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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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활동보고] 하루만 더 주세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이종걸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개개인마다 걸리는 심적 또는 물리적 기한이 있습니다. 그동안 제게는 마감이 31일이라면 심적 기한은 30일로 정하여 꼭 그때까지 해야지 하지만 결국 물리적으로 그 다음 달 1일, 2일이 돼서야 끝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적 기한까지는 머리로 고민을 얼추 끝내고, 물리적 기한까지는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었지요. 그런데 보통의 2월은 그것보다 더 짧은 28일이 마감일이지요. 그런데 올해는 그 보다 하루가 더 있었답니다. 그럼 그 하루는 결국 덤일까요? 아니면 결국 28일과 같은 마감일일까요.
유난히 2012년의 2월은 버겁습니다. 2011년 12월 결론지은 줄로만 알았던 학생인권조례는 교육과학 기술부와 반인권적인 언론들의 맹공 속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지요. 조례 하나로 교육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섣부른 기대일 수도 있지만, 그 맹공 속에서도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어떻게 우리의 일을 해야 할지 또 고민하고, 고민하고 있지요. 청소년 성소수자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해결은 무엇인지,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학교 현장에 성소수자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지 등등을 말이죠. 지난 16일 친구사이 운영위에서는 2012년 친구사이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운영위원들의 열띤 논의가 있었습니다. 향후 5년을 바라보고 정하는 전략 목표와 세부 계획들을 정하기에는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계획을 다 세우지 못하고 3월 운영위에서 더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2월 7일은 친구사이의 18번째 생일이었습니다. 지난 25일 정기모임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18년간의 추억을 담은 사진들을 보며 함께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지난 2월 18일 성소수자 가족들을 만나는 가족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네 분의 어머님과 두 분의 누님들이 함께 모여 가족을 성소수자로 둔 심정을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를 통해 한 어머니는 다시금 자식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5일 토요일 오전tvN 채널의 <스타특강쇼> 홍석천씨 편에는 저와 친구사이 박재경 대표님이 함께 출연하여 커밍아웃에 대한 필요성이나 커밍아웃은 어떤 의미인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하루가 모자라는 요즘. 빠듯한 일정으로 가득한 2월이지만 덤으로 하루를 더 준 것 같은 2월이 저에게 힘을 주는 건 성소수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많고, 우리가 목표한 대로 계획이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긍정적인 마음은 도대체 어디서 올까요? 글쎄요. 이는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객관적 긍정이라기보다는 진짜로 일어날 것은 어떤 기적이 우리에게도 올 수도 있다는 희망에서 오는 긍정이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다가올 희망찬 미래를 우리 친구사이 회원들은 계획하고 있고, 우리 친구사이 회원들이(친구사이 활동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 기한에 대한 단 하루 여유를 준 2012년 2월은 더욱 고맙고 귀합니다. 아무래도 3월에는 더 열심히 일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