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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28호[쥐뿔도 없는 것들의 영화평2_좋은 사람 생기면...]
2012-10-10 오전 0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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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0월 

쥐뿔도 없는 것들의 영화평2_좋은 사람 생기면...

 

규환(소식지팀) 7.jpg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다. 사랑하는 사람, 엄마와 나의 애인, 이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들도 이미 서로에게 좋은 사람들이다.

 

 

 

조금씩은 다른 그들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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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20대의 두 청년인 현우와 정훈은 동거를 시작했다. 어엿한 성인이지만, 아직도 부모님의 그늘아래 있다. 그래서 조금은 불안하지만 싱그러운 오이처럼 풋풋한 20대 게이커플이다. 오늘 1주년을 맞은 이 커플은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계획을 짜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정훈은 그 시간이 오늘따라 유난히 설레인다. 현우와 정훈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편적인 행복을 누리며 소소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들의 일상은 평범한 커플들과 다를 게 없다. 단지 부모님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과연 엄마가 우리의 만남을 축복해줄 수 있을까?

 

 

 

 

 

 

 

 

 

 

 

 

 

 

 

 

 

 

 

 

 

 

 

 

 

 

 

 

 

 

 

 

 

20대의 아들을 둔 엄마는 요즘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새로운 애인을 소개시켜주고 싶지만, 아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이다. 엄마와 새 남자은 오늘 큰맘 먹고 아들의 집에 찾아가기로 한다. 이미 새 남자의 딸에겐 소개를 마친 터, 오늘 아들에게 인정만 받는다면 재혼을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결혼이라는 사실에 엄마는 벌써부터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꼭 아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과연 아들이 마음의 문을 열어줄까?

 

 

 

허락받지 못해서 조금은 슬픈 우리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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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조금 아이러니 하게도, 혈연관계인 두 모자의 사적 연애의 미묘한 엇갈림 속에 초점을 맞춘다. 재혼을 계획 중인 엄마와 동거중인 게이아들, 이 둘 관계의 개인적인 죄의식이나 도덕성의 가치판단 따위는 이미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다. 억지로 떼어 내려 해도 그럴 수 없는 모자사이의 특성상 이들은 이미 서로의 애인의 존재를 소개하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큼 현실은 녹록치 않기 때문에,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엄마의 마음에도, 그런 엄마를 쳐다보는 아들의 눈빛은 무어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어려 있다. 그러한 모습엔 그간 지새운 고민의 밤의 서늘한 그늘이 져 있는 듯하다.

 

 

 

 

 

 

 

 

 

 

 

 

 

 

 

 

 

 

 

 

 

 

 

 

 

 

 

 

 

 

 

 

 

 

 

 

 

 

 

 

 

 

 

 

 

 

 

 

 

 

 

 

 

 

 

 

 

 

영화 속 그들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 마주앉은 무릎사이 이들 간엔 묘한 기운이 감돈다. 큰 결심을 하고 찾아온 엄마는 오늘따라 냉담한 아들의 반응에 당혹스럽고, 현우는 정훈과의 1주년을 헛되이 보낼까 하는 두려움과 함께, 타인에게 공개할 여유를 미처 갖지 못한 그들만의 공간에 불쑥 찾아온 엄마의 자리는 현우에게 순간 감당치 못 할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서로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덮어온 시간만큼이나 그 공간, 그 순간만큼은 그들에게 길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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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든 게이감독이나 영화를 관람한 게이관객 모두 비슷한 경험 한번 쯤, 아니면 비슷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고, 그 전에 가족이 있기 때문에 내 가족의 허락이 어느 누구의 허락, 아니 세상의 허락보다도 중요한 이들의 마음을 어찌 이해 못 할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영화는 우리에게 던진다. 그렇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과 무척 닮아있다. 그것이 아직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의 사랑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가장 작은 공간, ‘가족’이라는 상징성과 소중함으로 귀결되는 영화의 본질이 스크린을 보는 내내 내 마음속에 선명해졌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쫓기듯 현우의 집을 나선 엄마가 보낸 “좋은 사람 생기면 데리고 와.. 엄마처럼” 라고 쓰인 문자를 본 현우는 무언가 다짐을 하고 애인 정훈의 손을 잡은 채 엄마에게로 뛰어 간다. 그렇게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영화는 음악과 함께 끝이 난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키워드는 바로 ‘가족’과 그 사이의 ‘감정’이다. 말로서 형용 할 수 없는 사랑이나 감정이라도 우리는 현실세계에서 때때로 비현실적으로 경험하게 되고, 그것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감정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상 어디에도 마음 둘 자리가 없다는 듯 무언가 결핍된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것 없는 영화 속의 주인공들을 있는 그대로 특유의 공기로 가득 찬 스크린 안에 담은 신인 감독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렇게 소소하게 빛을 내는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세상 누구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결국 그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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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좋은 사람 생기면...' , 감독:함승일, 출연 : 현우> 우제윤 / 정훈> 염승철 / 엄마> 엄옥란 / 남자> 신정한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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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로로 2012-10-10 오후 23:41

감독님의 두 영화 모두 참 좋았어요~ 이번 웹진에는 후기가 실리지 않았지만, 10년의 커밍아웃도 저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떳떳하게 누군가에게 소개할수 있는 그 마음, 그 설레임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엄마와 엄마의 애인이 탄 차로 뛰어가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순간의 설레임과 기쁨 앞으로 다가올 행복에 대한 기대를 느낄수 있었던거 같아요~
딱 그 순간에 끝나서 더욱더 큰 여운을 남기지 않았나 생각도 해보구요~ ㅎ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감독님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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