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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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_Voice 정기공연을 준비합니다.
미루다, 미루다, 이제서야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지_보이스의 단장이 된 이후 첫 공연을 준비하는 각오나, 소감에 대한 글을 쓰라니… 글로 쓰기도 싫고, 말로 하기도 싫다. 가족들에게 내 감정을 잘 표현 못하는 것처럼, 내 마음이 어떨지 다 알 텐데,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나에게 이번 공연이, 지_보이스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 알텐데… 이걸 꼭 글로 써야 하나? 이런 생각과 더불어 벅찬 회사일로 미루다, 미루다, 상근 로봇님(모르시는 분들이 있다면, 이전 웹진글을 뒤져보시라. 재미난 분이다)의 재촉에 못 이겨, 이제서야 타자를 치기 시작한다.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다.
평생 노래를 해왔고, 잘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 수년간 체계적인 노력을 해왔다. 지_보이스에 첫발을 내디뎠던 2006년 9월의 어느 날, 내 마음가짐은 습관의 연상선 이었다. 어차피, 노래 할건데, 게이 합창단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님도 보고 뽕도 딴다고, 남자도 만나고 싶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지_보이스에서 남자를 만난 적도 없고, 노래 실력이 그렇게 발전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매주 피곤한 목청에 알코올을 들이 붓는데, 목 상태가 좋을 리 없지 않은가.. 근데 왜 나는 지_보이스에 남아서, 단장이라는 직책까지 꿰차고 스트레스 만땅 받아가며 6회 공연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나는 왜 초심?을 읽었을까!! 고민해 보았다.
생각 중, 생각 중…..
상근 로봇님의 글 마감 재촉을 받는 지난 일주일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쓸 시간은 없었으나, 나름 많은 생각을 했다. 노래하고 싶어서 들어온 합창단에서 나 스스로 뭔가 항상 부족한 느낌이 들었었고, 남자를 만나고 싶긴 했지만, 한번도 지_보이스 안에서 누군가를 만난 적도 없으니, 지_보이스는 내게 노래하는 곳이나, 남자를 만나는 곳의 의미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변질?된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의 연결고리 속에서 내린 결론은, 연애 상대의 남자는 없었으나,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노래를 잘하지는 못했으나, 저 세상 끝까지 울리는 소리를 내는 곳이 지_보이스였다. 가족이 되어 버렸고, 세상이라는 도화지를 핑크빛으로 칠할 수단이 되어 버렸다. 남자는 오고/가지만, 가족은 그 자리에서 내가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고, 비록 아주 잘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노래는 편견의 벽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을까 한다. 이런 기대로 오늘도 연습실로 향하고, 공연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