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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20호]학생인권조례 서울시의회 통과
2012-02-07 오전 08: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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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월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농성 참관기]

반만년 백의민족의 정신을 되살릴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환영하며

진석 (소식지 팀)

교육기본법 제2조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로 시작한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오천년을 이어온 백의민족의 정신이 일제강점기로 인해 식민지 교육으로 퇴색되고 산업화를 거쳐 현대에 와서는 입시위주의 무한경쟁 교육으로 바뀌며 무색해졌지만 이제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웬 오천년 백의민족 이야기냐고?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했던 의원이 오천년 백의민족을 운운하기에 교육기본법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그 뜻을 바로잡고자함이다.
널리 이롭게 하라는 ‘인간세상’에 성소수자 인간들은 포함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무리들의 저주와 폭력에 가까운 저항이 있었지만 우리는 꿋꿋이 우리의 존재를 지켜냈다.
본회의 전날까지만 해도 농성장의 분위기는 원안통과 보다는 통과되지 못하거나 원안이 수정되어 통과될 경우를 예상하며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이었다. 본회의에서 교장선생님의 훈화와 같은 반대의원들의 “마지막으로..” “끝으로..” “한가지만 덧붙여서...”라며 결코 끝내지 않는 구국적 일장연설과 해리포터의 엄브릿지를 연상케하는 분홍 볼터치 의원의 비상식적 언어들의 조합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찬성의원들의 매우 조리있고 상식적인 연설과 소싯적 동성과 성애를 나누었다는 충격발언, 섬세한 손짓은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렇게 지난한 시간들을 지나 결국 원안에서 약간 수정되긴 했지만 차별금지 항목이 그대로 들어있고 경기도와 광주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성소수자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조항들이 포함된 조례가 재석86명중 찬성54명 반대28명 기권4명으로 가결되었고 농성장은 환호와 폭풍눈물의 도가니가 되었다.
청소년 활동가들의 통곡에 가까운 기쁨의 눈물을 보며 그간 그들의 노고와 마음고생이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전해져와 가슴이 찡-했다. 서울시학생인권조례는 교육청이 주도한 경기도나 광주와 달리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주민발의를 통해 성사된 것이기에 더욱 민주적이고 뜻깊다 할 수 있다. 헌데 교과부에선 재심의를 요구하고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그것을 검토중이라니 조례 통과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이런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마 여기에 다 열거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온/오프라인에서의 크고 작은 노력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현상만 놓고 보면 기적같지만 세상에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기적은 없다는 것을 현장에서는 느낄 수 있다.
혹자는 말한다. “인권은 시간이 약 같은 거라고 믿거든요” 그렇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권은 더욱 존중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은 그저 흐를 뿐, 시간이 우리의 인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부디 그런 믿음을 맹신하는 분들은 타인의 시간을 거저먹는 거지가 되지 않길 바라며, 단군할아버지와 함께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통과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그 지난한 싸움과 인권

지나 (사무차장)

제가 친구사이에 데뷔하니 학생인권조례 서명을 받고 있더군요. 작년 7월부터 시작해서 서명 받는 기간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학교에서 체벌하는데 별 생각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서명을 받고 있다고 하니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남학교에서 받는 체벌이랑은 급이 다르겠지만 저도 대걸레자루로 엉덩이 맞아서 피멍 들어 앉지도 못했던 적이 있었고, 또 어떤 미친 여자를 담임으로 만나 난생 처음 따귀도 맞아보고 하이힐에 쪼인트도 까여봤는데 그냥 학생이면 그러려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맞고 공부했다고 후배들도 맞아야 한다는 건 못된 심보고, 대체 언제까지 학생을 때려서 가르칠 건가 싶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저는 학교 다니면서 성소수자 학생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지내야 했는지 몰랐어요. (이성애자가 이렇죠 뭐-_-)

아수나로 등 학생인권조례 청소년 활동가들이 이 서명을 받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겨우 딱 한번 거리 서명을 받으러 나간 저는 짐작도 못하겠습니다. 유난히 비도 많았고 덥던 여름에 참 많이 고생했죠. 겨우 서명을 모아 작업했더니 모자란다고 해서 또 다시 받고. 정말 기적처럼 거의 10만의 서울시민 서명을 모아 성공했다 싶었는데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구속되면서 나온 교육청이 발의한 수정안에 성적지향으로 인한 차별금지가 빠졌다는 소식에 또 한번 개탄했습니다. 싸웠습니다.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론을 모아 항의도 하구요. 그래서 이제 다시 서울시의회의 처리를 기다리는 시간. 아무래도 통과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그래도 찍 소리는 내보자'며 학생인권 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에서 시의회 별관 1층을 기습점거시위를 했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이런 쎈 일을! 역사상 가장 과격한 시위행동이었다죠? 12월의 그 혹한기를 모두 시의회 로비에 모여 지냈습니다. 친구사이는 사무차장 기즈베님이 상주하시고, 운영위원님들이 돌아가며 밤샘을 하셨구요. 수시로 회원들이 지지방문도 하고, 저녁마다 열리는 문화제에 참여도 했습니다. 이제 처리되어야 하는 대망의 금요일. 교육 상임위 통과를 기다렸는데 이것들이 월요일로 미뤄버렸습니다. 다 끝나고 돌아보니 그 덕분에 주말동안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도 압박하고 여러 많은 행동과 연대, 지지를 받은 덕에 월요일. 드디어 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난데없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재의 요구를 하는 바람에 또 다시 우리가 싸워야 하겠지만 '행동'과 '연대'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이번에 배웠으니 또 다시 헤져 나갈 생각입니다.

어떤 게이(라고 밝히신 분)가 제게 그러시더군요.

"게이인권운동이라고 해봤자 게이에게 도움도 안 되고 인권은 시간이 약 같은 거라고 믿거든요"

울지도 않는 아이에게 뭔가 해주는 법은 없죠. 우리가 조용히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인권감수성을 기르고, 단지 성소수자만이 아닌 많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정말 차별 없는 세상이 오겠지요. 그날까지 모두 다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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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