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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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제 뭐먹었어
몽 (친구사이 회원)
처음엔 요리 때문이었다. 야오이, BL 만화가로 불리는 작가 요시나가 후미. 그녀의 작화 스타일은 그리 내 취향은 아니었고, 그녀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리게 된 전작 「서양골동양과자점」도 게이판타지를 활용하는 야오이물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서점에서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를 선택하게 된 것은 어쨌든 그녀의 드라마트루기는 훌륭하고, 적당한 가격에 만화도 보면서 쓸 만한 일본요리 레시피 몇 개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1권까지 읽었을 때도 요시나가 후미는 작품에 게이판타지를 잘 이용하고 있는 프로동인작가 정도라는 개인적인 평가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5권까지 발행된 이 작품을 읽어 가는 동안 그녀에 대한 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어제 뭐 먹었어?>는 요리만화의 옷을 입은 리얼 게이드라마. ‘요시나가 후미’는 게이프렌들리하면서도 의식 있는 작가. 어느새 난 그녀의 팬이 되어버렸다.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는 게이커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요리를 주제로 한 만화지만, 게이판타지에 기댄 흔한 야오이물이 아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43세의 꽃미남 짠돌이 카케이 변호사와 41세의 감성적인 미용사 겐지. 카케이 변호사가 겐지를 위한 요리를 준비하며 레시피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만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는 분명 요리만화이다. 하지만 요리 이외의 스토리는 이 게이 커플이 일상의 삶 속에서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로 채워지는데, 바로 이 부분이 보통이 아니다.
특히 주인공 카케이 변호사와 그 부모님의 이야기는 게이라면 누구나 공감이 갈 만한 에피소드와 해프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에서도 이성애적 사고방식 속에서 게이 아들을 받아들이려는 부모님과 카케이 변호사의 갈등은 작품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비단 부모님과의 관계 뿐 만이 아니라 게이들이 이성애적 문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에서는 이 밖에도 직장에서의 커밍아웃, 이웃과 친구 맺기, 사생활과 관련한 수다의 경계, 커플의 재산 분할, 취향의 문제 등 게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고민들이 에피소드별로 등장하는데, 작가는 자칫 심각하거나 딱딱하게 생각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유쾌하고 편안하게 풀어낸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게이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다. 수많은 야오이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판타지에 기대있거나 게이들을 대상화 하여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아는 한 <어제 뭐 먹었어?>처럼 게이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자연스러운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작품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 이 만화가 정말 반갑고 또 기대가 되는 것이다.
게이가 보아도 놀랄 정도의 디테일하면서도 리얼한 대사들, 우리 일상의 고민을 공감할 수 있는 만화, 게다가 요리책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 1석 2조인 만화. 4월의 봄날 게이들에게 꼭 추천하고픈 만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