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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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언닌 종로스타일'
코러스보이
새장속의 사람들
- 뮤지컬 라카지 (La Cage Aux Folles)의 관객들에게 딴지 걸기.
게이커플의 아들 장가보내기 작전을 소재로 한 뮤지컬 ‘라카지’가 올여름 공연계에서 의외의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토니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품이니 기본적인 흥행성을 갖추었을 테고, 두 유명 배우의 드렉퀸 연기 역시 제법 화제를 일으켰다. 라카지의 성공에 대해 드디어 한국에서도 성소수자의 가족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대중적인 이해를 얻는데 성공했다고, 이제 한국도 배려와 존중의 미덕이 통용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며 안도하는 목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한 편 비슷한 시기 영화계에서는 아주 조심스럽지만 작은 돌풍을 일으키길 기대했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이 개봉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그저 작은 바람만 일으키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 두 작품은 사실 꽤 비슷하다. 성소수자가 주인공이고,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적 소재가 결혼인 것도 같다. 두 작품 모두 코믹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로맨스가 있으며, 시끌벅적하고 끼스런 게이들이 조연, 단역으로 대거 출동한다. 두결한장의 몇 장면은 아예 뮤지컬 장르를 충분히 활용했다.
그런데 이 둘은 꽤 다르기도 하다. 우선 뮤지컬 티켓은 영화티켓의 열배를 호가한다.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뮤지컬 관람은 영화감상처럼 일상적인 문화활동이라기보다는 이벤트에 가까운 일이다. 극의 내용 또한 라카지는 삼사십 년 전 외국에서 있었을 법한 이야기고 두결한장은 오늘날의 한국에서 있음직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라카지의 주인공은 전설적인 쇼의 드랙퀸이자 트렌스젠더의 정체성에 더 가까운 인물이고 두결한장의 주인공은 ‘알고 보니’ 게이였던 그저 평범한 인물이다.
한국에서 성소수자 이야기로 지지를 얻으려면, 아무나 쉽게 공감하지 않아도 되는, 다시 말해서 특별해서 안전한 타인의 이야기여야만 하는 걸까? 십여 년 전 커밍아웃 이후 희비가 교차했던 홍석천과 하리수의 스토리가 문득 오버랩 되면서 씁쓸해진다. 성급한 판단일지 몰라도 여전히 그들-이성애자대중들은 이웃집 총각이 게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척하고 싶어 하나 보다. 부디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혹시 그게 사실이라면, 그들이 스스로 갖혀 있는 라 카지(새장)에서 빨리 나와 우리처럼 자유로워지기 바란다.
* 참고로 이 뮤지컬, 재미있긴 하다. 특히 주제곡 ‘I am what I am'이 삽입된 쇼장면은 매우 유쾌하고 중독성이 있다.
진서기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섹스, 멋진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