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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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뿌려야 할 것은 끼만이 아니죠.'
'친구사이'에서 상근으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릴 때 내심 기대하는 반응이 있었다. '오!'나 '와!' 같은 감탄사. 하지만 막상 접하게 되는 반응은 '잘 어울리네'가 압도적. 뭐지? 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은? 그도 그럴 것이 블로그에서나 평소 만나는 자리에서도 성소수자 인권문제에 나름 열을 펄펄 올리며 나섰고, 호모포비아들과 쳐 싸우는 걸 마다하지 않았으니 그런 당연하다는 듯 한 반응이 나올 법도 하다. 물론 다른 것들 -장애인 차별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등-에도 예민하게 굴지만 제일 많이 핏대를 올리고 난리치는 건 성소수자 인권 관련한 것들인데, 아마도 그 배경에는 '내 친구가 게이'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게이친구'를 만난 지가 올해로 꼭 20년이 된다. 그 친구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난 이후에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일반 치고는 이반의 세상을 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마 대놓고 물어보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야, 탑이랑 바텀이 따로 있는 거야?' 라던가, '마돈나가 게이들에게 인기 많은 이유는 뭘까?' 혹은 'YMCA는 알겠는데 왜 I will survive가 게이송가의 레전드인 거야?' 등등. 어떤 것은 너무 사적이어서, 어떤 것은 물어봐도 딱 떨어지는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나중에 물어보자... 나중에...' 하고 말았던 것들이 적잖이 있었는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게이컬처홀릭>에 그 답안들이 다 있었다. 놀라워라.
<게이컬처홀릭>은 '게이컬처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게이들에게는 당연히 좋은 책이겠다 싶다. 게이월드로 행차하신지 오래되신 언니들께는 발전의 증거로, 갓 입궁한 초보 게이들에게는 가이드로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비성소수자 입장에서는 이 책이야 말로 게이들이 주위 친구들에게 뿌려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인권감수성 훌륭한 친구라고 해도 혹시나 예민한 문제라 실수할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고, 차마 묻지 못하고 있는 게이들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얼마나 많은데! 친구사이에서 나온 책이라서가 아니라 게이 친구를 둔 비성소수자로서 정말 반가운 책이라서 하는 말이다. 게이가 세상에 뿌려줘야만 할 것은 사랑과 끼만이 아니라 좀 더 반갑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오해와 편견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왜 게이가 나서서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대들은 우월한 종족이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실로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