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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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 활동기
에이즈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다. UNAIDS라는 에이즈 문제 관련한 국제기구가 존재하고, 매 2년마다 대륙별 에이즈 관련 학술대회가 열린다. 그리고 대륙별 대회가 열린 다음 해 2년마다 전 세계 에이즈 대회가 열린다. 에이즈 관련해서 매년 주요한 국제회의가 열리는 셈이다. 지난 8월 24일부터 8월 30일 사이에 아시아 태평양의 지역별 국제 에이즈 대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열렸다. 아시아 태평양 에이즈 대회로서는 10번째 이고, 한국에서 이러한 에이즈대회가 열리기는 처음이다.
대회 구성은 크게 두 가지다. 24일부터 26일까지는 에이즈 문제와 관련한 감염인, 에이즈 취약 그룹, 그리고 에이즈와 관련한 NGO 단체, 그리고 청소년 등 에이즈 문제와 관련있는 커뮤니티들이 만나 관련 이슈를 논의하는 기간이다. 그리고 27일부터 30일까지는 에이즈와 관련한 각종 학술 문제와 기술적인 회의들이 열린다. 이때부터 다양한 논문이나 연구들이 공개된다. 또한 각국의 에이즈 관련 단체들이나 제약회사, 에이즈 관련 기구들은 APV(Asan Pacific Village) 라는 곳에서 활동에 관련한 홍보의 장을 연다.
어찌 보면 조용히 열리는 학술대회라고 볼 수 있지만, 에이즈 문제와 관련 있는 게이나 레즈비언 단체, 성노동자 단체, 마약사용자 그룹, 트랜스젠더 그룹 등 다양한 그룹 들이 모여 함께 각국의 이슈나 주요한 에이즈 문제에 대해 활발히 이야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점에서 보면 여느 국제학술 대회 보다 관련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크고, 그 활동폭도 넓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 26일 개막식과 27일 FTA 반대 집회 때 있었던 한국 활동가들의 감염인 인권 문제와 FTA 반대 이슈 제기는 지극히 정당한 외침이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에게 아이캅 대회 환영인사를 건넸지만 대회 개막식 전 많은 성노동자와 트랜스젠더, 마약사용자들이 비자발급을 거부당했거나 입국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벡스코 건물 내에서 평화롭게 FTA 반대 집회를 진행했던 한국 및 해외 참가자들의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경찰의 몰상식한 행동이 있었다. 이때 있었던 경찰의 참가자에 대한 폭력적인 과잉 진압 및 연행 사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에이즈를 대회를 개최할 자격이 있었는지를 되묻게 되는 사건들이었다.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가득한 한국사회에서 국제 대회 하나를 여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 대회 관계자들의 안일함도 이러한 문제를 만든 원인이다.
5일 동안 대회를 참가하면서 많은 해외 에이즈 관련 활동가들을 만났다. 감염인들의 열정을 보면서 좀 더 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낙인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많은 고민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 자리였다. 대회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차별이 없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발언을 했던 몇몇 활동가들을 보면서 매 순간순간마다 차별감수성과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