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Kissing Jessica Stein
감독: 찰스 허먼 윔펠드
주연: 제니퍼 웨스트펠트, 헤더 예르겐슨
비디오, DVD 출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는 뉴욕. 우디 알렌의 그린위치 빌리지와 스톤월 봉기가 일어났던 크리스토퍼 스트릿이 나란히 어깨를 겨누고 있는 곳. 그나마 미국 우파에 가장 적대적인 식자와 예술가들이 제일 많은 곳. 홈리스 소굴과 범죄의 천국, 그러나 인권 단체가 두서없이 많은 곳. 세계 초국적 금융자본의 아성인 5번가와 반자본주의적인 식자들이 기묘하게 동거하는 도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게이 레즈비언들이 가장 많은 곳.
언젠가 싸구려 흑맥주를 마시며 그린위치 빌리지의 분위기를 만끽하다가 본 장면은 시각적인 충격을 훨씬 뛰어넘고 있었다. 노란 택시에서 내린 두 여성이 택시 뒤에서 깊은 입맞춤을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관용의 도시 뉴욕 맨하튼에 바치는 소곡이다. 이 거대한 대도시 뉴욕, 차이와 다양성의 숲속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유혹과 배반의 변주를 끊임없이 지속하지만 그것은 뉴욕의 특성으로 인해 넉넉히 관용되는 특허의 삶일지도 모른다.
작가 워크샵에서 만난 두 여자 제니퍼와 헤더는 의기 투합으로 원안을 만들어 연극에 올렸고, 이 작은 성공에 힘입어, 작가- 프로듀서-배우 등 다중 역할을 해냄으로써 우리나라 돈으로 단 12억에 깔끔한 뉴욕발 인디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의 재즈곡 가사처럼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거대한 대도시의 장난감이다. 무료한 삶에 지친 한 여성이 우연히 릴케 싯구를 인용한 광고를 보게 된 것이 발단이 되어 레즈비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레즈비언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자신과 사귄 레즈비언에게 채이고 자신이 찬 남자와 다시 조우하게 된다.
이 매혹과 배반의 변증법은 계속 반복하면서 빙글 돌아 우리 삶의 진행 방향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한다. 사실 그것이 도시가 주는 인간 관계, 그리고 새로운 친밀성에 대한 매력이다. 연인 관계를 청산하고 절친한 친구가 된 레즈비언과 다시 만나 수다를 떠는 장면을 굳이 이 영화의 엔딩으로 삽입한 것은 만남과 이별의 연쇄로 점철된 우리 도시인들의 삶을 도덕적으로 평가할 수 없음을 적시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신파'가 빠진, 깔끔하고 경쾌한 도시 소곡이 될 수 있다. 또한 그것이 이 영화를 퀴어영화를 뛰어 넘어 보편적인 매력을 갖추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가끔, 식당에 모여 포도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뉴욕커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0-04-08 20:18)
2004-02-05 20:15
2003-11-07 23:58
안정모
이거 봤어 꽤 잼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