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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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가이드] 또 한편의 감성퀴어멜로 <REC>
올 여름을 나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종로의 기적>에는 ‘소심한 게이 감독’의 얘기가 나온다. ‘그 체위 내가 해봤다고 할 수도 없고……’라며 투덜거리며 촬영 중이던 바로 그 영화 <REC>가 3년 간의 기다림 끝에 개봉한다. 개봉을 기다리는 과정은 물론 포스터 심의에서도 말썽이 많았다. ‘선정적이고 유해하다’는 이유로 2번이나 포스터가 반려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포스터 사진이 이성 커플이어도 그랬을까? 답은 영등위만 알겠지.
이 ‘선정적이고 유해’하다지만 아름다운 게이 커플은 사귄 지 5년째. 5주년 기념일을 맞아 서로의 모습을 찍는 커플의 모습은 5년 차 평범한 커플의 전형. 그게 이성애자 커플이어도, 레즈비언 커플이어도 다를 바 없는 서로에게 익숙하고 편한 모습 그대로다. 아마도 소준문 감독 역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게이의 사랑도 다를 것 없다고. 그냥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 일 뿐이라는 평범한 진리 말이다. 하지만 감독은 숲을 보라는 데 숲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는 사람이 여전히 많아 안타깝다. 그런 안타까운 사람들 덕분에 아주 조금은 특별해지는 상황에 놓인 이 커플. 아마도 그 점 덕분에 게이 커플이라면 좀 더 공감하고, 좀 더 마음 아파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끝에 나오는 배경용 버스 승객 제외하고 전 출연진이 단 2명인 이 영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두 배우는 아쉽게도(?) 모두 이성애자 남성. 전라(!)연기는 물론 게이 커플의 베드신까지 소화한 송삼동, 조혜훈 배우의 열연 역시 볼 거리. 심지어 영화의 절반을 차지하는 셀프카메라 씬에서는 직접 촬영도 했다고 하니 이래저래 두 배우가 많이 노력하고, 그만큼 힘도 들었을 게다. 그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또한 지금처럼 성소수자를 이해하려는 노력, 함께 하는 마음이 나중에 인기 배우가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