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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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취임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여성, 난민, 성소수자,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말하며 “혐오와 배제 문제에 대응하고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지난 9월 대한민국 정부는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토대로 ‘포용국가’를 선언했습니다. 단 한명의 국민도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향후 5년간의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에도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몇 년간 유엔 인권기구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등의 영향과 국제 사회에서 인권 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서 나온 결과로 표면상으로는 보입니다. 그렇지만 제정에 대한 실천적 의지는 약해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9월 8일, 인천에서 첫 번째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극우혐오세력의 불법적인 집회방해로 축제는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참가자들은 혐오표현과 폭행, 협박, 기물파손 등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인천지방경찰청, 인천동구청은 이 상황을 방조하기만 했습니다. 제주에 예맨 난민들이 들어왔을 때, 법무부의 안일한 대처는 그들에 대한 그릇된 정보와 편견, 혐오가 쏟아지도록 부추겼습니다. 왜 난민신청자와 성소수자에게는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정부는 혐오표현과 혐오폭력이 가득한 현실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요?
문 대통령은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고 함께 잘 살아야 한다”며 포용국가 정책을 밝혔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불평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천적이 계획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치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만으로 지금의 불평등한 현실, 차별이 공고한 구조를 개선하기란 어렵습니다. 미투의 현실, 안희정 사태로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정부 혼자만 모르고 있는 것인지 실로 답답한 심정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결국 혐오의 정치가 만연한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싸움의 전선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 다른 어떤 개별법의 제정도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불평등이 심각한 지금 정부가 현실조건 운운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모르쇠하고 있을 때, 더욱 더 각계 시민사회, 인권운동 진영은 힘을 내어 이 혐오와 차별의 현실이 변화되도록 요구하며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친구사이는 그러한 길을 함께 만들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참여해왔고, 그 길에는 어느 누구나 외롭지 않도록 함께 모여 곁을 주고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0월 13일 열리는 2018 지보이스 기획공연 ‘폭풍공감’에서는 교차하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그리고 10월 20일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길에 국회가 동참하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평등행진이 열립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의 길이 더욱 더 확장되도록 각각 행동의 장에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