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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11호] 학생인권조례 서명 번개 후기
2011-04-04 오후 23: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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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4월 


[특집- 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서명번개 이야기

 

 

윤 (친구사이 회원)

 

 

 

 

다행히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에 틀어박혀 있고 싶었던 마음을 쉬이 달래고 어린이대공원역으로 향했다. 아직도 많은 서명이 필요하다는데 오늘은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봤던 청소년 성소수자 폭력 사건에 대한 기사가 자꾸 생각이 났다. 학생인권조례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더라도 고장난 부분을 하나씩 고쳐나가다 보면 분명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는 희망과, 우리가 그들을 위해서 마련해 준 게 이런 사회라는 미안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마음에 챙기고 집을 나섰다.

서명운동의 시작은 주변 상권과의 마찰이었다. 학생인권조례를 서명 한 장과 아이들이 열광하는 뽀로로 풍선 수익이 꼭 양팔저울의 양쪽에서 서야만 하는 걸까. 위협과 큰 소리가 오고가는 긴장되는 상황들. 나는, 인권을 위한 싸움인데 여기서 지고 들어가면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난관들은 어떻게 극복하겠는가 하고 굳게 마음을 다 잡았고, 물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티 안내고 열심히 추스르고 있을 때 참교육학부무회에서 오신 분과 우리 성격 좋으신 기즈베님과 재경 대표님이 상황을 잘 정리하셔서 우리는 자리를 옮기지 않고 작은 부스를 차릴 수 있었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대공원을 방문했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나온 젊은 부부가 가장 많았고 친구들과 온 중고생들, 지방에서 놀러온 대학생 무리들, 곱게 차려 입은 연인들까지.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서명에 많이 동참해주셔서 놀랐다. '서명 좀 해달라'는 말 한마디에 기꺼이 가던 길을 잠깐 멈춰주는 서울시민들을 보면서 '나의 설득력 있는 언변과 더 설득력있는 눈웃음에다가 학생인권보장이라는 좋은 취지까지 더해지니 서명을 안 할 수가 없는 거구나'라는 결론을 내심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자만함이 문제였던지(아니면 한 시간이나 늦은 친구사이 모 커플이 경쟁자로 나서서인지) 나와 눈도 안 마주치고 지나가는 분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좋은 일에 동참하지 않는 걸까? '차별 없는 교실을 만들자'는 내 멘트가 와 닿지가 않나? 기즈베형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형은 본인이 만든 '인권보험'이란 말을 계속 밀 뿐이었다. 주로 젊은 엄마아빠가 서명을 많이 해주셨고, 커플의 참여율이 가장 저조했다. 나라면 애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라도 서명을 할 것 같은데, 라는 마음으로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솔로들 인권보장을 아무리 외쳐도 둘만 좋아라하는 커플들이 머리를 스쳤다.

개인적으로 전단지를 나눠주거나 서명을 받는 일을 잘 못한다. 사실 너무 하기싫다. 상대방이 거절하는게 내 잘못은 아니라고 자위해도 밀려드는 자괴감을 이기지를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마냥 있지만은 못했던 건 함께 서명운동 하시는 분들이 한 명이라도 더 잡기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다. 수십 수백 번 거절을 당해도 꿋꿋하게 차별 없는 교육을 외치는 분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아셨는지 그냥 갈 것 같다가도 '학생인권'이라는 말에 돌아서서 서명을 해주고, 또 주변 사람에게까지 서명을 권하는 서울시민(및 경기도민) 분들을 보면서 그래도 희망을 느꼈다. 주민번호 쓰는 건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일 텐데 차근차근 설명드리니 다들 해주셨다. 특히 중등교육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은 대학생 또래나 정작 본인 일이지만 잘 모를 것 같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고 서명을 해줄 때 우리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조심스럽게 품어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오학년 쯤 되어 보이는, 이학년 쯤 되는 동생과 함께 와서는 자기 주민등록번호 안다며 거침없이 서명을 해 준 꼬마였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친구사이팀은 일이 있어서 좀 일찍 철수했다. 오늘이 가장 많이 서명을 받은 날이라는데 과연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부디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서 좋은 결실로 맺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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