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계속돼온 잡지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http://cosmopolitan.com )'의 금지를 포함해 각종 검열을 완화하겠다는 최근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싱가폴의 언론 규제 기관은 현지 남성지에 '친동성애적' 내용과 반라 남성 사진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이츠 타임스'지가 2월 27일에 보도한 바와는 달리, 언론 개발 공사(Media Development Authority, MDA, http://www.mda.gov.sg/index-mda.html )가 문제의 잡지인 '매너진(Manazine)'에 공식적으로 경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주 전에 이 잡지의 최신호이기도 한 3호가 발간된 후 MDA측이 잡지사와 만난 것은 사실이다.
MDA는 '스트레이츠 타임스'지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나체 사진과 동성애적 내용을 싣는 현상태로서는 잡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잡지사에 경고했습니다.'
당시 MDA측이 '너무 동성애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바로 웃통을 벗은 남성의 사진이었는데, 이는 '매너진'지의 창간호(2003년 10월) 건강 기사에 수록된 것이었다.
또한 MDA는 [싱가폴의 영화 연극 배우 겸 TV 탤런트] 비어트리스 치아(Beatrice Chia)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를 문제 삼았다. 이 기사에 의하면 그녀는 '동성애자들을 왜 묵인(tolerate)해야 되죠? 받아들여야죠(accept).' 당시 그녀는 세계 2차 대전 중 동성애자들이 겪은 핍박을 다룬 연극 '벤트(Bent)'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 잡지의 편집장인 아르잔 니젠 트윌하아르(Arjan Nijen Twilhaar)는 본보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MDA가 보기에 이건 게이적 생활 방식을 조장한다는 거죠.'
또한 MDA는 '핑크 달러'--즉 동성애 시장--에 대한 기사에 삽입된 다음의 문구를 문제 삼았다. '비록 건국된지 얼마 안 됐지만 우리는 싱가폴이 대담하고 진보적이라고 생각해야 될 것이다. [동성애자들을] 단순히 묵인하는(tolerance) 데서 그치지 않고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심지어는 받아들이는(acceptance)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1호 중간에 실린 화보는 해변에 있는 3명의 남성을 담았는데, 수영복 사진치고는 '너무 동성애적'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2호에는 음모가 노출된 사진이 있었는데, MDA에 의하면 이는 나체이다. 3호를 선전하기 위해 역시 2호에 실린 또 다른 사진은 '남성 모델 한 명이 다른 모델의 엉덩이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다'는 이유로 지적됐다. 그리고 트윌하아르에 의하면 어느 의류점 광고는 '또 다른 생활 방식 의류점(alternative lifestyle shop)'이라는* 문구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영어권에서는 과거에 '동성애'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 'alternative lifestyle'이라는 표현을 많이 썼음]
그는 성명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매너진"은 기자나 인터뷰 대상이 특정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 생각, 관점을 표현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믿는 바이다. 이는 정부 자체도 환영하는 일이다. [싱가폴의 정보 통신 예술부 장관인] 리분양(Lee Boon Yang) 박사도 "스트레이츠 타임스"지에서 "더 교육 받고 지식이 많은 싱가폴 시민은 정부 결정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며 자신의 견해가 경청되고 고려되기를 원한다"고 밝히지 않았는가.'
한편 싱가폴의 동성애자 인권 단체인 '피플 라이크 어스(People Like Us, PLU, http://www.geocities.com/plusg1/index2.htm )'는 성명서에서 다음과 밝힌 바 있다. 'PLU는 이번의 또 다른 검열 시도를 개탄하는 바이다. 특히 정부는 아무리 세련되게 표현되더라도 동성애적 감수성을 지니는 개인들에게 과민하게 반응하는데, 이같은 감수성은 국제 언론 매체에서는 진부해지고 있다. 또한 정부는 노출 정도가 동등하더라도 모델이 여성인 경우에는 해당 사진이 기타 현지 잡지에 광범위하게 게재되어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이는 성 차별적이다. 또한 정부는 비어트리스 치아의 발언 보도와 동성애 관련 내용을 문제 삼음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단순히 조장돼서는 안 되는 '생활 방식'으로 못박음으롬써 그릇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
'스트레이츠 타임스'지에 보낸 편지에서 PLU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MDA는 싱가폴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겁니다. 정부는 싱가폴 국민한테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의 각종 유행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가장 우수하고 뛰어난 인재가 와서 살 만큼 매력적이고 국제적인 도시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싱가폴 국민의 정신을 닫아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MDA는 "싱가폴이 보수적인 사회이고 여기 사람들은--특히 태도 등--현대적인 걸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낡아빠진 주장에 기댈 게 뻔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명에 의존하기 전에 MDA는 어떻게 바로 자기네 검열 경찰이 싱가폴 국민을 모래 속에 머리 묻은 타조처럼 만들어왔고, 따라서 "여론"을 검열의 정당화 근거로 쓰는 게 지적으로 얼마나 부정직한 일인지 생각해봐야 될 겁니다. 그런 여론을 만들어낸 건 바로 MDA가 실시하는 검열이니까요.'
'매너진'지 4호인 '에센스(Essence)'는 대대적인 수정을 거쳐 4월 15일에 발간될 예정이다. 비록 앞으로는 계속 MDA의 입김 아래 놓일 상황이나, 트윌하아르는 MDA와 타협해가면서 잡지의 대담한 내용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싱가폴 정부가 '코스모폴리탄'까지 금지해왔다니 어이가 없네요... +.+; 거기에 비하면 우리 나라는 훨씬 개방적인 셈인가요? 물론 몰라서 그랬겠지만, 요새는 서양의 일반 남자용 도색 잡지도 서울 시내 대형 서점에 버젓이 들여와서 파니까요~ *^^* 하지만 '보릿자루'를 욕하는 게이도 많다는 걸 기억하면, 마냥 안심하거나 자만할 건 못 되겠죠. 언더그라운드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 '버디'가 타협(?)한 점은 바로 가급적 '점잖고 안 야하게' 간다는 거였을 테니까요 ㅠ.ㅠ 암튼 개발 독재의 우민화 정책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네요.
버디의 타협은 도전정신을 이성적인 것에만 한정했다는 의미밖에 없죠.
사실 타협할 일이 아니었어요. 더 많은 야한 그림들이 있었어야 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이성애자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도전해야했어요. 감각적으로 말이죠.
게이를 이성적으로만 사고하라고 주장해온 버디가 망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감각적으로 아무런 화제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잡지 아니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