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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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다'는 화제가 되고 있는 시사 상황을, 친구사이 회원을 중심으로 한 퀴어의 시각으로 짚어보는 칼럼입니다.
[게이다] 파고다 극장을 추억하며
청계천 근처에 있었던 ‘바다’극장이 얼마 전에 문을 닫았다 한다. 서울 종로 주변의 대표적 크루징 극장은 전설의 ‘파고다’ 극장, 충무로 ‘극동’ 극장, 그리고 ‘바다’극장이었다. 파고다와 극동은 문을 닫은 지 시간이 꽤 흘렀고 바다 극장마저 문을 닫은 지금 사실상 크루징 극장은 명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파고다 극장 자리는 고시원으로 바뀌었고 극동극장은 외벽만 흉물스럽게 남겨져 있다. 그리고 그 크루징 극장의 성격은 인터넷 채팅이나 사우나 등으로 진화(?)되어 갔다.
한때는 그 극장들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모인 외로운 게이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전해지며 ‘선데이서울’ 등의 잡지에 잠입르뽀(?)식으로 툭하면 다루어지기도 해서 그것이 오히려 더 붐비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단다.
필자는 극장 크루징 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두고두고 아쉽다.ㅠㅠ) 다만 청소년, 그리고 대학시절 공중 화장실 벽에 ‘동성 친구 구함’이라는 메모와 함께 전화번호 혹은 삐삐번호가 남겨져 있는 걸 목격했을 뿐이다. 그 시절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마음 몸살을 앓고 있었는데 그 낙서를 보고 얼마나 위안을 받았는지 모른다. 나만 이런 사람(?)은 아니었구나 싶은.
혹자들은 이렇게 묻곤 한다. 이성애자들도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극장에서 꼭 그런 짓(?)을 하고 흔적을 남겨야 하느냐고. 그래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느냐고. 그렇다면 어떻게 만났어야 했을까? 얼굴에 게이라고 써있는 것도 아니고 존재를 당당하게 인정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나름의 방법은 그 상황과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지금처럼 자판 몇 번 두드리거나 어둠 속에서 손길을 주고받으면 이성애자 몰래(?)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극장 안에서 친구도 만나고 여러 정보들도 주고받고 그리고 같은 친구가 있다는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을 거다. ‘친구사이’에서 여러 활동을 하다보면 이런 질책을 받곤 한다. 왜 드렉쇼 같은 이성애자들의 눈에 거슬리는 방식으로 활동을 전개해야 하느냐고. 그러면 다시 반문을 하고 싶어진다. 그러면 우리의 활동 이유는 무엇이냐고. 수적으로 우성이라고 해서 쥐어진 그들의 권력에 경종을 울리고 다양함을 인정받자는 우리의 활동이 자꾸 이성애자의 시선에 의해 검열되고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끔 파고다 극장 앞을 지나갈 때가 있다. 그 곳에서 지금의 활동의 모태가 탄생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역사의 장소임은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먼 훗날 지구촌 전 지역이 크루징 장소가 되었을 때(?)는 박물관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