻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때는 마음먹기 나름인 경우도 있다.
한때는 내 성정체성으로 인해 인생을 포기할 뻔하기도 했지만 현재의 나는 스무살 전후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만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 그 마음이 더 간절해 진다.
세상이 나보다 먼저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세상을 변화시켜 보는것도 해 볼 만한 도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꼭 하나 꿰차야쥐. ^_^
언뉘 넘 멋져! 홧팅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