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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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부산에서 이룬 ‘종로의 기적’
어느 영화제건 영화제 기간 그 장소는 축제 분위기가 된다. 양껏 볼 수 있는 영화들, 바다, 지인들과의 즐거운 술자리 등등 어찌 즐겁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나 이번 1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친구사이 회원들에게는 더욱 뜻 깊은 기간이 되었다. 왜냐하면 친구사이와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모임 ‘연분홍치마’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이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경쟁부분에 진출하였기 때문이다.
‘연분홍치마’의 이혁상 감독이 연출한 ‘종로의 기적’은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네 명의 삼심대 게이들의 삶과 슬픔, 기쁨 등을 보여주면서 이 땅에서 게이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힘겨움과 커밍아웃의 의미와 즐거움을 담은 영화이다. 특히 주인공 중 두 명은 친구사이 회원이기도 한 소준문, 최영수 군이어서 친구사이 회원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영화이다.
‘종로의 기적’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두 번 상영을 했는데 10월 8일 7시에 있었던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 최영수군이 활동했던 친구사이 소모임인 게이코러스 ‘지보이스’ 회원들의 짤막한 공연이 있었다. 친구사이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모니터링은 몇 번 있었지만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처음 상영하는 거라 관계자들이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반응은 아주 열광적이었다. 특히 최영수 군 부분에서는 최영수 군뿐만 아니라 다수의 친구사이 회원들과 지보이스 회원들 그리고 지보이스 공연 장면들이 첨가되어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최영수 군은 작년에 급작스럽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영화의 그 부분에서 친구사이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이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래서 영화 후 지보이스의 공연은 더욱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을지 모른다.
극장 음향팀의 문제로 인해 준비한 두 곡 중, 한곡인 ‘You raise me up’을 무반주 아카펠라로 부르는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영화의 감동과 지보이스 회원들의 고양된 감정으로 인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이후 계속된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감독 이혁상 군과 영화의 주인공 세 명 그리고 최영수 군을 대신한 천정남 (친구사이 고문) 형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와 게이로서의 삶에 대해 관객과 소통을 가졌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쏟아지는 질문에 다 대답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런 반응 등을 통해 영화 ‘종로의 기적’이 개봉을 했을 때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수확물로 얻을 수 있었다.
영화 상영 후 자리를 옮겨 근처 호프집에서 ‘종로의 기적’ 경쟁부분 진출 축하 등을 겸한 ‘커밍아웃 파티’가 열렸다. 영화 주인공들과 측근들, 지보이스를 중심으로 한 친구사이 회원들과 영화에 감동을 받은 일반 관객까지 합류해 50여명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파티 자리에서 지보이스는 역시 세곡의 노래를 뽐내 파티 참가자들의 열정적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흥이 오를 대로 오른 친구사이 회원들은 해운대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밤 늦도록 영화에 대한 벅찬 감동을 나누고 최영수 군에 대한 안타까움을 함께 했으며 바다를 보고 가슴의 상처나 응어리들을 쓸어내렸다.
이 꿈같은 하루는 바로 부산에서 이룬 또 하나의 ‘종로의 기적’인 셈이다.
ps. 영화제 마지막 날 또 하나의 기적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바로 ‘종로의 기적’이 영화제에서 수여하는 ‘메세나’ 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천 만원의 상금도 상금이지만 이 수상을 계기로 정식 개봉을 했을 때 보다 많은 관객들과 소통을 하고 가슴 속에 종로의 기적이 심어지기를 기대하게 하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