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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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탐방] 만능소녀 가람
상근로봇
학교 다닐 때, 언젠가의 우리 반 반장은 좀 그랬다. 얼굴도 예쁜데, 공부도 잘 해. 그렇다고 새침한 모범생이라기 보단 털털한 푼수(!)에 가까워 인기도 많았다.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앞장 서서 '꺄악!' 소리 지르며 달려나가 바람 잡는 것도 잘 했다. 당시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상근로봇은 고민했다. '저 년은 왜 다 잘하나!'. 그때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살다 보면 다 가진 사람도 있다는 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캐릭터는 흔하지 않았다. 사회에 던져진 이후, 학교와는 꽤 다른 상황들과 부대끼면서 그런 사기캐릭터는 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뭐야. 만났어. 흑. 그렇다. 가람언니는 사기캐릭터인 것이다.
처음 만난 가람언니는 유달리 붙임성 좋고, 말도 조리있게 잘하고 재미있는데 귀여울 뿐인 흔한 친구사이 캐릭터 정도(?!)였다. (친구사이엔 이런 캐릭터 많다. 진짜다.) 하지만 인상에 확 남은 건 작년 뮤직캠프. 몸이 안 좋다며 구석에 기대있던 이 언니. 이상형 월드컵 결승전에 이르자 갑자기, 문자 그대로 탁 튀어나간다. "자~ 이 쪽은 월수입 140만원!, 그런데 집이 자가로 있어!" 아. 나 이런 캐릭터 너무 좋아한단 말이야. 언제 기운이 없었냐는 듯 생기발랄하게 끝까지 진행하는 가람언니에게 반한 건 그날이었다. 그런데 이 언니 알수록 사기캐릭이다. 로봇도 반하게 만드는 요런 매력 외에도 '이거 해야겠다' 하고 마음 먹으면 하는 능력도 있나보다. (물론 '오늘 점심은 라면을 먹어야겠다'고 결심하는 것과는 소소한 차이가 있으니 이 점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국어쌤으로 활약하시는가 싶더니 다음엔 로스쿨에 뙇! 드디어 졸업하는가 싶었더니 이제는 '희망을 만드는 법' 개소를 뙇! 우와~ 멋지다. 진심.
하지만 아쉽게도 이 언니는 이미 애인 있다. 흑심 품었다간 어느날 쥐도 새도 모르게 친구사이 홈페이지가 안 열린다던가 하는 사소한 일부터 갑자기 당신의 모든 파일과 전산망이 사망해버리는 현대인의 가장 큰 비극을 맞이할 수 있으니 모쪼록 그냥 '친구사이에는 이런 언니도 있구나'하는 선에서 마음을 정리하시길 바란다. 원래 인생은 이렇다.
가람이형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