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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27호[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2012-09-11 오전 11: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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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9월 

새내기 정회원 인터뷰

 

샌더(소식지팀) sanderthumb.jpg

 

 

 

 

 

 

 

odeng1.jpg

 

팍팍한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이 청년, 어느 덧 친구사이에 물이 들었다.

멋진 꿈이 엿보이는 건강한 미소의 주인공 오뎅쿤님을 어느 늦은 가을 밤, 가까스로 만나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네. 안녕하세요! 오뎅쿤이라고 합니다. 아. 오뎅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닉네임이 재미있네요. 왜 오뎅쿤이에요?


- 음. 예전에 머리 때문에 별명이 까치 였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까치라고 많이 놀렸는데 그 별명이 마음에 안들었어요. 인터넷 동호회에서 오뎅이라는 닉네임을 쓰기도 했었고… 그래서 친구들에게 가르치기까지 했던 별명이에요. 그걸 그대로 사용하게 됐어요.

 

그랬군요. 지금은 학생인가요? 아니면 직장인? 백수? 주부?


- 지금은 공연기획과 관련된 회사에서 일하면서 마케팅도 배우고, 저녁에는 또 다른 일도 하고있어요.

 

엄청 바쁘겠어요.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시간도 늦었으니(인터뷰 당시 자정.) 질문에 바로 돌입할게요. 이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본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나요?


- 으음.. 중학교 3학년 때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이상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자꾸 챙겨주고싶고 복잡한데.. 그 땐 정확히 몰랐어요.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라는 퀴어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와..'하면서 무언가를 확 느꼈죠. 그리고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마침 '홍석천 커밍아웃'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대문짝 만하게 난거에요. 그 사건들이 뭔가 나를 정확히 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 뒤로 인터넷을 통해서 조금씩 알아보기도 했고요.

 

저도 그 때 신문 기사들 기억해요. 그래서 그 후에 사람들은 어떻게 만났어요?


- 그 때는 친구들을 사귀었다기보다는, 성적인 욕구에 의해서 찾아보고 그랬던 것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딱히 연애 경험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대학에서 마술을 공부했는데, 그 때는 그게 되게 중요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연애를 안했던 것도 있고요. 연애할 겨를이 없었어요. 물론 카페 같은데서 만나서 좋은 감정 생긴 사람도 있고 그랬는데, 저한테는 이게(마술)이 워낙 중요하니까.. 그 당시에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도 제가 관계에 집중을 못하니까 서로 만족이 안되고 그랬었죠.

 

마술이라니 독특하네요! 당시에는 그 공부에 에너지를 굉장히 쏟아 부었던 시기였나봐요.


- 네. 그런데 이 업계가 좁기도하고.. 제 입지가 약간 어중간했다고 해야하나.. 그러면서 마술 자체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2007년 쯤인가. 학교에서 공연 기획이나 무대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바로 졸업을 해야했던 시기이기도 했고, 마침 한 친구를 만나서 연애까지 하게 되면서 정말 많은게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그 친구와 정작 길게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치관들이 많이 바뀌고, 연애에 대한 자세도 좀 달라지고..

 

그랬군요. 그래서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이커뮤니티에서 활동을?


- 그렇죠. 예전에는 주로 인터넷 카페에서 온라인 위주로 활동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오프라인에 나오게 된거죠. 친목동호회 같은 데에서 활동도 하고, 알음알음 사람들도 알아가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어요.

 

그럼 이미 게이 친구들이나, 커밍아웃 하고 터놓고 지내는 친구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친구사이에 나오게 된 데에는 단순히 사람들이 만나고 싶은 욕구 이외에 다른 욕구가 더 있었던 거군요?


- 친구사이에서 먼저 활동하고 있던 굿타임형을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이미 퀴어문화축제 같은 것에도 관심이 있었고요. 그냥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보니, 술마시고 즐거운 것도 좋지만 이런 일반적인 관계들보다 나도 뭔가 내 정체성과 관련된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친구사이를 찾게 된 것 같아요.

 

오. 멋진 고민을 했군요.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조금은 섣부른 질문인데요.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어요?


- 구체적으로 정한 건 아직 없는데. 지금은 일단 여러가지 행사 일을 도우면서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물론 아직은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기반을 닦고 지켜보면서 배우고 해야하는 시기인것 같아요. 하고 싶은것은 많은데 워낙에 지금은 현실적으로 회사 일이 많다보니까요. 아직은 여유가 안생기네요.

 

그래요. 계속 물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화제를 조금 가볍게 돌려볼게요. 음.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떤 타입이에요?


- 아. 그게요. 친구사이에 나오면서 살짝 호감을 가지게 된 친구가 있어요. 그냥..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좋았어요. 느낌이랄까. 되게 맑고 선한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요.

 

살짝 호감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뉘앙스를 보니 사실은 이미 품절남이군요. 친구사이를 통해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니 좋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나 못다한 이야기가 있나요?

 

- 제가 '밀크'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에 내 주위의 사람들 100명이 바뀌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 나와요. 그 때 그 영화를 보고 그 대사를 들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어떤 생각이 좀 더 확고해졌어요. 제가 살면서 느낀게 의외로 세상은 살만하고 오픈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남의 일처럼 느끼던 일들이 내 친구의 일이라고 느껴지면 바뀐다는 거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게이들이 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친구사이에 나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여기에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해요.

 

아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신입회원분들을 볼때마다 너무 훌륭해서 저는 자꾸만 부끄러워집니다.

 

- 아참. 그리고 저 해치지 않으니까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첫 워크샵에 참석해보았는데요. 그렇게 많은 게이들과 어딜 놀러간 것도 처음이었고요. 개인적으로 힐링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워크샵이 저에게는 정말 힐링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너무 행복했고, 무지개도 뜨고.. 떠나기가 싫은 1박2일이었거든요. 올해 들어서 가장 커다란 이슈이기도 했고요. 다녀오고 나서 얼굴 빛이 달라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워크샵 기획팀 분들 너무 고생하셨다고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서로의 집에 걸어서 귀가할 수 있는 거리. 바로 옆 동네에서 태어나 줄 곧 살아온 그와 나.

지척에 멋진 동네 친구가 생긴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기도 한 밤이었다.

 

 

자. 이제 다들 그에게 살갑게 말을 걸어 보도록하자. 그는 정말로 해치지 않더라.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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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허 2012-09-11 오후 23:18

멋있어요 형 ^^~
요새 신입분들은 신입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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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쿤 2012-09-12 오전 03:08

샌더형 늦은밤 인터뷰 즐거웠습니다아~>_<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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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2012-09-12 오전 03:14

친구사이 정회원 인터뷰에서 만나니 반갑구나. 앞으로 종종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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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 2012-09-12 오후 21:38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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