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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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최고의 걸그룹 핑클이 완전체로 모인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이 화제입니다. 적어도 핑클의 음악과 함께 성장한 지금의 30~40대에게는 말이지요. 첫 회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어느덧 40대를 맞이한 핑클 맴버들이 첫 앨범의 가장 히트곡인 ‘루비(슬픈 눈물)’의 가사 속 바람핀 남자 친구에게 "언제든 내게 돌아와, 난 여전히 너의 여자야"로 결론짓는 가사에 뒤늦게 분노하며,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았다고 뒤늦은 고백을 들려주었지요. 수동적인 여성상과 걸그룹의 이미지를 연결하고자 했던 당시 기획사의 전략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걸그룹 ITZY의 당차고, 주체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르지요.
예쁘기만 하고 매력은 없는 애들과 난 달라 달라 네 기준에 날 맞추려 하지 마 난 지금 내가 좋아 나는 나야
I love myself.
- ITZY, "달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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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러한 이미지도 기획사의 전략이기는 하겠지만, 지금 이 시대에 핫한 것은 남다른 개성을 더 뽐내고 알리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모습을 유지하고 보여줘야 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겠기에, 사람들은 때로 피곤하거나 힘들기도 할 것입니다.
친구사이의 주요 프로젝트 활동인 성소수자자살예방프로젝트 마음연결(이하 ‘마음연결’)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마음연결이 개발한 성소수자자살예방지킴이 양성교육(이하 '무지개돌봄')이 보건복지부 자살예방 프로그램 인증[섹션 3, 교육/훈련 프로그램(레벨 1)]을 획득하였습니다. 이는 '무지개돌봄'의 구조와 내용이 성소수자 자살예방에 적합하다는 것을 정부와 자살예방기관이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연결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사회가 성소수자 자살예방활동을 동참하도록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지개돌봄은 그러한 목표를 위해 한 발짝 더 나가기 위한 시작일 것입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 주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표현하고 있는 힘든 삶의 이야기들에 대해 우리가 반응하고 돕기 위해서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사회는 조금 더 주위를 돌아보고, 좀 더 살펴야할 것입니다. 마음연결도 그러한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친구사이는 올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중요사업인 ‘차별에 맞서는 용기를 잇는 수다 <차별잇수다>’ 프로그램을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 25일 진행했습니다. 비록 많은 친구사이 회원들은 아니었지만, 5명의 친구사이 회원들은 각자 개인이 일상에서 경험한 차별의 경험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을 잘 나누었고, 우리 주위에 만연한 차별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실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소수자라서, 동양인이라서, 남자가 여성스럽다고 해서, 몸이 뚱뚱해서 겪게 되는 부당한 대우들에 대해 막상 당시에는 대응하지 못했지만, 지금 다시금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지, 지금 당장이 아니라 할지라도 함께 힘을 모은다면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습니다. 사실 차별의 구조는 현실적으로 쉽게 바꿀 수 없는 문제이기에, 다시 그런 현실을 맞닥뜨려도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는 먼저 그런 경험을 차별이라 인식하고 명명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 퀴어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오는 대구 동성로 일대를 당당하게 행진했지만, 일상에서 혐오, 소외, 차별이나 폭력을 빈번히 경험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자신을 찾기 위한 힘들이 필요합니다. <차별잇수다>는 그러한 힘들을 기르고 서로 지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향후 <차별잇수다> 프로그램은 시간이 허락될 때 새롭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긍정하고, 당당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기릅니다. 그 힘을 기르고 비축하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 독려하고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달 초 친구사이에서 기획하여 홍보한 게이컬처스쿨 <많이 생각하고, 쉽게 만드는 퀴어 1인 영상 크리에이터 워크숍> 역시 그러한 취지의 일환으로 기획된 워크숍입니다. 퀴어 1인 미디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고민했던 사람들이 혼자서 준비하기보다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같이 모여서 각자의 채널 개설 고민들을 나누고, 의견을 주며, 꾸준히 방송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모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한 워크숍입니다. 아쉽게도 워크숍 신청자가 저조하여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향후 세부 기획을 정비한 뒤에 다시금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8월에는 회원들과 함께 교외로 1박2일을 함께하며 멤버십을 다지는 워크숍 일정이 8월 31일~9월 1일에 진행됩니다. 여름을 마감하고, 가을이 오는 시기에 올 한해 다양한 활동으로 피로한 심신이 쉬어갈 수 있도록, 그리고 친구사이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들로 꾸며질 예정입니다. 친구사이 정회원, 준회원, 친구사이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