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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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관기] 성소수자, 성소수자 지지자와 함께 달려라 달려!!
봄이다. 입춘을 지나고도 우수, 경칩, 춘분, 청명에 곡우라 하는데 지난겨울의 추위는 얼마나 유난했던지 입춘이란 게 대체 언제 지났었나, 봄 오는 소리도 놓치고 지났더니 어느 새 만발한 꽃나무들, 피어나는 초록들, 내려 적셔주는 빗줄기들이, 다시 온 봄을 맞는지 요란스럽다. 그러고 보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봄은 다시, 또, 온 걸 텐데도 새로 맞이하지 않고는 보내기 아쉬워지는 건 그것이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봄이기 때문일 것이다. 봄이 와 봄의 감상에 젖어보는 일이야 지난겨울 지난했던 밤에 젖었던 칙칙한 감상들 보다야 참 얼마나 건강하고 감사한가! 봄은 왔고, 청청한 하늘 아래 앙증맞게 움트는 것들 보이기 시작하니, 놓친 봄맞이도 겸해 친구사이 회원들과 함께 지난 17일 이른 아침부터 모여 “2011 제5회 한겨레신문 하프 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준비를 위해 집결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대회장인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곳곳에 모여 대회를 위한 채비로 바쁜 모습이었고, 그 가운데 친구사이는 본 마라톤대회에 앞서 마련된 부스를 통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한편 일주일 전부터 연습해온 플래시몹으로 대회 참가를 위해 모인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대했던 만큼의 관심과 참여에의 유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뜻을 가진 많은 시민들이 “차별과 폭력 없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서명에 동참해주었고, 처음엔 조용했던 플래시몹에도 차츰 관심을 보여 몇 차례 뒤에는 대열에 합류하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곧 시작된 본 대회, 하프 코스, 10km 코스에 이어 5km의 출발 대기를 알리는 안내 방송에 지난 15일 저녁 “가내수공업 번개”를 통해 제작된 다양한 상징물들과 함께 친구사이 회원들도 참가 시민들 가운데 대기선에 서고, 청명한 봄 아침 힘찬 파이팅과 함께 마라톤을 시작했다. 5km 코스야 별 거 아닐 거라던 처음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뛰다, 걷다, 서다를 반복하며 의심되는 몇 번의 체력적 고비 끝에 완주를 마치는 동안 기록 촬영을 위해 들이민 카메라 앞에 회원들은 걷다가도 뛰는, 지쳐 울상이다가도 예쁜 미소로 화답하는 열의를 보여주었다.
마라톤 후에는 서로를 축하, 격려하며 잠시 휴식을 갖은 뒤, ‘서울학생인권조례’ 서명을 위해 도움 주러 나오신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홍세화 선생님과 함께 본격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정리하고 월드컵공원을 빠져나와서는 종로로 이동, 봄기운 가득한 정취와 함께 기분 좋은 낮 술판이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고작 5km 마라톤에 거창한 감상까지야 부끄러운 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 틈에 무지개를 들고, 두르고, 함께 같은 길 뛰며, 걸으니 기다린 봄날의 감회도 기억하고 담아가야 할 교훈처럼 새롭다. 무지개를 두른 나도, 그렇지 않은 너도, 같은 곳 향해 같은 길 함께 달렸던 것처럼, 너, 나, 우리 모두 제 각의 주어진 무게를 짊어지고 제 몫을 해내며, 그러나 같은 길 함께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가하면 서로에의 배타고, 다툼이야 얼마나 어리석고 의미 없는 허기인가. 감상 비약의 수상한 허영으로 서툰 교훈까지야 그만두더라도, 오고야 만 봄, 눈부신 아침의 봄, 다시 찾아온 시작의 날에 그들도 같이 함께 생각하고, 느끼고, 배워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