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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23호][레이디가가 콘서트 이야기] Born this way.. so what?
2012-05-10 오전 10: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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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5월 

[레이디가가 콘서트 이야기] Born this way.. so what?

 

민 (친구사이 회원)

 

레이디가가 공연 날이다. 수업을 마치고 급하게 이동하던 중, 2시부터 입장준비를 한다는 친구의 문자를 받았다. 설레게시리… 현장에는 예정된 시간 4시보다 늦은 5시에 도착했다. 역을 내리는 순간, 공기가 다름이 느껴졌다. 역을 운동장마냥 뛰어다니던 사람들의 낯선 풍경은 공연의 전조마냥 기분을 한껏 상기시켰다. 그들 사이에 끼어 공연장을 향하던 나 역시 흥분을 감추기 힘들었다. 현장분위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자유롭고 아늑(?)했다. 어떤 모습을 기대했던 것일까, 눈 바로 앞을 지나다니는 게이를 종로 이태원 밖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건 꽤나 큰 충격과 해방감을 느끼게 했다. 종합경기장에 가득 찬 게이들을 상상하니 기분이 절로 묘해졌다. 순간 눈을 의심케 하는 미모의 남성이 내 앞을 지나갔다. 어깨를 시원히 드러낸 일체형 타이즈에 킬힐, 한껏 힘 준 포즈. 저 사람들은 어디에 숨어있었던 것일까.. 여지껏 어찌 참았을까 싶은 끼를 한껏 내뿜는 그들의 모습은 보아온 그 어떤 게이들보다 당당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좋은 눈요기를 하고 있자니 일찍 온 이유을 깜빡하고 있었다. 친구사이에서는 회원들과 함께 'Born this way' 플래쉬몹을 준비했다. 본 작전에 돌입하기에 앞서 외진 소나무 아래에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연습이 끝나고 플래쉬몹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공연을 1시간을 앞둔 상황이라 경기장 앞은 인산인해였고, 어디서 판을 벌릴 수 있을까 미심쩍었다. 망설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언니들의 추진력은 여기서도 발휘되는데, 슬그머니 사람들 사이로 스피커를 밀어넣더니 어느 순간 플래쉬몹이 시작되었다.
 
코러스보이님의 화려한 춤사위에 놀란 사람들은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더니 어느덧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 한 명, 두 명… 어느덧 나도 함께 춤 추고 있었다. 여기에 서있는 게 내가 맞나, 내가 지금 무슨 동작을 하나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느라 정신이 혼미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함께 호응해주었다. 엉거주춤하는 내 몸뚱이를 보며 '저런 춤이 있었어?' '있었..을 걸?' 춤에 관심을 갖거나 '레이디가가 팬클럽인가 봐'하며 오해를 해주시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플래쉬몹을 했던 회원과 사진을 찍자던 몇몇 외국인들, 그들은 엄지 손가락을 들며 멋졌다는 찬사를 연발했다.
 
4분 20초의 짧디 짧은 순간이 끝나고 끼고 있던 레인보우 장갑을 벗었다. 손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많이 떨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두려움 속에서도 쭈삣쭈삣 춤출 수 있었던건 내 앞에 보이던 10명 남짓의 듬직한 등짝 덕분이었다. 만약 형, 친구들이 함께 있지 않았다면 난 얌전히 공연을 보러 갔겠지... 가 쓰여진 스티커를 내미는 형에게 불편한 미소를 건네자 별말 없이 자신의 지퍼 옆에 붙이는 형을 보며 웃음이 나기도 미안하기도 했다. <나는 게이야>를 등짝에 붙이고 춤을 추던 이들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졌을까, 동그랗게 둘러싼 흔적이 사라진 후에야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I'm beautiful in my way.
     난 나만의 방식으로 아름다워
Cause God makes no mistakes
     왜나하면 하나님은 절대 실수하지 않으시니까
I'm on the right track, baby
     난 옳은 길을 가고 있는 거야
I was born this way~
     난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큰 공연장 안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는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정말 목 터져라 따라 불렀다. "I was born this way!!"
시간은 설렘과 흥분을 반영한 듯 너무 빨리 지나갔다. 음악을 통해 다양성을 이해하고 함께 외치는 순간이 너무 감사했다.
 
 
공연이 끝나고 며칠 째 'Born this way'를 듣고 있다. 가사를 되새길 수록 행복하단 생각이 든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케 하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레이디가가와 같이 노래로 소수자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구사이에서는 '호미'군의 <게릴라 가드닝 사업>, '진석'씨의 <교육지원사업>, '위드'님과 '길', '세호'군의 <회원지원사업> 등 아기자기한 활동을 해나가는 사람들도 있다.(이 밖에도 내가 모르는 다른 사업과 멋진 회원님들도 엄청 많이 계시다.) 저마다 갖은 능력과 생긴 모습, 에너지는 다르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하고자 하는 열정은 같다고 생각한다. 이 멋진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난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난 무얼 할 수 있을까.'
 
순간 순간 느끼는 망설임은 20여년 남짓의 여독일 것이다. 수많은 망설임이 가로막지만 이러한 이들을 보고 있으면 망설이는 스스로를 채찍질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에너지를 항상 나누는 이들 곁에 있어 지금 이순간이 너무도 행복하다.
 
더욱 당당해질 나를 꿈꾸며 오늘도 신께 감사해보려 한다.
신은 날 너무 완벽하게 만들어주셨는데 여기서 뭘 어쩌겠는가.
 
"I was born this way"
그래서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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