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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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8
: 와카미야 마사코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밌어지네요.>
"읽은티"는 정기적으로 독서 모임을 갖는 친구사이 소모임 "책읽당"의 독서 모임 후기를
매월 친구사이 소식지에 기고하는 연재 기획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노랑님의 감상>
책을 읽고 나면 검색엔진에서 타인의 리뷰를 찾아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읽고 내가 좋았으니 됐어, 하고 마는 책이 있는 반면에 ‘대체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떻게 느끼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책이 있기도 하거든요.
이번 책은 후자인 셈이지요.
제 눈에 띄는 리뷰는 크게 두 가지 정도였습니다.
1. “30살에 내가 늙었다고 자꾸 주저앉는 나에게 82살의 와카야마 마사코 할머니 이야기는 정말 마음 찡해지게 했다.” (결혼하지 않으신 서른 살의 어떤 분)
2. “엄마, 아빠!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거 다~~하시면서 남은 인생 반짝반짝 빛나게 사시길 바래요...!!” (결혼 14년차 아이 둘 엄마가 자신의 부모를 응원하며)
하나는 이미 자신이 너무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어요.
다른 하나는 책의 내용을 자신에게 감정이입하기 보다는 자신보다 윗세대에 자연스레 대입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고요.
나이란 시간이 지나면 좋든 싫든 절로 먹어지는 것이지만, ‘나이듦’에 대한 자각이나 인식은 정말이지 온전히 각자의 안에서 정해지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자기개발서만 보면 소름끼쳐하는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한 신문에 실린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기사 속의 저자는 꼬장꼬장하게 자기 얘기만 되풀이해 늘어놓지도, 자신의 경험을 진리인 양 강조하며 ‘아이 캔 두 잇, 유 캔 두 잇, 위 캔 두 잇!!!’을 외쳐보자고 선동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나는 이렇게 살았어요,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요 하는 느긋함과 어쩐지 모를 장난기가 있었을 뿐.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넌 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는 밀어붙임의 피로도, 아무것도 안하는 게 뭐가 어떠냐며 주저앉길 권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도 싫어하는 제게는 어쩌면 나보다 경험 많고 긍정적인 나이 많은 친구의 이야기가 잘 맞았던 걸지도 모릅니다.
‘정말 이 언니의 에너지와 무한긍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의아해지는 대목도 있지만 원래 친구 얘기란 게 다 그렇지 않나요? 내가 백 퍼센트 쏙쏙 이해하고 납득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친구의 진심에 공감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서로 나눠가지면서 힘내어 으쌰으쌰 또 함께 걸어가 보는 것.
이 정도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이님의 감상>
“그런 감상입니다.”
“일본은 노인 복지 강국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제가 대학을 다니던 그 시절에는, 일본은 한국에 비하여 노인 복지 분야에서 굉장히 앞선 선진국이었고, 어쩌면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나라에서 조차 초고령 사회 노인의 고독, 외로움, 무기력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노인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노인에게 삶을 통찰하는 지혜나 중용을 바라는 시선 역시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세상에 노인은 많고, 그 중엔 현명한 사람만큼 어리석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지간해서는 누구나 결국 노인이 될 것이며, 시간은 노인이라고 해서 사정을 봐주면서 지나가지 않습니다. 어떤 노인이라도 점점 더 변화무쌍해져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면 이전처럼 나이만으로 존경받던 인생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의학은 노화보다 속도가 느립니다. 변화무쌍한 이 사회는 너무나도 적응하기 어려워서, 기회의 불평등 속에 도태되는 젊은이들 역시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사회에 새롭게 적응하고 중심에서 거론되는 노인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습니다. 책의 저자 역시 그런 노인입니다.
이런 노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줍니다. 이런 노인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없다거나, 운이 아주 좋은 노인이라는 둥, 별로 아름답지 못한 자극까지 포함하겠지요. 어쨌든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입니다.
거의 무한하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태도, 미련이나 후회를 과감하게 떨치고 앞을 볼 수 있는 용기,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기꺼이 탐구할 수 있는 성격은 분명히 배울만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낯선 구석이 있습니다.
저자는 일본 유수의 은행에서 수십 년간 장기 근로하고,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정년을 꽉 채운 후 퇴직한 미혼 여성입니다. 그녀에게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적금과 연금이 있습니다. 선진적인 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돈이 있고, 간호가 필요한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는 충분한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를 보내드린 후에는 부양할 가족도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긍정적인 태도, 앞을 보는 용기, 끝도 없는 호기심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요?
물론, 저자가 이 책에서 자기 인생의 모든 굴곡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이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관대한 태도에 상기한 요소들이 아무 영향도 주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는 동안 종종 삐딱하게 중얼거렸습니다.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었겠지요.'
이건 패배자의 시선이고, 무언가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이며, 긍정적이지는 않아도 최소한 건설적인 비평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요?
맞습니다. 그런 감상입니다.
책읽당 참석 문의 : 7942bookpart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