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 파나소닉, 미츠비시는 최근 동성애자 시장에 진입한 주요 대기업으로 기록에 남게 됐는데, 이는 여태까지 일본 기업들이 기피해온 일이다.
디카 자체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일지 몰라도, 이 기기를 동성애자 매체에 최초로 도입한 것은 일본 동경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 카시오 계산기(Casio Computer Co.)였다. 카시오는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업계의 선두를 되찾기 위해서 출시된지 1년이 지났으며 신용 카드만큼 얇은 초박형 디카 엑실림(Exilim) EX-S3 기종의 배너 광고를 '게이컴'(http://www.Gay.com )과 '플래닛 아웃'(http://www.Planetout.com )에 게시하기에 이르렀다.
동영상화된 이 배너 광고는 디카의 크기와 사양을 강조하며, LCD 화면에 잘 생긴 청년들의 사진을 실은 것이다.
카시오 디카 광고 1
이 회사의 전략적 마케팅 담당자인 이시카와 유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제품의 사양, 크기, 세련됨을 강조하고 싶었거든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어요. [이 제품을 계기로] 재기하길 바라죠. 엑실림은 컨셉도 아주 독특하고 [동성애자]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봅니다.'
* 카시오, 재기하다
카시오는 미국 시장에 소비자용 디카를 처음으로(1995) 도입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그 후 치열하게 벌어진 경쟁 탓에 세계 시장 점유율과 일본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각각 5~6%와 1% 미만으로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시카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는 소니, 캐논, 올림푸스, 니콘, 코닥같은 대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 빨리 재진입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죠. 경쟁도 가격 책정도 엄청나게 치열하거든요. 그리고 아쉽게도 미국 소비자들은 보수적이예요. 게다가 저희는 마케팅에 주요 경쟁자들만큼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입장이거든요. 그래서 대신에 특정 사용자를 대상으로 삼기로 했죠. 게이들이 [유행에 있어] 초기 채택 집단이고 영향력 행사 집단인데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평판이 결정적이었어요.'
카시오의 세계 마케팅부 이동 통신 및 이미징 담당자 이구치 토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서 조사한 결과, 게이 시장이 최첨단 제품이랑 세련된 제품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는 시장 조사 기관 '패키지드 팩츠(Packaged Facts)'의 보고서를 읽고 동성애자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카시오 디카 광고 2
http://www.exilim.casio.com/getflashed
2003년 여름에 짤막한 검토를 거친 결과, 뉴욕 소재 성적 소수자 위주 광고사 오즈모시스 미디어랩(http://www.osmosismedialab.com )이 이 상표의 기획사로 낙착됐다. 광고는 12월에 인터넷에 게시됐는데, 이는 경쟁이 치열한 연말 연시를 겨냥한 것이었다.
카시오는 인터넷을 광고 매체 1순위로 꼽았는데, 이시카와에 의하면 그 이유는 '예산도 한정되고 [그 효과를] 추적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었다. 카시오는 이 광고의 효과를 클릭 횟수로 추적 중인데, 2004년에도 또 다른 기종인 엑실림 EX-Z4U과 함께 계속 홍보할 예정이다. 카시오 경영진은 현재 다른 매체도 고려 중이다.
희귀하게도 카시오는 이번 광고를 다국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록 미국에서의 광고와는 무관하나, 영국 내의 '핑크 파운드'--즉 게이 구매력--를시험하는 중이다.
* 파나소닉과 미츠비시의 동참
한편 다른 일본 기업 역시 동성애자 매체에 자사 제품을 홈보하기 시작했다. 파나소닉 상표의 모기업인 (주) 마츠시타 전기 산업의 미국 지사(Matsushita Electric Corp. of America)는 '애드버킷'지(http://www.advocate.com ) 12월호에 DVD 녹화기 광고를 실었다.
그러나 자사 전기 면도기 광고가 동성애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에 이 회사는 기업 이미지상 어느 정도는 문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소재 광고사 캐플런 세일러(Kaplan Thaler)가 2002년에 제작한 이 광고는 배경이 감옥이었다. 죄수 한 사람이 [파나소닉 면도기로 면도한] 또 다른 죄수의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피부가 매끄럽다며 칭찬하자 난투극이 벌어지고 일대 혼란이 빚어진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링크 설명: 게이들 사이에서 문제가 된 파나소닉의 전기 면도기 광고 (무료 시청 가능)
http://www2.commercialcloset.org/cgi-bin/iowa/portrayals.html?record=1087
소비자용 전자 제품이 게이 시장에서 미개척 분야인 것은 사실이나, 파나소닉 말고도 덴마크의 고가 전자 제품 제조사인 뱅 앤 올룹슨(Bang and Olufsen) 역시 최근에 게이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두 개의 고급 전축 장비 제조 업체가 게이 청취자를 공략한 바 있다. 미국 하몬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스사(Harmon International Industries)의 JBL 스피커 광고가 지난 1994년 '애드버킷'지에 실린 적이 있다. 또 다른 일본 전자 상표인 아이와(Aiwa)는 1996년에 '아웃'지에 잠깐 광고를 게재한 적이 있다.
일반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미츠비시의 승용차 '갈랑(Galant)' 광고는 '아웃(OUT)'지(http://www.out.com ) 2월호에 최초로 게재됐다. 이는 갈수록 자리가 없어지는 자동차 광고업계에 주요 기업이 최근에 진입한 사례로,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차종인 캐딜락 역시 게이 잡지에 일반 광고를 실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의 광고가 게이 매체에 최초로 진입한 것은 1996년이었는데, 그 주동자는 바로 (주) 후지 중공업의 미국 지사(Subaru of America)였다.
미츠비시사 대변인에 의하면 '갈랑'의 2004년도 광고는 이 기업의 역사상 가장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됐으며, '저희가 아주 아주 오랜만에 만든 인쇄 광고예요. 고객 시장을 넓히자는 게 컨셉이었죠. 그래서 가족이랑 저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가급적 폭넓은 소비자층에 다가가고 싶었어요. 다양성에 있어서라면 저희는 여러 면에서 아주 포괄적이거든요.' 그녀에 의하면 자사 광고의 메시지는 '제품이 세련되고 눈길을 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의 시계 제조사 (주) 세이코(Seiko)는 1998년부터 게이 매체에 광고를 게시해왔는데, 현재는 '키네틱(Kinetic)' 라인을 홍보 중이다.
* 방관
그러나 이처럼 점차 증가하는 관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주요 제조업체 다수는 소비자용 전자 제품 시장 선두를 달리는 소니나 그 경쟁사인 샤프, 산요, 토시바는 아직 게이 시장을 시험해보지 않은 상태이다. 니콘과 캐논같은 사진기 회사, 세가와 닌텐도같은 게임 업체, 그리고 토요타, 혼다, 닛산같은 자동차 업체 역시 동성애자 마케팅을 방관 중이다.
그 결과, 게이 시장에 적절하고 꾸준한 러브콜을 보낼 용의가 있는 일본의 새 마케팅 담당자는 경쟁자가 미처 깨닫기 전에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이크 윌크의 '상업적/광고 벽장(Commercial Closet)' 칼럼은 광고, 마케팅, 언론 방송에 있어서의 동성애와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다룬다. 지난 85년 동안 전세계에 걸쳐 제작된 동성애 관련 광고를 http://www.CommercialCloset.org 에서 볼 수 있다.
비록 미국 시장 얘기지만, 일본 기업들이 '게이 파워'를 깨닫기 시작했군요. 요샌 우리 나라도 갈수록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분화가 이뤄지는 것같던데, 만약 호모포비아만 누그러진다면 이런 식의 광고랑 본격적인 핑크 산업이 가능해질지도 모르죠. 언제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
그리고 '게이' 광고라고 하긴 뭐하지만, 일본 아이와 홈페이지 들어가니 마돈나의 '보그(Vogue)'에서 따온 플래시 광고가 나오더군요. 주소는 http://www.jp.aiwa.com/index.html 즐감~ ^^
(요새 일이 산더미같아서 한번에 하나씩밖에 못 올리는 점, 사과드립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