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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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가 추천하는 10월의 책
[퀴어 미학 : 공연문화 퀴어 읽기]
“뮤지컬, 현대극, 셰익스피어를 망라하는 공연 문화의 동성애 억압과 이에 대한 저항적 읽기를 통해 이성애 중심주의를 허문 작품들을 추적하고 각 예술분야의 대표작을 퀴어읽기하여 실천적 읽기에 주력”(역자 후기, p. 192)했다는 이 책, 『퀴어 읽기: 공연문화 퀴어 읽기』(이하 퀴어미학)는 친구사이 10월의 추천도서다.
『퀴어미학』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쉽게 읽힌다는 점이다. 평소 공연예술에 관심이 없어 잘 모르는 독자라 할지라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자는 힘을 빼고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구체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작품들 역시 대중적인 것과 작품성 있는 것을 고루 배치했다. 또한 곳곳에 숨어있는 깨알같은 재미도 빼 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게이들은 왜 디바를 좋아하는지’부터 『오즈의 마법사』같은 고전(!)에 대한 퀴어 읽기에 이르기까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로 가득하다. 물론 저자의 해석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닐지라도 한 번쯤 숙고해볼만 하다.
특히 디즈니의 히트작 <라이온 킹>과 동명의 뮤지컬에 대해 퀴어 읽기를 시도한 부분은 백미이자 신선한 충격이다. 이를 테면 <라이온 킹> 전체를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헨리 4세를 혼합하여 각색한 작품이며 여성, 유색인종의 위치와 대비시켜 동성애자가 백인, 이성애 중심주의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어느 서열에 놓여야 하는지를 보여준 작품”(p. 53)이라고 규정하고, 티몬과 품바의 삶을 동성애자의 그것과 일치시키면서 결국 “이성애 중심주의를 잃지 않으면서 이용가치가 있는 게이 감성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한 것”(p. 57))으로 보는 식이다.
저자는 “분야를 막론하고 주류 예술은 늘 동성애를 억압해 왔지만 동성애를 지향해 온 예술가들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동성애를 양지로 끌어올려 마침내 주류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게이 문화는 주류 문화의 코드마저 바꾸고 있다.”(p. 9)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성의 역사와 결코 무관하지는 않”으며 “점진적으로 억압의 메커니즘을 완화시킨 20세기 성의 혁명과도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p. 192)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성애가 예술의 영역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예술이 동성애라는 소재를 다루게 된 것도 일종의 ‘배제와 포함의 원리’이며, 소비력이 있는 게이 대중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이성애 관객에게는 자비롭고 관용적인 이미지를 부여함으로써 불만을 관리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정체성이 다층적이며, 유동적이고, 구성된다는 관점에 따라 “경계를 분란시키고 해체하는 퀴어 미학의 가능성”(p. 198)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 고려대학교출판부.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